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한 채소가게에 부추·오이 등이 진열돼 있다. 오동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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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솔직한 심정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생각날 정도예요.”
서울 마포역 인근에서 김치찌개집을 하는 이강우씨(65)는 29일 최근 물가 얘기에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부추·상추·파·양파 어느 하나 작년과 비교했을 때 안 오른 것이 없다”며 최근 식자재 구입 내역을 담은 수첩을 펴보였다. 수첩에는 ‘상추 2만9000원’, ‘양파 3만4000원’ 등이 적혀있었다. 그는 “식자재 가격이 20~30% 이상 올랐다. 특히 상추·양파와 같은 채소 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비싸졌다”고 말했다.
대파·양배추·양파·고추 등 채솟값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이른바 ‘대파 논쟁’이 소모적 정쟁에만 그칠 뿐 시급한 민생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답답함도 보였다.
서울 송파구 문정역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관오씨(32)는 “부추·상추와 같은 채소 가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청양고추 10㎏ 짜리가 3만8000원대였는데 지금은 10만원대”라며 “2주 전엔 20만원까지 갔었다”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29일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높은 채소가격을 한탄하는 댓글. 커뮤니티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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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도 하소연이 이어졌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어제 (양배추) 3통짜리 2만5000원, 사흘 전에 1만2000원이었는데”, “오늘 양팟값 장난 아니다. 15㎏ 한 망에 3만원”등 높은 식자재 물가를 한탄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실제 양배추 도매가격(특급 기준)은 지난 22일 8㎏당 9059원에서 이날 1만7161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만원 이상 비싸진 가격이다. 15㎏ 양파 가격도 일주일간 꾸준히 올라 이날 2만9260원(특급 기준)이었다.
식당 등에 물건을 대는 납품업체도 고물가가 걱정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공덕역 인근의 채소가게 사장 정모씨(48)는 “20년 넘게 박리다매로 장사했는데 이렇게 높은 수준은 정말 드물다”며 “작년 1500원씩 하던 부추 한 단을 4000원에, 6500원 하던 양배추 3개를 1만원에 떼 왔다. 채소 가격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룟값이 오른다고, 밥값을 바로 올릴 수도 없어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어진다. 서울 송파구에서 돈가스를 파는 김모씨(42)는 “객단가는 정해져 있어 물가가 높아지면 결국 줄어드는 것은 마진”이라면서도 “가격을 올리면 아무도 찾지 않으니 부담만 늘었다”고 말했다.
고물가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고군분투 중이다. 김관우씨는 “가락시장·식자재마트·하나로마트 등 이곳저곳을 돌다 요즘엔 식자재마트 애플리케이션으로 가격을 비교해 장을 본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역에서 외식업을 하는 정병용씨(33)는 “식자재마트 앱 등에서 ‘오늘의 할인’ 을 매일 챙긴다”면서 “필요한 채소가 싸게 나온다 싶으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사서 비축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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