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만취’ DJ측, 첫재판서 “배달원 법 지켰으면 사고 안 났을수도”

만취한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치어 배달 기사를 숨지게 한 20대 여성 안모씨가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유명 DJ 측이 법정에서 “배달원이 도로교통법을 지켰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험운전치사)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모(24)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안씨의 변호인은 이날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의 책임도 있다고 항변했다.

안씨 측은 “안씨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은 잘못됐지만, 당시 오토바이 배달원은 편도 2차로 도로의 1차로로 달리고 있었다”며 “도로교통법상 오토바이는 1차로로 다니지 못하게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법을 준수해 2차로로 갔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피해자 측과 합의할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안씨는 이미 차량을 잘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 차선을 따라서 제대로 운행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내달 10일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앞서 유명 DJ 안씨는 지난 2월 3일 오전 4시 30분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술을 마시고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 A(54)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당시 안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1%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온라인에는 안씨는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었다는 목격담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사고 이후 배달 기사들과 시민들은 검찰에 안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1500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안씨가 사건 당일 중앙선을 침범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후 도주하다가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안씨는 사망 사고를 내기 10여분 전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차와 충돌해 해당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안씨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던 DJ로 전해졌다. 중국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안씨는 최근 유명 K팝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음악 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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