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미디어·콘텐츠부문 스토리위즈 김태욱 파트장
만화가 꿈꿨지만 집안 사정으로 '따로 또 같은 길'
홀로 계란 바위치기에서 기획 작품 흥행 성적까지
"웹툰 PD, 만화 좋아하고 분석·비즈 능력도 필요"
김태욱 스토리위즈 웹툰 PD.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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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내가 키운 S급들'과 카카오페이지 '아빠가 너무 강함' 등 흥행작을 만들어낸 김태욱 웹툰 PD는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작가들이 많아질수록 옥석을 가리는 웹툰 PD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역량 있는 PD를 키울 수 있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툰 수요와 유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웹툰 PD에 도전하는 지망자들이 늘고 있다. 과거 작품 기획에 집중했던 잡지만화 편집자(기자)와 달리 최근의 웹툰 PD는 비즈니스 업무 역량까지 요구하는 분위기다. 마냥 만화·웹툰이 좋아서 지원했다가 1,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김 PD는 만화 편집자와 웹툰 PD의 차이점에 대해 "과거와 현재, 한국과 일본의 만화 문화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과거 잡지만화 시스템에서의 편집자는 작가와 동고동락하는 러닝메이트 같았어요. 특히 일본 만화 시장에서 편집자는 기본적으로 만화에 대한 눈썰미가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 만화가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이 만화가 최대한 대중들에게 재밌게 느껴지도록 하는 소통력이 강조됩니다. 반면 새로운 형식의 우리 웹툰 생태계에서 웹툰 PD는 이제 막 조명되기 시작했죠. 작품 기획이나 작가 발굴, 스토리 구상은 물론 각종 섭외·계약·유통을 포함해 흥행과 매출 분석력이 중요해졌습니다. 비즈니스와 성과주의적 성격이 더 강조된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만화 편집자 성격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김 PD 역시 만화가 지망생이었다. 1991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 사정으로 부모 곁을 떠나 대전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외가 친척집에 의탁하며 중학교를 다닌 김 PD는 공부보다는 일찌감치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홀로 미술학원에 다니며 꿈을 키웠다.
김 PD는 "어머니가 회화를 전공하셨는데, 그런 재능을 물려주셨던 것 같다"며 "그런데 만화가를 하겠다고 하니 반대가 컸다"라며 순탄치 않았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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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반대가 컸지만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세종시 성남고(현 세종대성고) 만화창작과를 거쳐 국립 공주대학교 만화창작과(현 만화애니메이션학부)에 진학했다.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대학 졸업반, 학교 선배 제의로 국내 대표 만화가인 노미영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당시 작업 중이던 '공각기동대' 프리퀄 만화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작업에 1년간 참여했다.
웹툰 시장이 열리며 독립 작가로 데뷔 기회를 노렸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못해 생계형 외주작가 생활이 길어졌다. 이후에도 노미영 작가 등 여러 작가와 에이전시의 외주 작업을 하다 보니 장르와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실력은 늘었지만 자기 작품을 만들 기회는 멀어져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까지 나빠졌다. 임파선염에 걸려 3개월을 누워 지내다시피 했다. 살이 20㎏이나 빠졌다고 한다.
데뷔 기회가 속절 없이 지나가자 짧은 경력으로 할 수 있는 만화업계 일을 찾은 것이 웹툰 PD.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웹툰 PD는 전문직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면서 연재하는 웹툰 작가를 관리하는 일이 더해지는 것이다 보니, 사무 경력이 없어 지원서를 내는 곳마다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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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출판사, 에이전시, 스튜디오 등 70~80곳에 지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 곳에서는 대놓고 '그림이나 그리던 놈이 엑셀이나 할 줄 알겠냐, 사업은 뭘 알기나 하겠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마지막에 신사업을 추진하던 관련 업체에 입사했지만 추진 프로젝트가 엎어지면서 3개월 만에 나와야 했다.
풀리지 않는 젊은 인생에 원망도 많았을 테지만 만화인으로서의 감각은 그를 속이지 않았다. 결국엔 2019년 제이플미디어에 입사해 노블코믹스 '내가 키운 S급들'과 '아빠가 너무 강함' 등 흥행작을 만들어냈다. 영업사원처럼 웹소설 IP를 들고 포털과 에이전시, 스튜디오, 작가 등을 발이 닳도록 찾아다닌 결과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홀로 시작했던 팀도 20명 규모까지 불어나 팀장으로 승진했고, 웹툰 스튜디오까지 만들었다.
김 PD의 성과는 KT의 미디어사업 부문 계열사인 스토리위즈의 러브콜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둥지를 옮겨 스토리위즈 웹툰사업팀·콘텐츠본부 파트장을 맡아 웹툰 콘텐츠 기획을 지휘하고 있는 김태욱 스토리위즈 파트장을 노컷뉴스 [만화인]이 만나봤다.
김태욱 웹툰 PD가 기획한 노블코믹스 대표 인기 작품인 '내가 키운 S급들'과 '아빠가 너무 강함'.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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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 작품이 예상대로 흥행했을 때 뿌듯하죠"
- 만화가의 꿈을 접고 웹툰 PD가 된 이유는?
=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쳤을 때 학교 선배 제의로 일본 출판만화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작업을 하던 노미영 작가님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1년간 완결까지 참여한 뒤에 본격 데뷔를 준비했는데, 가정 사정이 안 좋아 외주작가(서브작가) 일을 주로 하다보니 개인 작품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임파선염으로 건강까지 나빠져 작업을 할 수 없다보니 새로운 진로를 모색했다. 꿈꿨던 만화를 그만둘 수 없어서 웹툰 콘텐츠를 기획하고 서비스하는 '웹툰 PD'를 선택하게 됐다.
- 데뷔는 못했지만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 웹툰 '심해수'로도 유명한 노미영 작가님의 '공각기동대 어라이즈' 작업에도 참여했고, 인스타툰과 신문 만평 대필작가, 여러 작가의 작품에 외주(서브)작가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생활툰, 극화, 일러스트 등 안 해본 게 없었다. 워낙 다양한 스타일을 하다 보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제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다만 만화와 스토리를 보는 안목이나 작화 스타일링 기술은 저만의 특기가 되긴 했다.
- 웹툰 PD 업무가 궁금하다.
= 이전 직장이었던 제이플미디어는 장르소설(노블) 출판사였다. 노블 IP를 이용한 웹툰 신사업을 추진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웹툰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토리 소스에 대한 시장의 목마름이 컸다. 외부에서 노블 IP 계약 제안이 많았는데, 회사가 직접 웹툰 제작까지 뛰어들기로 하면서 내가 그 일을 맡게 됐다. 노블 IP를 싸들고 계약성사를 위해 웹툰 CP사들을 매일 같이 찾아다녔다. 작가는 물론 포털과 주요 플랫폼, 에이전시와 웹툰 스튜디오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작품을 소개하고 웹툰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을 관장했다. 서울문화사, 다온크리에이티브, 위즈덤하우스 등 유명 CP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한편, 팀을 조직하고 퇴사 직전까지 자체 웹툰 제작 스튜디오를 설계했다.
김태욱 스토리위즈 웹툰 PD.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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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기획했던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해달라.
= 근서 작가의 헌터물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내가 키운 S급들'(스토리 seri / 그림 비완)이 네이버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이공간(던전)이 등장하고, 그 안에 서식하며 이따금씩 공간 밖의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 사람을 위협하는 몬스터를 헌터가 퇴치하는 가상의 현대 한국을 무대로 한 웹툰이다. D급 던전에서 발생한 이변으로 동생 한유현을 잃은 주인공 한유진이 5년 전으로 회귀하면서 겪는 여러 사건과 모험을 다룬다.
개벽S. 작가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회귀물 '아빠가 너무 강함'(글·그림 모다인)은 카카오페이지에서 흥행한 작품이다. 무림으로 차원이동했다가 균열에 침식 중인 지구로 돌아온 천마 도준과 주변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리지혜(Lee jihye) 작가의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각색한 '황후를 훔친이는 누구인가'(스토리 핀쿠 / 그림 뮬리)도 네이버웹툰에서 인기를 끈 작품이다.
- 작품 기획과 작가 발굴, 계약, 유통까지 웹툰 PD의 역할 범위가 넓은데?
= 회사마다 사업의 방향성이 다양하다.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가 하면, 핵심 작품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웹툰이 재미있다거나 매출이 잘 나온다고 하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이다. 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서비스되는 과정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게 된다. 최근에는 웹툰 PD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만화나 웹툰의 생리나 만화 세계, 제작 환경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은 적다. 경험이 부족한 구성원을 이끌어서 교육도 시키면서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기까지 쉽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웹툰 PD들에게 돌아오는 부담도 크다. 그렇다 보니 만화를 좋아하는 헤비 유저의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1, 2년 만에 그만두는 일도 흔하다. 작품을 보는 안목과 트렌드·시장 분석 능력, 각종 보고서를 만드는 사무능력, 비즈니스와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필요로 한다. 지금은 좋은 웹툰 PD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 이직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스토리위즈의 경우 업무 경향은 어떤가?
= 대부분의 업계가 비슷하다. 스토리위즈에서도 기획이나 검토 업무에서 예상 매출에 대해 강조하는 편이다. 기업은 성장을 목표로 하니까 당연한 부분이다. 문제는 모든 작품이 다 잘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영업으로 치자면 모든 업종이나 가게가 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발굴해 매출에 성과를 내려면 우리의 리스크를 분석하고 그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후배 PD들에게 이 부분에서 강조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려고 노력한다.
- 작가는 대체로 작품 회차 원고료를 받는데, 웹툰 PD 대우는 어떤가?
= 웹툰 PD는 직함이고 업무 성격이 다른 것일 뿐 직장에 소속된 보통 회사원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보통 회사 수준의 연봉과 부분적인 성과급을 받는 월급쟁이라고 보면 된다. 인센티브의 경우 회사마다 조건이 천양지차다. 아예 없는 회사도 있다. 크리에이터인 작가분들이 잘 돼서 받는 정도는 아니다. 작품이 기획되고 완결될 때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고 성과 압박도 받으니 아무래도 커리어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PD는 작품에 있어 그림자 같은 존재다. 담당 작품이 흥행하든 실패하든 유명세를 얻는 것도 아니다. 업계에서도 웹툰 PD라는 직업을 생소하게 생각하고 작가분들도 PD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형 플랫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특히 밤샘이 일상이다. 작가의 원고 마감도 독촉해야 하고, 보내오면 검수하고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마무리까지 해야 하니 퇴근은 늦어지기 일쑤다. 우리 같은 CP사의 PD들은 회사와 작가의 중간에서 조율하고 소통해야 하는 입장이다. 작품이 마감되면 우리가 플랫폼과 다시 소통한다.
- 처음 웹툰 PD를 시작했을 때 어떤 일을 하는 지 알았나?
= 배우고 일을 하면서 막연히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는 정도였다. 작가 데뷔를 꿈꾸던 지망생이 만날 일도 없는데 깊이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나. 내 일이 되면서 공부를 치열하게 했다. 그 중에 조금 도움이 된 드라마가 있었다. 일본드라마인데 '중쇄를 찍자'라는 드라마다. 마츠다 나오코의 만화가 원작인데, 주간 만화 편집부에 취직한 주인공이 잡지만화를 팔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오늘의 웹툰'이라는 한국판 각색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다. 이 한국판의 경우 로맨스로 각색돼서 개인적으로 너무 오글거려 1화도 채 보지 못했다.
김태욱 스토리위즈 웹툰 PD.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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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PD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한데, 그 업무의 특성에 비해 전문적인 교육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웹툰 업계에 오랜 경력을 가진 시니어급 고급 인력이 없다 보니 주니어나 신입들은 노하우를 전수 받고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빈약하다.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신입 교육이다. 만화가 좋아 웹툰 PD를 하겠다고 들어왔는데 1, 2년 내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박봉 문제도 있지만 작가와 회사 중간에서 소통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원고를 기다리며 소비되는 시간과 정규 근무 타임을 벗어나기 일쑤다. 일반적인 기획·분석·사무 능력도 요구되다 보니 작가분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갈린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무엇보다 업계 내에서 웹툰 PD의 역할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물론 PD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체도 있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그 비중이 크게 낮다. 프로듀서가 아니라 단순히 일을 수행하는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일본이 여전히 그렇고 과거 잡지만화 시절에 편집자는 작가와 러닝메이트 관계였다.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받고, 대중에 최대한 재미있는 만화를 전달하기 위해 소통과 관계 유지에 공을 들였다. 지금 웹툰 PD는 그런 경험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만화를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소통 노하우에 접근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웹툰으로 넘어오면서 소통 업무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져 직접 소통 기회는 더욱 줄고 있다.
- 좋은 작품을 기획하고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PD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 다행인 것은 웹툰 산업이 성장하고 만화를 접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늘면서 지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은 잘 못 그리지만 만화를 너무 좋아해서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많아졌다. 전문 교육 과정이 생겨나고 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잡페어 행사에서도 그런 열기가 느껴진다. 산업적으로 좋은 웹툰 PD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단계라 업무적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제한적이다. 직업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좋은 작가를 양성하는 인프라가 구축되듯이, 좋은 작품 제작을 위한 프로듀싱 전문가를 양성하는 부분도 업계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 좋은 웹툰 PD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 PD는 기본적으로 콘텐츠 헤비 유저여야 한다. 만화만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다양한 책을 즐기는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다. 그래야 작가에게 종합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스토리 콘텐츠를 다루는 것은 기본기다. 단편적인 예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라'와 리암 닐슨 주연의 '테이큰'이 실종된 아이를 찾는 동일한 소재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봤나. 스토리 측면에서 만화라는 콘텐츠가 종합 엔터테인먼트와 밀접하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정리와 분석력이다. 상위권 작품을 분석한다고 해서 똑같이 만들기는 힘들다. 하지만 하위권을 면밀하게 분석하다보면 어떻게 중상위권으로 올릴 수 있을 지 찾기 더 쉽다.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작가와 플랫폼, 업체간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나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해서 서로가 윈-윈 할 수 있을 것인가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올해 김 PD가 주목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 노미영 작가님이 올해 네이버웹툰에 론칭한 '오!단군'이라는 판타지 웹툰이다. 남편인 이경탁 스토리 작가님과 함께 작업한 작품인데, 독자들 사이에서도 AI로 그린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작화 스킬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인 '심해수'를 장기 연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 특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 더 잘 됐으면 하는 작품은?
=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강태진 작가의 '사변괴담'이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호러 웹툰이다. 강 작가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미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여러 작품과 문제적 스토리를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꽉 차게 풀어내는 연출력으로 주목 받는 작가다. '사변괴담'을 포함해 이전 완결 작품들까지 재조명됐으면 한다. 만화적 재미로는 단연 '베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경탁·노미영 작가의 '오!단군', 강태진 작가의 '사변괴담', 신송림 작가의 '개꿈'. 네이버웹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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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스토리위즈 웹툰 PD.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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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 스토리위즈는 주요 라인업에 노블코믹스와 오리지널 코믹스를 5대 5로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소속 작가 중 최고로 꼽히는 무장 작가와 담화공 작가 두 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오리지널 웹툰도 꾸준히 발굴해서 스토리위즈의 플랫폼인 블라이스나 네이버·카카오 공급에 집중하고자 한다.
- 김 PD만의 좋은 작품을 뽑아내는 노하우가 있나?
= 영업비밀이긴 한데, 개론적으로 말하면 저나 저와 함께 일하는 PD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캐릭터다. 소재나 이야기가 참신할 수는 있는데, 독특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소재만으로 이야기를 길게 끌고 나가는 것이 힘들다. 식당에 신메뉴가 나오면 궁금해서 먹어 보지만, 결국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흔히 재미있다 하는 콘텐츠들을 보면 캐릭터성이 뚜렷하다. 캐릭터가 얼마나 독자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느냐가 포인트다. 저는 아무래도 콘텐츠를 발굴할 때 그 스토리에 담긴 인물들 관계, 캐릭터의 독특함과 매력을 주의 깊게 본다. 독자들은 궁금해야 본다.
물론 작화도 보긴 한다. 라이트 유저의 경우 작화만 보고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야기에 따라 작화 스타일이나 그림체는 달라져도 괜찮다고 본다.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신송림 작가의 '개꿈'은 작화로만 보면 퀄리티가 다소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스토리를 끌고 가는 이야기에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의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화와 묘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그림체의 단편적인 문제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더 잘 어울리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신송림 작가의 '개꿈'이 잘 보여주는 것 같다.
- 웹툰을 제작하는 PD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 매주 마감과 씨름해야 하는 작가분들처럼 웹툰 PD도 사실 외로운 직업이다. 서로에 대한 고충이나 어려운 점을 공유하기도 어려운 환경이 있다. PD들 사이에도 더 성장하고 어려움을 나누기 위한 소통이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작가라는 존재가 없다면 웹툰 생태계가 존재할 수 없기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산업의 측면에서 운영이 되고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작가님들에게 만족시켜 드리지 못한 부분도 있어 송구한 부분도 있다. 반대로 마감만 부디 잘 지켜주시고 전화기 끄고 잠수만 안 탔으면 한다. 출판만화 시절에는 잠수 탄 작가 쫓아 지리산까지 가서 원고를 받아냈다는 일화도 있더라.(웃음)
지하철로 출근하다 보면 불법 유통 사이트에서 불법 웹툰을 보는 분들을 많이 본다. 그럼에도 유료 구독으로 여전히 많은 분들이 우리 웹툰을 지켜주고 계시다는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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