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과실(과일) 물가가 41.2% 상승하며 32년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인 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2024.03.06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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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수산물 등 먹거리 가격 불안에 이어 국제 유가와 환율까지 오르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 현상 속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서민경제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53원까지 올라 지난해 11월1일 이후 4개월 만에 1350원 선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1346.2원)으로는 올해 첫 개장일(1300.4원)과 비교하면 석달 만에 환율이 50원 가량 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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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견조한 가운데 각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움직임도 커지면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은 중립적인 데 반해 스위스·영국 등 주요국은 대부분 완화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달러는 가만히 있음에도 다른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과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원화를 끌어내린 효과도 있다. 위안화는 지난해 말부터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달러당 7위안’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환율 수준이다. 엔화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할 뜻을 밝히면서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역대급’ 엔저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도 크게 올랐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분의 배럴당 가격은 최근 81달러를 웃돈다. 연초(70.38달러)와 비교하면 15% 넘게 오른 것이다. 홍해에서 예맨 후티 반군의 위협이 계속되고 러시아 정유시설이 공격받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이 합세한 OPEC+가 2분기까지 감산하겠다고 밝히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등의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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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환율과 유가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그동안 유가상승의 충격을 유류세 인하 혹은 한전 적자 등으로 흡수했던 것은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정상화될 수 있다는 복안 때문이었다”며 “석유를 달러를 주고 사니까 환율이 올라가면 유가 상승 부담이 증폭되고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채산성이 높아지지만 일본 등 경쟁국 통화도 가치가 절하되면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당장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조선과 자동차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영준 경희대 교수는 “수출은 우리나라 환율만 보면 안 되고 경쟁 국가 환율을 같이 봐야한다”며 “현대차도 잘 팔린다고 하지만, 유럽·미국에서 일본 자동차들이 약진하는 것을 보면 엔저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 압력이 해소되기 위해선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위안화 약세 진정 등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나 해당 요인들이 곧바로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며 “4월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 해외 송금에 따른 수급 요인도 작용해 환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작년엔 OPEC이 감산을 해도 미국이 증산을 하며 상쇄했지만, 올해는 시추도 줄고 원유 생산 재고도 줄고 있어 상쇄효과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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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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