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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드라마 찍기만 하면 ‘은퇴작’ 안재홍 “‘닭강정’ 찍으며 ‘현자타임’ 여러 번 왔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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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안재홍.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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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작품만 공개되면 ‘은퇴설’이 나온다.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기에 임하는 배우 안재홍을 향한 팬들의 찬사다.

19금 방송을 하는 여성 VJ에게 집착하고 탈모까지 구현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2023) 주오남이나, ‘섹스리스’ 부부를 직설적으로 그린 티빙 ‘LTNS’가 나왔을 때도 ‘은퇴설’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닭강정’은 안재홍의 새로운 은퇴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웹툰 속 인물을 그대로 꺼낸 것 같은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인데다가, 하늘을 나는 붕 뜬 캐릭터를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연기한 안재홍을 향해 ‘은퇴설’이 나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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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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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제 ‘은퇴설’을 큰 찬사라고 여긴다. 어떤 배역을 맡아서 온 마음을 다해 연기했다는 걸 인정받는 느낌이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에 몰입했는 게 느껴져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싱크로율 100%, ‘내가 해야겠구나’ 했다”

이병헌 감독이 단편영화 ‘힘내세요, 병헌씨’(2013)를 연출하고, 안재홍이 ‘족구왕’(2014)으로 혜성같이 등장했던 2010년대 중반부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안재홍은 이감독의 장편 데뷔작 ‘스물’(2015)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2019년 많은 사람이 ‘최애 드라마’로 꼽는 ‘멜로가 체질’을 성공시켰다. 대사를 맛깔나게 쓰는 이 감독과 그 대사를 맛있게 씹는 안재홍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멜로가 체질’하고 ‘닭강정’은 결이 매우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둘 다 정말 재밌게 만드셨어요. 감독님과 작업하는 건 행운이라 생각해요. ‘닭강정’ 대본 보면서 신나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웹툰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닮았잖아요. 박지독 작가님께 저를 염두에 둔 거냐고 물어봤어요. 그건 아니라고 하셨는데 너무 똑같아서 놀라셨었대요.”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 대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현자타임’(‘현실자각’을 의미하는 신조어)이 많이 왔다고 했다. 뇌가 마비됐고, 식은땀이 났으며 후회가 밀려들었다고 했다. 이미 수많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각종 연습을 하던 때라 멈출 수 없던 시기였다. 안재홍 역시 연기하며 종종 ‘현자타임’을 느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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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 스틸컷.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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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바지를 입고 닭강정이 된 민아에게 물엿을 발라주는 신이 첫 촬영이었어요. 한강 둔치였는데, 많은 것이 낯설고 힘들었어요. 홍차로 나온 호연씨랑 연기할 때도 힘들었죠. 호연씨가 ‘넌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니까’라는 대사를 할 땐 눈을 볼 수 없었어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예기치 못한 코미디가 탄생하는 순간이긴 했는데, 웃음 참기가 쉽지 않았죠.”

이 감독과 류승룡, 안재홍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웃음 참기’다. 카메라가 켜졌을 땐 절대 웃지 않아야 했다. 코미디 장르지면 현장에는 매우 진지하고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가끔 웃음이 목까지 올 때가 있어요. 그건 사실 못 참아요. 숨소리에도 웃음이 담겨 있어서 터질 수밖에 없어요. 가슴 정도 오면 이겨낼 수 있어요. 필사적으로 NG를 안 내려고 해요. 아쉬우니까요. 빛나는 선물 같은 장면에서 배우가 웃으면 날아가는 거잖아요. 모두가 정말 맛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버티고 참으면서 귀한 선물을 얻으려 해요. 저는 류승룡 선배 미간과 유승목 선배 인중을 보면서 참아냈어요.”

◇“류승룡처럼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류승룡은 후배 배우인 안재홍을 향해 존경을 표했다. 캐릭터 몰입도와 작품 이해도가 훌륭하다는 게 이유였다. 액션과 리액션이 물 흐르듯 구현되는 지점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안재홍도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최고의 선배님과 한 팀을 이뤄서 탁구대회에 나간 느낌이었어요. 설렘도 있고 든든해 의지를 많이 했어요. 이렇게 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호흡을 잘 느끼고 싶었어요. 선배님에게 존경심이 더 커졌어요. 저도 많은 분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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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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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졸업한 건국대 연극영화과에서는 아직도 “안재홍을 보고 배우라”는 교수들의 조언과 찬사가 이어진다는 전언이다. 국내 영화감독 조합(DGA)이 지난 7일 개최한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선 올해의 배우로 선정됐다.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배우인 셈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응원 해주시는 것 같아요. 영광스럽고 좋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좋았거든요. 제가 이 역할을 맡기로 마음먹은 순간 온전히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시청자들이 극에 빠져들게 하는 데 집중해요. 그게 제 일이고요.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가 많은 것 같아요. 돌아보기도 보다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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