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현혹'은 시간이 흘러도 늙지 않는 호텔 여주인과 그녀가 노인이 된 모습을 초상화로 남겨야 하는 화가 윤이호의 이야기다.
웹툰 '현혹' |
1935년 일제강점기 경성에 사는 화가 이호에게 어느 날 특이한 의뢰가 들어온다.
젊은 시절에는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일흔을 넘겼다는 수수께끼 속 호텔 여주인 마리사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것이다.
이호는 호텔을 찾아가 여주인의 젊은 시절부터 중년, 장년까지의 초상화를 마주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딘가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그녀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흡혈귀라 여전히 20대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고, 내걸린 그림들은 젊은 얼굴에 주름만 더한 가짜 초상화였기 때문이다.
이호는 상상력을 동원해 70대가 된 여주인의 얼굴을 그려보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진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그녀의 인생에 대해 듣게 된다.
여주인의 실제 이름은 송정화이며 흡혈귀와 인간의 혼혈로 태어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이야기, 흡혈귀 사냥꾼 천진린을 만나는 이야기,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중국 상하이에서 조선으로 도망쳐 온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화가는 점점 그녀에게 매료된다.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지만 어딘가 비밀스러운 흡혈귀, 그 주변을 수십 년째 맴도는 사냥꾼, 이들의 이야기를 관객처럼 지켜보는 화가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를 동정하면서 동시에 의심한다.
여기에 낭자한 핏자국과 송곳니, 흡혈 거미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해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웹툰 '현혹' |
초상화가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실제 인물은 영원히 아름답고 젊은 얼굴을 유지하고 초상화 속의 모습만 점점 노화한다는 점에서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떠오른다.
다만 아름다운 얼굴에 악한 심성을 지닌 그레이와는 달리 정화에게서는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있다.
흡혈귀가 되어버린 진짜 마리사를 죽이지 못하고 가둬두거나 사랑하던 연인을 되살리고 싶어서 발버둥 치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간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였던 노화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라는 메시지도 던진다.
매사 차가운 얼굴을 하던 정화는 자연스럽게 노인의 얼굴을 한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미소를 짓는다.
매력적인 이야기인 만큼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뮤지컬로 개발되고 있고 드라마화도 진행 중이다.
네이버웹툰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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