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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스페인 명장, '최하위' KB손보 돌풍 예고 "2위여도 좋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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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KB손해보험 미겔 리베라 감독.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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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최하위에 머문 KB손해보험이 야심차게 창단 첫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 출신 미겔 리베라(39·Miguel Rivera) 감독이 반등을 이끌지 관심을 모은다.

미겔 감독은 2009년 스페인 여자 국가대표팀 전력 분석관, 2014~2021년 스페인 남자 국가대표팀 수석 코치를 거쳐 2022년부터 스페인 남자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스페인 남자 대표팀은 미겔 감독 부임 후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을 49위에서 33위까지 끌어올릴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거뒀다.

프로팀 경력도 화려하다. 미겔 감독은 스페인 남자 대표팀 수석 코치로 재임할 당시 스페인 남자 프로팀 Club Voleibol Teruel을 이끌며 다수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스페인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은 미겔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2023-2024시즌 중 창단 첫 최하위에 그친 K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고 반등을 노린다.

28일 경기도 수원시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난 미겔 감독은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다. 구단에서 감독직을 제안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V리그에 합류할 수 있어 영광이고, KB손해보험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겔 감독이 한국행을 결심한 데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전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는 "큰 도전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친분이 있는 세자르 감독에게 한국 배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한국 배구의 구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겔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선수단 파악에 나섰다. 시즌 종료 후 마무리 훈련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일단 선수들과 면담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면서 "선수보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휴가 후 정식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첫 인상에 대해서는 "첫 만남이 가장 중요했고,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부진한 성적 탓에 힘들었던 만큼 변화하려는 의지가 보였다. 굉장히 긍정적이었다"고 흡족해 했다. 이어 "선수들이 외국인 감독이 처음이라 걱정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면담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지만 해외 무대는 처음이다. 미겔 감독은 "첫 해외 무대라 기대되는 부분이 크다. 나는 그동안 꾸준히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고,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면서 "내가 갖고 있는 배구 철학을 팀에 전달하고 성장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겔 감독과 같은 스페인 출신 외국인 선수 비예나가 한국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미겔 감독은 "비예나와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구단에 제의를 받기 전에도 꾸준히 연락을 했다"면서 "스페인 국가대표 주장인 비예나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때마다 잡아주려고 노력했다. 시즌 중에도 계속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봤다. 비예나와 세자르 감독의 말이 한국행을 결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예의, 존중에 대해 높게 사고 있다. 특히 구단 스태프에게는 10점 만점에 11점을 주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매운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젓가락질도 더 연습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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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미겔 리베라 감독.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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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하위에 머문 만큼 반등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미겔 감독은 "그동안 팀을 맡으면서 항상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부담은 항상 느꼈다"면서 "오히려 좋은 분위기에 지휘봉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성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수단 파악 후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 등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미겔 감독은 "진행 중인 단계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한 포지션만 보강하는 것이 아닌 경기력 보강이 시급하다. 지금은 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들 블로커, 리베로 등 포지션이 KB손해보험의 약점으로 꼽히는 데 대해서는 "특정 포지션 탓을 하고 싶지 않다. 모두의 책임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 팀의 주요 지표를 보면 대부분 6, 7위에 그쳤다. 앞으로 발전해야 할 부분은 한두 포지션이 아닌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겔 감독은 현 시점 팀의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선수들이 뽑아낼 수 있는 기량의 한계치에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새 시즌에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만큼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라면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면 2위를 해도 괜찮다. 후회가 남는다면 모든 것을 쏟아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약속드리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은 약속드리겠다"고 전했다.

KB손해보험 사령탑으로 미겔 감독이 부임하면서 V리그 남자부의 외국인 감독은 4명이 됐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 등과 함께 외국인 감독 시대를 열었다.

이에 미겔 감독은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 매우 영광이다. 경험이 많은 감독들과 경쟁이 기대된다"면서도 "코치들이 배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은 코트 안에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경기력에 집중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과 계약 전 미겔 감독은 지난 17일 한국전력과 마지막 홈 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팬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빨리 팬들에게 우리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력은 우리의 책임이지만 팬들이 있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우리 경기력이 팬들의 많은 관심을 이끌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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