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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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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픽!] 우울한 인간과 일하지 않는 저승사자의 기묘한 동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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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저승사자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더는 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구원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하필 마주친 저승사자가 일할 생각이 없는 게으름뱅이라면?

연합뉴스

웹툰 '보다'
[만화경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보다'는 죽고 싶은 인간과 일하지 않는 저승사자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우울감에 시달리던 주인공 서우는 죽으려고 마음먹고 다리 위에 선 순간 저승사자와 눈이 마주친다.

망자도, 무당도 아니면서 자신을 볼 수 있는 서우에게 저승사자는 제안을 하나 한다. 딱 3개월만 더 살면 사람들 기억에서 그를 완전히 지워주고, 저승에도 데려가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솔깃해서 서우는 저승사자와 3개월짜리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저승사자는 서우가 삶의 보람을 찾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그저 서우의 옥탑방에 눌러앉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할 뿐이다.

여기에 이제는 일을 안 해도 신들도 어쩌지 못하는 300년 경력의 고참 저승사자, 농땡이 부리는 사자들을 꾸짖으러 왔다가 저도 눌러앉게 된 저승사자까지 서우의 작은 옥탑방을 찾는다.

서우는 이들이 매일 축내는 라면과 커피값을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과 부대끼면서 그간 외면했던 삶의 즐거움과 쏟아내지 못했던 감정들, 인간에 대한 애정 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연합뉴스

웹툰 '보다'
[만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저승사자가 죽기 직전의 인간에게 건네는 구원은 익숙한 소재지만, 이를 과장하지 않고 잔잔하게 풀어낸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작중 저승사자들은 서우를 계도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복작복작하게 붙어 지내는 가족처럼 대한다.

이는 작품 속 독특한 세계관에서 기인한다.

작중 저승사자는 자기 자신을 잊은 채 타인을 위하며 산 사람들이 죽으면 부여받는 임무다. 이들이 자신의 소망을 깨닫고 이를 실현해야 환생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렇기에 저승사자도, 서우도 그간 꽁꽁 싸매왔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은 셈이다.

이외 소소한 저승 설정들이 흥미롭다.

이 세상의 주인을 잃은 돈은 저승사자가 챙길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 죽어 지폐를 모른다면 동전밖에 줍지 못한다.

악인이 죽으면 지옥으로 인도하는 대신 이들의 영혼을 불태우거나 녹이면서 알아서 저승으로 찾아가라고 명한다는 식이다.

우울감을 표현하는 방식도 섬세하다.

서우는 펑펑 울거나 소리치는 대신 조용하고 무기력하게 지낼 뿐이다. 늦게 일어나고, 체력이 떨어져 운동도 잘하지 못한다. 하루 종일 웃으며 데이트를 마치고서도 집에 오면 혼자 눈물짓는다.

우울함을 과장해서 표현하지 않았기에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보다'의 영어 제목은 'I see you'다. 삶의 의미를 되찾은 서우가 무엇을 볼 수 있게 됐는지 궁금해진다.

다음 달 서비스가 종료되는 만화경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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