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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모두가 ‘최초, 최초, 최초’…어디에도 없었던 SM의 성공 전략 (2) [K-컬처 위닝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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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작곡가 협업ㆍ송캠프 도입

글로벌 보편성 갖춘 음악 시발점

한국 넘어 해외 진출 일군 성과

음악 기반 아티스트 IP 무한 확장

시대 앞서간 다양한 사업 개척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열여덟, 오빠들은 내 삶의 전부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대사)

1997년, ‘오빠들’에 미쳐있던 소녀들이 등장했다. 속칭 ‘빠순이’로 불리던 1세대 팬덤. 하얀 풍선을 손에 쥐고 H.O.T가 가는 곳이라면 세상 끝까지 동행하던 한국의 소녀들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팬덤의 ‘최초의 역사’였다. 비가 오는 날엔 당연히 하얀 우비를 입었고, 오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으며 숙소 앞에 진을 쳤다.

1세대 K-팝 그룹 H.O.T의 등장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들과 함께 K-팝 문화가 태동했고, K-팝 아티스트라는 슈퍼IP(지적재산권)는 ‘가요기획사’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회사로 뿌리내리는 출발점이 됐다. 그 시작에 SM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모든 것이 ‘최초’였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땅에 첫 발자국을 찍었다. 그것이 지금의 SM을 있게 한 성공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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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움직인 최초의 음악적 시도“SM은 뭔가 좀 이상하고 특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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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의 음악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과감한 실험정신, 트렌드를 만드는 세련미, 타협하지 않는 독창성…. SM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소위 SMP(SM Music Performance)라고 불리는 ‘독특한 음악색’은 SM이 30여년 간 이 분야를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SM식 음악을 만들기 위한 ‘최초의 도전’들은 지금의 K-팝을 움직인 힘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의 인터내셔널 A&R(가수의 음반 기획 및 작곡가 섭외, 녹음 등 음악작업 총괄)은 K-팝의 거의 모든 것을 바꿨다”며 “이 시스템을 통해 나온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하는 음악들이 K-팝을 해외 시장으로 이끈 키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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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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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K-팝 업계로 확산한 최초의 송캠프

소녀시대(2007년 데뷔), 샤이니(2008년 데뷔), f(x) (2009년 데뷔)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슈퍼주니어와 보아가 꾸준히 정상에 있던 지난 2009년. 위대한 음악 실험이 시작됐다. SM 최고의 ‘음악 업적’으로 꼽히는 ‘송캠프’다.

지금은 국내 대중음악계의 ‘필수코스’가 됐지만, 송캠프를 최초로 시작한 것은 SM이었다. ‘송캠프’에선 각양각색의 창작자들이 모여 트랙메이킹부터 탑라이닝, 믹싱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노하우를 주고 받으며 하나의 곡을 만든다.

이성수 SM CAO(Chief A&R Office)는 “송캠프의 핵심은 작가, 탑라이너(멜로디를 만드는 작곡가), 트랙메이커(반주부터 편곡까지 음악의 뼈대를 만드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를 잘 발굴해 조합하는 것”이라며 “좋은 조합이 나왔을 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새로운 음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M은 2009년 송캠프 실험을 시작,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송캠프 시스템을 구축했다.

SM이 송캠프를 시작한 때만 해도 한국 대중음악계는 소위 말하는 ‘가요 감성’이 ‘대세’였던 때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엔 작곡가 한 명이 곡을 썼지만, 여러 창작진이 참여해 곡을 쓰게 되면 혼자일 때보다 다채롭고 입체적인 곡이 나오게 된다”며 “SM은 송캠프를 통해 동시대 사운드를 가미한 세련된 팝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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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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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송캠프는 다국적 음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찍어내듯 음악만 만드는 공장이 아니다. 한국을 찾은 창작자들이 K-팝을 만들기 위해 한국의 문화를 접하고 공유하며 충분히 녹아들도록 시간을 준다. 도시 곳곳을 여행하고,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며, 한국에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누구보다 K-팝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새로운 시선을 공유하는 창작진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이다. 이성수 CAO는 “송캠프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자 학습의 장이고, 설사 원하는 음악이 나오지 않더라도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작가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했다.

송캠프는 SM 음악의 분기점이 됐다. 송캠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였던 2012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샤이니, 소녀시대, 소녀시대 태티서, f(x)가 실험적인 음악을 내며 SM의 색깔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도 이 무렵을 “SM 음악이 한 단계 올라서는 시기”라고 본다. “한국 작곡가와 달리 해외 작곡가들은 새로운 관점으로 K-팝 아티스트를 바라봤기에 보다 다면적인 음악을 풀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정민재 평론가의 설명이다.

송캠프를 통해 소녀시대 ‘더 보이즈’, 태연 ‘와이(Why)’, 엑소 ‘로또’, ‘몬스터’, NCT U ‘배기 진스(Baggy Jeans )’, NCT127 ‘영웅’, 에스파 ‘새비지(Savage)’, 라이즈 ‘토크 색시(Talk saxy)’ 등 SM 소속 가수 타이틀곡의 30~40%가 나왔다. SM의 송캠프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무려 40개의 송캠프 스튜디오를 통해 매일 새로운 창의력이 솟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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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SM은 해외 작곡가들과 손을 잡고 색다른 음악을 만들었다. 보아의 ‘넘버원’(2002)을 프랑스 칸 미뎀에서 사왔고, 보아가 미국 진출을 한 2008년부턴 본격적으로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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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1998년 ‘외토벤’의 시작…‘현지화 전략’의 출발

‘요정’의 시대를 연 1세대 K-팝 그룹 S.E.S.. 1998년 세 소녀가 ‘몽환의 끝’을 달리며 꿈을 노래했다. SM 최초의 해외 리메이크곡인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다. 이 곡은 핀란드 출신의 여성 듀엣 나일론 비트의 원곡을 사와 송캠프를 통해 다양한 창작자들이 머리를 맞대 다시 태어났다. SM 최초로 해외 작곡가와의 교류가 시작된 곡이자, K-팝 업계에 ‘외토벤’(외국인+베토벤의 합성어로, K-팝 팬덤이 외국인 작곡가를 부르는 말)의 시대를 알린 곡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드림스 컴 트루’는 해외에서 데모를 사와 만든 경우가 흔치 않던 시대에 SM이 최초로 시도한 해외 작곡가와의 협업이었다는 점에서 K-팝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곡”이라고 했다.

이때 부터 SM은 해외 작곡가들과 손을 잡고 색다른 음악을 만들었다. 보아의 ‘넘버원’(2002)을 프랑스 칸 미뎀에서 사왔고, 보아가 미국 진출을 한 2008년부턴 본격적으로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업적이 나온다. 북유럽 음악 시장의 개척이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작곡가들이 SM 송캠프를 통해 발굴되고, 함께 음악을 만들며 K-팝에 뿌리내렸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바 딤버그다. SM 송캠프 출신의 그는 4세대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 ‘디토(Ditto)’, ‘쿠키(Cookie)’를 만들며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었다.

북유럽은 과거엔 미처 알지 못했던 음악 강국이다. 이 ‘미지의 땅’에 있던 창작진들은 SM 덕에 K-팝 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SM이 북유럽 시장을 개척한 것은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하고 있다. 이성수 CAO는 “북유럽에 워낙 팝을 쓰는 작곡가들이 많았고, 이 지역에서 크면 미국 LA로 진출하기도 했다”며 “왕립음악원 출신의 탄탄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많은 데다 한국과 닮은 구슬프고 애틋한 정서도 K-팝에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스웨덴 음악가들의 국외 진출을 돕는 비영리 단체 엑스포트 뮤직 스웨덴의 예스퍼 토르손 대표 역시 “스웨덴 음악과 한국 음악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멜로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닮았다”고 했다.

북유럽 출신 작곡가와 K-팝의 만남은 ‘윈윈’이었다. 임희윤 평론가는 “1980년대 아바의 성공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북유럽 작곡가들은 실력은 출중하나 영미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며 “그러다 K-팝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고, 맥스 마틴을 비롯한 북유럽 출신 작곡가들이 주류 팝 시장을 쥐락펴락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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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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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작곡가와의 협업이 늘며 SM 아티스트들의 타이틀곡도 외국인 작곡가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2012년 3월 발매된 샤이니의 ‘셜록’ 앨범에선 수록곡 7곡 중 5곡, 2011년 4월 발매된 f(x) ‘피노키오’에선 수록곡 10곡 중 6곡이 외국 작곡가의 곡일 정도로 많았다.

이러한 협업은 SM이 시장 확장을 위해 시도한 ‘현지화 전략’의 일환이다. 팝 음악에 정통한 창작진을 통해 글로벌 보편성을 가진 음악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 기획사와 협업하고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로 향했다.

2000년대 초중반엔 동아시아 시장 진출에 몰입했다. 당시 SM재팬을 설립해 에이벡스(avex)와 협력 제휴를 맺고, 한국에서 온 ‘천재 소녀’ 보아를 알렸다. 보아는 온전히 ‘신인 가수’로서 에이벡스라는 거대 일본 기획사의 지원을 받아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5년 일본에서 데뷔한 동방신기는 남자 아이돌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던 일본 진출을 위해 쇼핑몰 계단, 대학 강단, 길거리 등에서 소규모 공연을 하며 밑바닥부터 이름을 알렸다. ‘겨울연가’(2004)의 폭발적 인기로 일어난 ‘한류 열풍’의 시류를 타지 않고, J-팝 가수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동방신기는 2009년 한 해동안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음반, DVD를 포함해 9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4년 데뷔한 트랙스는 일본 록밴드 엑스 재팬의 리더 요시키가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한 ‘한일 합작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보아를 통해 에이벡스와의 협업하고, 트랙스 등 현지에서 공동제작한 아이돌을 선보이고, 슈퍼주니어 엑소를 통해 외국인 멤버를 영입하는 등 현지화 전략은 SM이 K-팝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한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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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변화가 꿈틀대던 2009년 한국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누구보다 발 빠른 시도로 해외 진출의 새로운 문을 연 SM의 유튜브 채널 개설을 계기로 K-팝은 더 넓은 세계로 향하게 됐다. [SM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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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엔터 최초의 유튜브도 SM이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사 최초로 시도한 유튜브 채널 역시 SM이었다. 2009년이었다. 플랫폼의 변화가 꿈틀대던 시기, 누구보다 발 빠른 시도로 해외 진출의 새로운 문을 연 것이다. 이는 결국 K-팝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성수 CAO는 “K-팝을 만드는 필수 요소인 음악, 퍼포먼스, 스타일링 등 ‘굿-룩킹(good-looking)’한 모습을 보여주는 종합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채널을 열었고, 음악을 보고 듣는 플랫폼이 마땅치 않던 시절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K-팝이 확산됐다”고 봤다.

이 무렵 소녀시대는 현지 기획사와 협업이 아닌 파급력이 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룹을 알린 뒤 일본으로 진출했다. SM의 이같은 전략은 당시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지화 없이 노래를 먼저 유행시킨 후 진출하는 전략은 일본 시장에 올인하지 않고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해외 작곡가, 기획사와의 협업으로 ‘글로벌 보편성’을 가진 음악을 지향하고 해외 시장 문을 두드린 SM은 2011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M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K-팝의 유럽 진출 포문을 열었다. 이 공연은 한국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의 파리 공연이었다. 그 해 10월엔 아시아 최초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공연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막혔을 때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전용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개설했다. 전 세계 팬들이 동시 시청할 수 있는 온라인 공연에 대한 지속적 고민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미 SM은 독자적인 ‘컬처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공연 문화를 이끌어왔다. 2013년 강남역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한 소녀시대 ‘V 콘서트’, 2015년 세계 최초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School OZ)’이 대표적이다.

비욘드 라이브를 통해 SM은 공연당 평균 20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공연, 뮤직비디오, 방송이 혼합된 영상의 장점을 보여주며 팬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로 다이내믹한 무대를 연출하고 멀티캠, 멀티뷰로 좋아하는 멤버의 땀방울과 표정까지 감상할 수 있게 했다.


④ 내 안에 흐르는 건 ‘핑크 블러드’…최초의 엔터사 팬덤

“SM의 팬들에겐 ‘분홍색 피가 흐른다’.”

K-팝엔 언제나 열성적인 팬덤이 따라다니지만, SM엔 누구도 가지지 못한 강력한 팬덤이 있다. 특정 아티스트가 아닌 SM 자체를 사랑하는 ‘핑크 블러드(PINK BLOOD)’다. 2020년 5월 상표까지 출원한 ‘핑크 블러드’는 SM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응원하는 팬덤을 부르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핑크 블러드’의 존재는 “국내 음악시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희윤 평론가는 “핑크 블러드의 핵심은 ‘SM 음악은 좀 이상하다’며 이 독특한 실험성에 빠져드는 SM의 팬덤이 결집한 것”이라며 “심지어 너무 난해하고 기괴해 병맛이라 여겨지는 음악과 세계관, 여기에 비주얼과 퍼포먼스가 더해져 핑크 블러드를 공고히 만들었다”고 봤다.

‘핑크 블러드’는 존재 자체로 역사다. 이들은 대를 이어 팬을 자처한다. 1세대 K-팝 그룹 H.O.T.와 S.E.S에서 시작됐든, 2세대 소녀시대·샤이니부터 시작했든, 핑크 블러드는 SM에서 데뷔하는 신인 그룹에게 ‘당연한’ 애정을 보낸다. 실제로 SM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현장에 가보면 소녀시대의 팬이었다가 에스파를 좋아하게 됐다, 샤이니를 좋아하다 NCT로 이어졌다는 팬들을 적잖게 만날 수 있다. 1세대부터 H.O.T.부터 4세대 에스파, 5세대 라이즈까지 30년의 긴 시간동안 이어진 팬덤은 SM의 지속가능성에 ‘천군만마’가 된다.

이성수 CAO는 “핑크 블러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SM이라는 브랜드와 음악”이라며 “음악에 대한 기대감, 예술로서 가지는 기대치가 높아 자발적 팬덤으로 자리하는 동인이 됐고, SM은 이러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음악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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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음악엔 독특한 색깔이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SM스러운 음악으로 샤이니의 샤이니 정규 3집 합본 앨범 ‘미스컨셉션 오브 어스(The misconceptions of us)’(2013)를 공통으로 꼽는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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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가장 ‘SM스러운 음악’들

H.O.T부터 NCT위시까지, S.E.S부터 에스파까지… 보이그룹이든 걸그룹이든 SM 음악엔 독특한 색깔이 있다.

임희윤 평론가는 “곡의 구조와 진행에 변덕이 많고 특이한 가사”라고 했고, 정민재 평론가는 “동시대 팝 사운드와 알앤비(R&B)를 기반으로 한 창법, 공격적이고 강력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캐치한 멜로디가 공존한다”고 했다.

워낙 많은 가수를 배출한 만큼 SM의 음악색을 하나로 정의할 순 없지만, SM의 음악은 다른 경쟁사와 구별되는 ‘독특한 느낌’이 존재한다. “SM에 소속된 그룹들은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색깔을 가진 독특함을 지닌다”는 것이 정민재 평론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SM스러운’ 음악으로 샤이니 정규 3집 합본 앨범 ‘미스컨셉션 오브 어스(The misconceptions of us)’(2013)와 f(x) 2집 ‘핑크 테이프(Pink Tape)’(2013)라고 꼽는다.

정민재 평론가는 샤이니 3집에 대해 “컨템포러리 밴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나온 샤이니가 동시대 팝사운드를 자기 식으로 표현한 첨단 K-팝이자 정교한 제작이 들어간 앨범”이라고 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SM의 방향성을 알린 대표적 작품으로 2010년대 SM은 K-팝의 르레상스라 할 정도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고, K-팝이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f(x)의 ‘핑크 테이프’는 “그 시절 송캠프의 수작”(정민재 평론가)이자 “다양한 트랙과 신박한 화성진행, 상징시와 같은 특이한 시어가 조합된 음반”(임희윤 평론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드벨벳 2집 ‘퍼펙트 벨벳’도 “다채로운 사운드의 균형있는 조화, 레트로한 알앤비부터 팝, 디스코를 아우르는 음반”(정민재 평론가)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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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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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슬러 H.O.T 1집은 “SM의 시작이자 K-팝의 시작”(김도헌 평론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앨범이며, 동방신기 4집 ‘주문’은 “그룹의 최전성기이자 SM의 대표 브랜드로 정점에 오른 시기의 활약”(김도헌 평론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반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특히 “아카펠라 보컬 그룹이라는 가창 실력을 갖춘 동방신기를 다시 한 번 중요하게 평가할 수 있는 앨범이자 SM의 최전성기에 나온 음반”이라고 봤다.

최근 곡인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은 SM 음악의 독특한 특질이 잘 녹아든 곡으로 평가받는다. 임희윤 평론가는 “해체와 재조합, 템포와 장르의 변화 등 대중적 팝에서 시도하지 않는 음악을 잘 매만진 곡”이이라고 했다.

실험적 시도는 때때로 대중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2010년대 이후는 빅뱅, 2NE1, 2PM, 원더걸스, 티아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로 이어지는 2~3세대 K-팝 그룹이 대중적 음악으로 무장한 때였다. 임희윤 평론가는 “강력한 훅, 드라마틱한 진행, 기승전결이 잘 짜여져 ‘한국적 뽕기’를 담은 곡이 다수를 이루던 때에 SM의 음악은 세련된 느낌은 있는데 난해하다는 평가와 함께 대중성에선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럼에도 이러한 SM의 색이 SM 팬덤을 만든 뿌리였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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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위시 팝업스토어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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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IP의 중요성 알아본 선견지명…K-팝의 무한 확장스타와 팬을 연결하는 일대일 프라이빗 메시지의 시초는 이미 2007년이었고, H.O.T 시절 세상에 나온 아티스트 상품은 현재 K-팝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수입원이 됐다.

SM은 음악과 아티스트 IP를 무한 확장하는 데에 발군의 역량을 보였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시도하지 않은 다양한 사업을 통해 K-팝 산업에 IP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각인시켰다.

SM의 영역 확장의 특징은 음반 사업, 매니지먼트 사업에서 ‘독보적 1위’ 체제를 구축한 뒤 이어졌다는 점이다. 1세대 아이돌 그룹을 시작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 이를 활용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요식업(2016년 시작, 2023년 매각), 여행업, 교육(2016년 종로학원과 협업한 SM유니버스) 사업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해 성공과 실패를 마주했다.

현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구축되기 이전 SM은 당시 활용할 수 있는 신선한 마케팅 전략으로 팬덤에 접근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요 매출인 ‘MD(기획 상품)의 신세계’를 연 것도 SM이었다. 2010년대 전후 가요기획사가 시장에 제공하는 상품은 CD, 테이프, DVD에 불과했으나 SM은 음악 관련 상품을 넘어 패션, 리빙, 뷰티, 문구까지 확장했다.

지난 2013년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 오픈한 SM타운 매장은 소속 아티스트의 포스터, 포토카드, 문구류, 의류, 잡화 등 700여 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 월 평균 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영캐주얼 매장 평균 매출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수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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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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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관계자는 “굿즈 제작시 상품과 아티스트 이미지가 잘 부합하는지, 팬덤마다 선호하는 상품군을 다양하게 잘 매칭시켰는지 고려한다”며 “특히 의류 같은 경우 아티스트의 취향과 의견을 많이 담는다”고 말했다.

타깃층을 정확히 겨냥해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자, SM에 대한 팬덤의 충성도는 더 높아졌다. SM 측은 “멤버들이 직접 MD 제작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낼 때 예상 외의 의견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참신한 굿즈들이 나온다”며 “슈퍼주니어’ 전 멤버가 제대 후 만든 군번줄과 꽃신 목걸이, 샤이니 키의 ‘옷 갈아입히기 스티커북’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선견지명도 탁월했다. 1세대 그룹부터 ‘팬덤의 힘’을 확인하고 그들의 니즈를 간파한 SM은 2007년 다날과 함께 다이렉트 팬레터 사업을 시작한다. ‘UFO’라는 이 서비스는 휴대폰이나 PC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보내면, 스타가 이를 확인하고 답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번역 서비스까지 탑재해 2018년까지 이어졌다. 이 서비스는 2020년 국내 최초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버블’의 모체가 됐다.

정민재 평론가는 “SM은 2000년대부터 굉장히 많은 사업을 통해 첨단 시도를 해왔다”며 “사업의 분야가 많아 실패 사례도 있었으나,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와 같이 플랫폼이 없던 시절 다양한 시도와 발상을 통해 시작한 서비스들이 현재의 K-팝을 이끄는 중요한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SM은 종교에 가까운 특유의 팬덤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한 기업으로 좋은 IP를 많이 가지고 있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며 “성공, 실패의 이분법을 떠나 이러한 시도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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