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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정인선, ‘6살 보리’와 소중한 지금 이 순간 “함께여서 행복해” [MK★사소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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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이제는 ‘가족’이라고 여길 만큼 반려동물은 많은 이들의 일상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봐도 봐도 계속 보고 싶은,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늘 자랑거리이자 사랑덩어리인데요. 스타들의 가족 또는 친구 같은 존재인 ‘반려동물’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 주>



“저에게 보리는 너무 지쳐 힘들다가도 웃게 하고, 떠올리면 따뜻한 그런 존재, 보리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지만, 도리어 제가 의지하게 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배우 정인선에게 반려견 보리의 사진을 요청하자 수십 장이 도착했다. 그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사진이 없어, 하나만 고를 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보리를 바라보는 정인선의 눈빛에는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행복한 감정이 가득 넘쳐 있었고, 하면 할수록 넘쳐나는 대화 속에는 반려견을 향한 그의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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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인선이 MK스포츠와 펫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정인선


‘보리’라는 이름 속에도 반려견을 향한 정인선의 깊은 애정이 숨어있었다. “음식 이름으로 지어주면 반려동물이 오래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말문을 연 정인선은 “사실 보리의 성은 ‘정’이 아닌 ‘시’씨”라며 이름 속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설명했다.

“보리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엎드린 채 손을 모아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뭐랄까, 그 모습이 꼭 옷소매를 움켜쥔 모습이라 옷소매에 달린 시보리(옷의 소매 끝이나, 밑단 끝을 조여지게끔 촘촘히 짠 직물의 모양을 의미)가 떠올랐거든요. (웃음) 여기에 음식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도 기억이 났고, 보리와 제가 가족이 된 날짜인 15일(십오일)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기도 했어요. 그래도 평소엔 그냥 ‘보리’라고 불러요.”

보리의 생일은 2017년 7월 1일. 정인선에게 있어 아직 생일이 오지 않은 ‘6살인 보리’와의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했다. 소중한 만큼 아무거나 먹일 수도 없었다. 채소나 과일보다는 단백질들을 좋아하고, 사료보다는 습식, 화식이나 간식을 더 좋아한다는 보리. 그로 인해 ‘눈치게임’처럼 특식과 사료를 가끔 번갈아 주고 있다는 정인선은 하루 종일 간식을 달라고 조르다가 새벽녘 아쉬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사료를 먹으러 가는 발소리가 때때로는 귀엽게 들린다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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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인선


정인선에게 보리는 현재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족이지만, 당시 그와 만나기까지 많은 시간과 고민, 그리고 용기가 필요했다. 어릴 적부터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만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웠으며, 자신이 좋자고 데려와서는 괜히 한 생명이 항상 나를 기다리게 만들지 않을까 싶어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보리를 만나기 가끔 친구들이 출장이나 일이 늦을 때 고양이나 강아지를 잠시 맡아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정말 신기했던 것이, 분명 저랑 잘 지냈음에도 친구들이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에는 주인을 알아보곤 달려가서 울거나 반기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그 유대감이 어떤 것인지 정말 너무 알고 싶었어요. 하지만 생명을 데리고 오는 일은 쉽지 않았죠. 생명의 무게는 무거웠고, 괜히 책임도 지지 못한 채 욕심만 부리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렇게 몇 년째, 보호소 사이트와 어플만 들여다봤는데, 친구가 절 보고 제안을 하나 했어요. 근처에 파양된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한번 가보겠냐고. 그렇게 방문한 곳에는 정말 많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파양돼 철장에 갇혀 울고 있었어요. 찢어지게 짖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아파 하던 중, 유독 신기할 정도로 짖지 않고 활짝 웃고 있는 강아지가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았고, 그러다가 깨달았어요. 그저 웃고 있는 줄 알았던 아이는 사실 짖지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떨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그 강아지의 얼굴과 표정이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결국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집을 정리했고, 그 다음 날 강아지를 데려왔어요. 그게 보리와 저의 첫 만남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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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인선


그렇게 가족이 된 정인선과 보리는 여전히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정인선은 “5살에 저와 가족이 된 보리는 너무 조용하고, 사실 장난감을 물거나 핥을 줄도 모른다”고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긴장도는 높은 편에 속하지만 이제 자존감이 조금은 높아져서 사람들과 강아지들한테 인사도 잘 나누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처음 왔을 때부터 앉아/손/엎드려 와 같은 것들은 가능했었는데, 그 뒤에 코/브이 같은 새로운 동작도 금방 배우더라고요. 그리고 더 신기한 건 촬영장에 데려간지 3일 차 정도 됐을때였나, ‘액션’과 ‘컷’ 소리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는 것을 인지한 건지 얌전히 있다가도 ‘컷’ 소리가 나면 저에게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걸 보고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감탄하면서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제가 보기에 보리는 눈치가 빠른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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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인선


짧은 스케줄일 경우 보리와 함께 움직인다고 밝힌 정인선은 바다처럼 주로 트인 공간에서 촬영할 수 있는 출장일 경우 함께 간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물론 매번은 아니다. 혹시라도 촬영팀 분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보리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 혹시라도 촬영이 너무 늦어질 날이거나 함께 출장을 가지 못할 때에는 동네 친구가 보리와 함께 해준다고 말하며, 친구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보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저는 종종 혼자서도 드라이브를 다닐 만큼 어디든 다녀오는 걸 좋아했는데, 보리를 데려오고 나서는 ‘시간을 공유함’의 기쁨을 알게 됐어요. 보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니 사계절을 더 잘 바라보게 됐고, 보리가 점점 자신감이 붙으면서 꼬리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즐겁고, 여기저기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신기해요. 요즘은 촬영 중이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 미안한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잔소리하면서 쫓아다니고 계속 만지라고 손을 끌어당기는 모습에 웃음이 나고 힘을 얻게 돼요.”

보리는 정인선의 일상에 있어서 어떤 존재일까. 이에 대해 정인선은 “한순간에 제 기분을 바꿔줄 수 있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너무 지쳐 힘들다가도 웃게 하고, 떠올리면 따뜻한 그런 존재, 보리의 버팀목이 되어 저에게 의지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도리어 제가 의지하게 돼 버린, 세상에서 둘도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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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인선


최근 동물과 관련된 채널이 많은 가운데, 정인선은 보리와 함께 나가고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강형욱 훈련사의 채널을 꼽았다.

“강형욱 선생님을 꼭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반려동물을 처음 키워봐서 사실 영상을 정말 많이 보거든요. 이제 제가 ‘보리에게 어떤 부분을 해줘야겠다’라는 것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가끔 보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에 대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또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알고 싶어요. 심심할 텐데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몰라 주로 잠을 자는데 이 부분이 안쓰러워 솔루션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보리가 사람으로 치면 제 나이 또래에 만났고, 이제는 저보다 나이가 많아지고 있는데 왠지 보리가 반려동물에 대해 미숙한 저를 봐주고, 이해해주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양육 문화를 위해 하고 싶은 말”과 관련된 질문에 정인선은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건, 한 생명에게 한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좋은 음식과 옷과 환경도 좋지만, 다른 생명들과 함께하는 이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얼마나 더 공유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해외에는 보다 일상적인 곳들도 함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부러울 때가 있어요. 지금처럼 반려인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에티켓을 갖추는 문화가 보편화된다면, 머지않아 더 많은 공간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좋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놓인 반려동물에겐 더 많은 기억과 행복함으로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저도 초보 반려인이라 부족한 게 많지만, 앞으로도 저 역시 보리와 함께 더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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