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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분석]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전격 사퇴…총선 부담감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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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64·육사 40기) 주호주대사가 29일 임명 25일 만인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했다.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2022년 5월 9일 취임했던 이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야권이 탄핵을 추진하자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전격 사임했다.

이 전 장관은 퇴임한 지 6개월 만에 주호주대사에 전격 임명됐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의 핵심 피의자 도피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3월 21일 출국 11일 만에 급거 귀국했다. 불과 귀국 8일 만에 전격 자진 사퇴했다. 그야말로 '전격 사임' '전격 임명'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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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03.28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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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결재 하루만에 '이첩보류' 이유 규명 중요

윤석열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이 지난해 7월 19일 집중 호우 실종자 수색 대민지원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순직한 채수근(20) 해병대 상병(추서 계급)의 사망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해병대 수사의 외압 논란으로 인해 8개월 만에 불명예 상황에 처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경찰 이첩 보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간의 핵심 고리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날 때도 사실 석연찮은 점이 적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나름 직무수행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채 상병 사건의 수사 외압 논란이 터지면서 사실상 경질성 교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0일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의 수사 대면 보고를 받고 직접 결재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하루만인 7월 31일 김계환(56·중장·해사 44기) 해병대사령관에게 본인이 직접 결재한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고 전격 지시를 내렸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 외압' 핵심 본질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보고 내용과 경찰 이첩 보류 지시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외압을 받고 당시 임성근(55·소장·해사 45기) 해병대 1사단장을 처벌 대상에서 뺐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규명의 핵심이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6개월 만인 지난 3월 4일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주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다. 특히 야권의 공수처 고발로 인해 핵심 피의자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가 돼 있었다. 이에 공수처는 대사 지명 사흘 만인 7일 이 대사를 불러 4시간 가량 조사했다. 이후 법무부는 하루 만인 8일 이 전 장관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3월 10일 주호주대사로 부임하기 위해 출국했고, 불과 11일 만인 21일 급거 귀국했다. 이 대사는 귀국 당시만 해도 '사의 표명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호주대사로서 해야 할 중요한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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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 이첩 관련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대령·맨 앞줄 왼쪽 세번째)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 출석을 앞두고 이준석(여섯번째) 개혁신당 대표와 면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03.21 mironj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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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 달 앞둔 시점 '호주대사 임명' 이유 의문

하지만 귀국 8일 만인 29일 그야말로 전격 자진사퇴를 표명했다. 4·10 총선을 12일 앞둔 상황이고 사전투표일이 불과 7일 남은 시점이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을 둘러싼 비판과 부정적 여론이 정부·여당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윤석열정부가 왜 총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이 전 국방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했는지 적지 않은 의문이 든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군에 수사권이 없으므로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또 국방부와 해병대는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을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며 장관의 지시는 외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에 이첩 보류·혐의자 기재 범위 축소 등 정당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다는 논리다.

대통령실도 개입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자 "국가안보실에서 무엇을 수정해서 (수사) 절차가 어그러지는 그런 상황은 전혀 없었다고 본다"면서 "정황을 추측하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가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주요 보고라인은 대통령실의 임종득(총선 출마)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중장 진급·국방대 총장) 국방비서관, 박진희(소장 진급·56사단장) 국방장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김화동(대령) 해병대 비서실장 등이다.

하지만 박 전 수사단장 측은 'VIP(대통령)가 아침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격노해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취지로 질책했다는 설명을 김 사령관이 했다'는 주장이다. 박 전 단장은 대통령 관련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를 담은 의견서를 지난 3월 14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2일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과 관련한 특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이 전 장관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최근까지 연장해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려져 오는 4월 3일부터 본회의 표결을 할 수 있다. 야당은 총선 직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사 외압 논란 전후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사령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라도 채 상병 순직을 둘러싼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이 단단하게 세워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kjw86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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