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유조선 수개월째 사실상 억류…선체 부식에 '환경 재앙' 시한폭탄
후티, 원유 소유권 요구…UN발 구조선까지 '해상 감금'
홍해상에 방치된 FSO 세이퍼호 |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장악하고 있는 홍해에서 기름과 유독성 폐기물 수만톤을 실은 유조선 두 척이 몇달 째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만들어진 지 50년 가까이 된 구형 유조선의 선체가 부식되고 있어 대규모 유출 참사 우려가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1970년대 제작된 폐유조선 SFO 세이퍼호와 이를 인양하기 위해 투입된 새 유조선 MT예멘 호는 현재 후티의 미사일 발사 기지인 라스이사 항구 근처 홍해상에서 수개월째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예멘 국영 석유공사가 소유한 세이퍼호는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초대형 유조선으로, 해상 정유 시설로 사용되다가 2015년 예멘 내전이 본격화한 뒤 후티가 인근 항구를 장악하면서 방치됐다.
방치된 세이퍼호의 선체 부식이 진행되며 대형 유출 사고 우려가 커지자 유엔은 지난해 네덜란드 업체 '스미트 샐비지'와 계약을 맺고 1억2천1백만 달러(한화 약1천614억원)를 들여 인양 작업에 착수했다.
유엔은 세이퍼호에 남아 있던 기름을 새로 투입한 유조선 MT 예멘 호에 옮겨 담은 뒤, 유독성 물질과 오염수를 실은 세이퍼호는 다른 곳으로 옮겨 폐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후티와 예멘 정부가 세이퍼호에 남아있던 기름 소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두 척 모두 지난해 8월부터 홍해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혀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후티 측 소식통은 후티와 예멘 정부 측이 기름을 판 돈의 소유권과 세이퍼호의 인양 여부를 두고 아직 합의를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후티가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한다는 명분으로 홍해에서 미사일 공격까지 벌이기 시작하면서 이 유조선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환경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이달 초에는 홍해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이 침몰하면서 싣고 있던 기름과 비료가 대량으로 바다에 쏟아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예멘 정부 측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후티가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세이퍼호와 MT예멘 호를 풀어주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대변인은 세이퍼호와 MT예멘 호의 인양을 위해 "예멘에 있는 모든 관련된 당사자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아직 후티가 세이퍼호를 의도적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위협에 대한 조짐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해운업체 측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세이퍼호에 남아있던 기름은 모두 MT예멘 호에 옮겨졌지만, 세이퍼호에는 여전히 유독성 폐기물과 기름을 씻는 데에 사용한 세탁수가 7만톤 가량 남아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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