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2024 빅매치 르포]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대전 동구
"내가 팍팍 밀어줄껴"...대전 동구 '젊은 피' 장철민의 수성전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대전 동구①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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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팍팍 밀어줄껴. 열심히 혀!"
지난 21일 오후 1시40분쯤, 대전 동구 용운시장. 한 행인이 4·10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마주치자 이같이 말했다. 그러자 시장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한 상인이 "내가 우리 장철민 의원을 잘 알아"라며 "처음 왔을 때는 열심히 좀 하라고 '쿠사리'(핀잔이라는 뜻의 일본어)를 좀 줬는데 좀 심하게 했었나 싶어서 미안해"라고 맞장구를 쳤다.
장 의원은 2012년 의원실 7급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거쳐 21대 국회 진출에 성공했다. 민주당 험지로 여겨지던 동구에서 36세 최연소로 당선돼 화제가 됐다. 이어진 의정활동에선 젊은 피 다운 패기와 묵직한 정치 구력을 토대로 대전의료원 건립 확정, 혁신도시·도심융합특구 추진 등 성과를 냈다. 이번 총선에선 당내 3인 경선을 1위로 통과하며 재선에 도전하게 됐다. 국민의힘에서 윤창현 의원(비례대표)를 공천하면서 '현역 맞대결'이 성사됐다.
장 의원은 이날 '민주당 국회의원 장철민' '더 큰 일 하겠습니다'란 글자가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용운시장 일대 거리인사에 나섰다. 용운시장은 2007년 정식 등록돼 용운동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전통 종합시장으로 100여명의 상인들이 5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장 의원 캠프 관계자는 "용운시장 상인 분들을 포함해 동구가 원래 보수세가 강하지만 (장 의원이 지난 4년간 활동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 의원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최근 지역 인사를 다녀보면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폭정에 대한 분노가 지역 전반에 퍼져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배경에는 정부가 지역을 소홀히 하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비전을 외면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과학도시 정체성을 가진 대전의 피해가 컸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장철민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동구)이 19일 오전 대전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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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이날 특유의 친화력과 넉살로 상인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안부를 주고받았다. 상인들이 "손이 차다"며 악수하기에 미안쩍어하면 덜컥 양손을 맞잡고 "하나도 안 차갑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의 성격을 아는 듯 상인들도 농이 섞인 인사를 던졌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자신이 입은 빨간색 옷을 가리키며 "오늘은 위장 색으로 입었다. 원래는 내가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고, 다른 한 상인은 박카스를 건네며 병에 붙은 '파란색 스티커'를 강조해 보였다.
각종 나물 등을 파는 채소 가게의 주인인 80대 어르신은 장 의원과 인사를 한 뒤 머니투데이 더300에 "정부는 뭘 하는지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장 의원이 시장에 얼굴을 자주 비춰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시장 근처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5)는 장 의원에 대해 "젊은 사람인데 사람들과 관계가 참 좋다"며 "서민들 의견이나 잘 못사는 사람들 의견을 잘 듣고 민원을 해결해 준 게 몇 개인지 모른다. 원래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이번 총선에서) 장 의원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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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전 동구 내 국민의힘 지지세도 만만치 않았다. 장 의원을 아는 시민들은 그에 대한 호감을 내비쳤지만, 그를 잘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지원을 둘러싼 지역 민심은 팽팽했다. 어느 쪽을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고, 국회가 맨날 싸우기만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투표를 안 할 생각이라는 이들도 꽤 있었다.
이 지역 토박이라 밝힌 권모씨(62·여)는 "대통령을 뽑아놨으니까 한 번은 밀어줘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여당 사람을 뽑아야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역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뽑아놔야 만날 싸움이나 해서 올해는 투표를 안 할까 싶다"며 "주변에서는 그래도 투표는 해야한다고들 말해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동구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원도심의 완전한 회복'을 총선 목표로 세웠다. 그는 "지난 4년간 동구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숙원사업 해결과 동구의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동구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며 "이제 동구의 더 큰 도약을 이루고자 한다. 동구를 국가균형발전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1호 공약으로는 CTX-a(대전역~세종청사~공주 광역급행열차) 노선 신설을 내걸었다. 청주공항과 반석역을 잇는 충청권 광역철도 CTX 노선에 X축으로 연결되는 노선을 신설하는 게 골자로, 대전·세종·충남·충북 민주당 총선후보들이 공동으로 약속한 공약이기도 하다. 장 의원은 "충청지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구축해 동구가 그 중심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며 "말로만 선심 쓰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 동구를 충청권 메가시티의 중심지로 우뚝 세우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CTX-a 노선 신설 외에도 충청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공약으로 △판암동 도심융합특구 2단계 사업 추진 △세천역→신장산역 명칭 변경 및 신장산역 도시철도~광역철도 복합 환승역 추진 △AI(인공지능)·로봇 교육인재양선센터 유치(로봇 체험박물관을 추가해 학습 공간 마련) 등도 제안한 상태다. 향후 세대별·동별 공약도 하나씩 발표해 나갈 계획이다.
장 의원은 "저는 대전 동구와 함께 꿈을 꾼다"며 "이제 동구의 더 큰 도약을 이루고자 한다. 21대 국회의원 당선 이후 약속드렸던 '동구와 대한민국의 정치를 제대로 바꿔보겠다'라는 초심을 지키고, '더 큰 일 하겠습니다'라는 새로운 약속으로 대전의 미래를 책임지겠다. 대전의 미래, 장철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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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이 왜 이리 좋은겨"…대전 동구를 달리는 '경제통' 윤창현
'대전·충청' 격전지를 가다-대전 동구② 윤창현 국민의힘 후보
윤창현 국민의힘 후보가 대전 동구 한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사진=이병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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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을 깔끔하게 잘 하시는구만, 봉사 많이 다니세요?"
"하여튼 우리는 2번이야. 파이팅하세요!"
오는 4월 총선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하는 윤창현 국민의힘 후보가 대전 동구 산내주공아파트에 위치한 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는 도중 한 80대 여성이 이같이 말했다. 총선을 20일 가까이 앞두고 윤 후보는 지난 21일 오전 대전 동구 곳곳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본인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30분까지 윤 후보가 들른 장소만 5곳이 넘었다.
윤 후보가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고(故)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하는 버스였다. 윤 후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영수 여사를 뵙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며 "기를 확 빨아들여서 우리 동구에 털어놓으면 끝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시민들은 "아이고 우리는 2번이야 2번" "이번에 꼭 돼야 하는데"라며 호응했다. 윤 후보 특유의 굵고 낮은 베이스톤 목소리를 듣고 "목청이 왜 이리 좋냐"는 반응도 나왔다.
버스 인사를 마친 윤 후보는 인근의 한 노래교실로 향했다. 윤 후보가 노래교실에 도착하자 한 70대 여성이 박수를 치며 "어서 들어오라"고 맞았다. 윤 후보는 노래교실 수강생들에 "저도 좀 껴주십시오"라고 인사했다. 처음에는 다소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수강생들은 "노래하고 간다고?"하며 윤 후보를 반겼다. 아직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이라 마이크를 사용하지 못해 윤 후보가 노래를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노래를 하는 것을 들으며 박수를 크게 치기도 했다.
윤 후보는 노래교실을 떠나며 "전통가요를 몇개 배웠어야 하는데 대학가요제 쪽으로만 준비가 돼 있어가지고"하며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그는 "몇번 노래를 (생목소리로) 하기도 했는데, 사람 마음을 얻는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라며 "마음이 가야 표가 가니까"라고 말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후보가 대전 동구에 위치한 한 노래교실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이병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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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 후보는 대전 동부 모범운전자회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했다. 70여명이 모인 회의 맨 뒷자리에 참석해 모범택시 운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몇몇 운전자와는 셀카를 찍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파이팅하라"고 응원했다.
윤 후보는 산내주공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며 오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해당 복지관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도시락 배달을 합쳐 약 250명의 노인 등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복지관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약 100명이다. 윤 후보는 배식봉사를 하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힘을 좀 실어주세요"라고 인사했다. 한 지지자는 "2번 화이팅"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는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30~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윤 후보는 "명함을 나눠드릴 때 안 받는 분이 10명이라고 하면 그중 거의 9명은 30~40대 여성"이라며 "우리 당이 이미지 메이킹에 실패한 부분도 있고, 맘카페 등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싫어하지만은 마세요'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후보가 대전 동부 모범운전자회 회의에 참석해 한 참여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이병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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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대전 동서부의 경제 격차, 일자리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서격차가 교육, 문화 등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를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한 학부모께서 다른 구의 학생들이 내신 잘 받으려고 동구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있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며 "동구의 경제를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를 위해 지난 19일 설립승인을 받은 대전형 공공벤처캐피탈(VC) 대전투자금융(대전 투자청)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오는 2027년까지 투자청과 대전은행을 도심융합특구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도심융합특구는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다. 또 윤 후보는 대전역세권 도심융합특구와 메가충청스퀘어 공간에 민간·공공기관을 유치하고 핀테크와 디지털금융이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도심융합특구 입주 기업과 창업 기업 등에 세제혜택을 주는 지방세법 등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양질의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구를 교육발전특구로 지정하도록 교육청 등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60억원의 교육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자율형공립고 2.0'인 천동고를 대전 동구에 신설하고 일반고인 가오고를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동구 교육지원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윤 후보는 서울대 물리학과·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석사 학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대전중앙초등학교와 대전중학교,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윤 후보는 2005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부임해 재무관리 분야를 가르쳤다. 지난 2012년에는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경제 전문가다.
윤 후보는 "지금 대전은 여당의 프리미엄을 누릴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며 "천동고 설립, 대청호 규제완화, 철도 지하화, 충청 통합메가시티 등 사업 승인부터 국비 확보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회의원이 원팀이 돼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난 4년간 대전 국비는 증가한 데 반해 동구가 받은 국비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44억원씩 줄었다"며 "제가 당협위원장을 맡은 1년간 동구 국비를 569억원 증액시켰다. 동구 발전을 견인할 민·관의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실력과 네트워크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대전 동구는/그래픽=최헌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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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는?
대전 동구는 대전역과 대전복합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지역을 품고 있다. 북부에는 대청호, 남부는 금산군에 접해 있어 남북으로 긴 모습의 지역구다. 지난 15대 국회(1996~2000년) 까지는 갑·을로 나뉘어 있었으나 2000년 16대 총선부터 합구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대전·세종·충남북 의석 28석 중 순서상 가장 먼저 호명돼 '충청 정치 1번지'로도 불린다.
대전역 등이 위치한 원도심 지역이고 대전 서부지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민 연령대가 높아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라 알려졌다. 다만 가오지구 등 신도심을 중심으로 한 표심 변화로 섣불리 승패를 예단할 수 없는 분위기다. 실제 2000년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17대(2000년) 자유민주연합, 18대(2004년) 열린우리당, 19대(2008년) 자유선진당, 20대(2012년)·21대(2016년) 새누리당, 22대(2020년) 민주당이 당선되는 등 여야가 공수교대를 하듯 당선된 지역이다.
현재 대전 동구 현역 의원은 장철민 민주당 의원으로 2020년 총선에서 이장우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3.45%포인트(p)차의 박빙 승부를 벌였다. 2년 전에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박희조 국민의힘 동구청장이 황인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3.19%p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비례대표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대전=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대전=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대전=이병권 기자 bk223@mt.co.kr 대전=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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