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시대 열 차세대 반도체,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다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팀이 ETRI반도체팹(FAB)에서 실험하는 모습. /사진=ETRI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질화갈륨(GaN) 반도체 기술을 국내에서도 생산할 길이 열린다. 국내 연구진이 150나노 GaN 반도체 제작 및 양산을 위한 파운드리 시범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통신용 화합물반도체 연구 파운드리 구축사업'으로 개발한 세계적 수준의 150나노(0.15㎛) 질화갈륨 마이크로파집적회로(MMC) 설계키트(PDK) 공개 발표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GaN 반도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재·소자로 꼽힌다. 스텔스기의 에이사(AESA) 레이다, 6G 통신에 사용된다. 기존 실리콘 ,탄화규소 및 갈륨비소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ETRI 연구팀은 15년에 걸쳐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GaN 반도체를 연구했다. 그 결과 국내 처음으로 150나노 GaN 전자소자 및 MMIC 기술을 개발해 일반에 공개했다.

국내에는 현재 이동통신용 300~400나노(0.3~0.4㎛) GaN 반도체 파운드리 상용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동작 주파수가 8기가헤르츠(GHz) 이하 주파수 대역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번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150나노급은 반도체 화합물 물성이 우수해 20GHz~30GHz에서도 동작한다.

150나노 GaN 반도체는 전 세계 6개 기관에서만 파운드리 생산이 가능하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화합물반도체 기업은 자체 칩을 생산하기 위해 외국 파운드리 업체에 의존해야 했다. 그 때문에 설계 및 공정 등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 시스템 검증과 납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생산 시스템 부족은 경쟁률 저하로 이어졌다.

ETRI는 국내 기업에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도체 설계에 꼭 필요한 설계 환경을 조성해 배포한다.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공정 맞춤형 프로세스 설계키트(PDK)가 필수적인데, 올해부터 시범서비스를 통해 무료 지원을 시작한다.

4월 중 제안서를 접수하고 그중 4개 기업을 선정한다. 하반기 1차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2025년, 2026년에도 해마다 4개 기업을 선정해 3년 동안 총 12개 기업의 칩 생산을 무료로 지원한다.

연구팀은 "이번 서비스에 군수 무기체계 업체는 물론, 관련 산·학·연 등이 큰 관심을 보인다"며 "공정에 맞는 회로 설계 환경을 제공하면 향후 반도체 산업 활성화와 자립화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찬 ETRI 원장은 "해외업체에 종속되어 있던 GaN 부품 공정의 자립화를 선도하게 됐다"며 "GaN 소자 국산화는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TRI 팹에서 제작한 4인치 'GaN-on-SiC' 웨이퍼 /사진=ETRI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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