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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법제화 목전…中 "불에 기름 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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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지 업고 분쟁 핵심 스프래틀리 영토 규정…中외교부 "상황 더 복잡하게 만들 것" 강력 항의

中-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상시화 가능성…미·일·필리핀 정상회담 '정례화'도 갈등 높일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아예 법제화하려는 데 대해 중국이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상원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관할권 수역을 확대 지정함과 동시에 법적 권한을 명시한 이른바 '필리핀 해양 구역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하원까지 통과해서 대통령 서명만 남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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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쏘는 중국 해경선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눈여겨볼 대목은 이 법안이 남중국해의 핵심 분쟁 구역인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南沙>·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제도를 필리핀 영토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필리핀과 중국은 스프래틀리 제도 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를 두고 분쟁을 지속해왔다.

외교가에선 필리핀이 해당 법을 바탕으로 유엔해양법 협약(UNCLOS)을 준용해 새 영해 기점을 정하고 영해·접속수역·배타적경제수역을 확장할 것으로 본다.

영해 기선에서 200해리(370㎞)까지 인정되는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해저 광물자원이나 수산자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필리핀의 이런 행보로 인해 기존 영해 기선이 아닌 그 외부로 훨씬 확장한 기선을 바탕으로 남중국해 지배력을 확장하려는 중국과 추가 마찰과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근래 베트남과 접한 통킹만(중국명 베이부만)에서 본토 또는 하이난다오의 해안선을 바탕으로 그었던 기선을 최대 24해리까지 확장한 7개 영해 기점을 새로 설정하고 영해·접속수역·배타적경제수역의 대폭 확장을 시도 중이다.

중국과 필리핀은 최근 몇 달째 스프래틀리 제도의 세컨드 토마스 암초 부근에서 충돌을 거듭해왔다.

필리핀이 1999년 해당 암초에 좌초한 자국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물자를 보급해왔으나, 작년부터 중국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 발사와 선박 충돌로 접근을 차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필리핀도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친미 성향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필리핀의 대응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직전 '친중'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지배력 강화에 '사실상'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과는 판이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과 궤를 맞춘 필리핀은 이참에 자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장에 기를 쓰는 모습이다.

남중국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수송로로서 전략적 가치도 크지만, 어족 자원과 석유를 포함한 각종 해저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각축전이 벌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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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에 U자 형태로 '남해 구단선'(南海九段線·nine-dash line, 이하 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관련국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특히 필리핀이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해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는데도 중국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남중국해가 공해(公海)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라면서 심심찮게 자국 군용기는 물론 군함, 항공모함을 항행토록 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남중국해 관련 당사국이 아닌 미국은 빠지라고 요구한다.

중국은 최근 필리핀이 동맹국인 미국을 배경으로 남중국해에서 '강공'을 지속하는 데 주목하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의 서명으로 필리핀 해양 구역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양국 간에 협상 공간이 좁아질 걸 우려하고 있다고 SCMP는 짚었다.

중국 민간 군사 연구기관인 그랜드뷰의 류샤오보 필리핀 해양연구센터 소장은 "필리핀이 분쟁 중인 섬, 암초 이외에 인접 해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럴 경우 중국과 필리핀은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남중국해 해양법률정책연구센터의 딩둬 부소장은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법제화 시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소의 주펑 소장은 최근 필리핀에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고 있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편들고 나서자 중국과 대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내달 워싱턴DC에서 있을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일본, 필리핀 3국 간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인데,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인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3국 정상회담이 정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소장은 "최근 필리핀의 이런 행보가 중국이 추진해온 남중국해 '행동선언(DOC)'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캄보디아 등이 회원국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파트너로 2002년부터 남중국해 무력 충돌을 골자로 한 DOC 협상을 시작했으며, 늦어도 2026년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에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법제화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터무니없는 행위"라면서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SCMP는 전했다.

주펑 교수는 "중국으로서도 맞대응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보다는 외교적 대화와 참여로 푸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그래픽]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
[연합뉴스 DB]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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