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첫날, 격전지 동작을 민심 탐방
류삼영 "사즉생 각오" vs 나경원 "주민들 두 번 안속아"
한강벨트 정중앙에 있는 서울 동작을(흑석동·상도1동·사당1~5동)은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지난 21대 선거에서 패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어 눈길을 끈다. /배정한·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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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동작=조성은 기자] '정권심판'의 상징일까, 정권을 압도하는 존재감일까. 한강벨트 정중앙에 있는 서울 동작을(흑석동·상도1동·사당1~5동)은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2023년 7월 경찰을 떠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에서는 원내대표까지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 지역구 탈환에 나서며 5선에 도전한다.
동작을은 표심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동쪽으로는 보수정당 텃밭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서쪽으로는 야권 지지세가 강한 서남부 3구(관악·금천·구로)를 끼고 역대 총선의 '스윙보터' 역할을 해왔다. 어느 선거에서도 한 정당에 몰표를 준 적이 없다.
지난 6일 여론조사 꽃 자체 조사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44.2%로, 류삼영 민주당 후보 34.7%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510명 전화 면접) 밖에서 앞섰지만 지난 18일 리서치뷰가 KBC 광주방송·UPI 의뢰로 한 조사에서는 나 후보 46.3%, 류 후보 45.9%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500명 무선 ARS 조사)내 초박빙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규모 뉴타운 개발이 진행 중인 흑석동은 보수 세가 강한 편이지만 중앙대·숭실대·총신대(사당캠퍼스) 등 세 곳의 대학가가 있는 나머지 지역은 진보 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동작에서 30년째 거주 중인 주민 A 씨는 "반포와 붙어있는 곳, 재개발 이슈가 있는 위쪽 지역은 보수 지지세가 강하고 아래 지역은 야권 성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이수진 민주당 후보가 52.16%를 득표하며 45.04%의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고 승리했지만 흑석동에서는 이 후보가 44.97%, 나 후보가 52.24%를 득표했다. 보수정당이 승리한 이전 선거에서도 야당 세가 만만치 않았다. 20대 총선에서는 나경원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43.40%로 당선됐는데 허동준 민주당 후보가 31.45%, 장진영 국민의당 후보가 25.54%를 가져갔다.
2014년 보궐선거에서는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49.90%, 야권 단일후보였던 노회찬 정의당 후보 48.69%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18대 총선에서는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기 이전까지는 민주당계 정당이 차지해 온 곳이기도 하다.
워낙 치열하다보니 여야 지도부도 동작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동작을을 찾아 류삼영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까지 동작을에만 네 차례 방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두 차례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더팩트>가 남성역 인근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반반'이었다. 50대 여성 B 씨는 "류 후보가 공직을 오래 했고 총경회의 사태 때 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상인 C 씨는 "물가가 너무 급등하고 민생 경제가 많이 어렵다.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40대 여성 D 씨는 "나 후보가 지역 활동을 워낙 잘 해왔다. 제 부모님 모두 나 후보를 좋아한다. 이 동네에선 나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류삼영 동작을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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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남성역 인근 한 청과물 시장 앞에서 만난 류 후보는 횡단보도를 여러 차례 건너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파란 옷을 입은 지지자들이 류 후보를 둘러싸고 '류삼영'을 연호했다. 일부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 '실언'의 상징인 대파를 흔들었다.
파란색 목도리를 두르고 온 50대 여성 E 씨는 "과거 민주당 당원이었으나 지금은 탈당한 상태"라며 "류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작이 재개발 이슈가 있고 외국인도 늘어나면서 치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안전 전문가인 류 후보가 동작에 나은 미래를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파란색 점퍼를 입은 또 다른 50대 여성 F 씨는 "부자 기반, 친일 정권이 우리의 삶을 너무 흔들고 있다"며 "주변에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누구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이 더 나아지게 하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란 목도리를 한 50대 남성 G 씨는 "류 후보가 처음 동작에 왔을 때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 후보가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의 압박에 출마를 포기했던 것을 언급하며 "권력에 굴복한 사람과 꺾이지 않은 사람의 대결"이라고 류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류 후보는 "사즉생의 각오"라며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가지고 있었고 일본이 133척 있었다. 상대 후보와의 유불리를 따지자면 제가 12척 있는 셈이다. 이길 수 있는 건 죽어라 하는 마음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류 후보는 지난 2일 전략공천되며 다소 늦게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주민들이 처음엔 저를 너무 모르셔서 인사를 잘 안 받아주셨는데 지금은 많이 알아보신다. 사진 찍자는 분들도 있고, 엄지를 척 올려주시기도 하고 악수하며 손에 계란이나 핫팩을 쥐여주는 분들도 계신다. 차 타고 지나가시면서 '파이팅'을 외쳐주신다"며 "'반드시 이겨달라',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경찰 출신인 그의 주요 공약은 당연히 안전과 관련됐다. 류 후보는 "지금 동작이 재건축·재개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다. 동작대로가 교통 체증이 심각하고 주변에 주차할 장소가 없어 여러 가지 생활의 불편과 안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성 사계시장은 침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며 "그런 재난과 범죄, 교통문제로부터 주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교육과 지역개발 등의 이슈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상대인 나 후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상대에 대한 평가보다는 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저는 권력에 제대로 항거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일어나 손해를 보든지 상관없이 할 말을 하는 사람이다. 변하지 않는 마음, 주민과 지역을 위해 변하지 않는 마음을 약속드린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동작을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동작을 지역구에 출마한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시민들을 만났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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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후보는 이날 저녁 숭실대입구역 인근에서 퇴근길 인사에 나섰다. 대학가다 보니 다른 지역과는 달리 20~30대로 보이는 시민이 많이 눈에 띄었다. 4선의 유명인인 데다 지역 활동을 오래 한 만큼 나 후보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한 20대 남성이 나 후보에게 사진을 요청하는가 하면, 한 30대 남성은 "나경원 파이팅"을 외치고 지나갔다. 한 60대 여성은 "나 후보와 교회에서 여러 번 만났다"며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동작에서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80대 남성 H 씨는 "나 후보가 지역 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전에도 지역 여기저기서 자주 봐서 친숙하다"며 "다른 데는 몰라도 여기(동작)는 나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류 후보는 경찰에서 반란을 일으킨 사람"이라며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했다. 60대 남성 I 씨는 "이재명은 정상이 아닌 사람"이라며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 밝혔다.
20대 여성 J 씨는 이번 선거가 "중산층 이상 기득권의 싸움으로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나 후보나 류 후보가 서민이나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번 총선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선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위해, 또 동작을 위해서다. 동작은 발전이 필요한 곳이고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연고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경험했다"며 "동작 주민께서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지난 21대 국회, 최악의 국회를 경험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서민은 너무나 힘들다. 또다시 탄핵을 운운하는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국회는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싸움의 정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을 두고 나 후보는 "사실 저희가 최근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 국민 마음도 편안하지 않으신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동작 주민께서는 매우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다. 의회민주주의가 복원되고 합의에 의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판단하실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의 대표 공약은 "교육특구 사통팔달"이다. 나 후보는 "동작을 8학군으로 만들겠다. 학군을 조정해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높이는 것이다. 또 이수역에서 서울 어느 곳이나 10분 내로 갈 수 있는 내부순환 급행철도를 만드는 것. 서울 전체에도 굉장히 의미 있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인 류 후보에 대해서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이름을 틀리는 것 등 정치를 시작한 이후 진심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무엇보다 동작과 너무 관계가 없다. 정권심판만 믿고 오셨다. 동작 주민이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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