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0일(현지시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워싱턴=AP/뉴시스] /사진=민경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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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3차례로 전망한 금리인하 계획을 수정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물가가 '울퉁불퉁(Bumpy)'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연준이 타깃으로 설정한 물가목표(2%)로 수렴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울퉁불퉁한 물가 경로를 밟고 있는 한국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한은은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자칫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및 위험쏠린 신호로 이어질 것을 경계한다. 적어도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로 동결했다. 한국(3.5%)보다 2%p(포인트)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또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선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지난해 말 발표 당시와 같은 4.625%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연내 0.25%p씩 세 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각을 유지한 셈이다.
당초 시장에선 예상보다 높은 물가에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가 3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될 수 있단 전망이 있었지만 연준의 금리인하 계획표는 수정되지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1,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과 관련, "지난해 좋았던 6개월의 데이터만으로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완화에 대한 확신을 내리지 않은 것처럼 이번 2개월의 데이터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과잉해석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약간의 험난함은 있겠지만 향후 물가가 2% 목표를 향해 둔화할 것이란 믿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이날 FOMC 결과를 두고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해석했다. 이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1.37포인트(1.03%) 오른 3만9512.13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6.11포인트(0.89%) 오른 5224.62에 거래를 마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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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마찬가지로 울퉁불퉁한 물가경로를 지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한은은 연준보다 금리인하에 더 신중한 모습이다.
총선이란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국내적으로 물가 이슈가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급하게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특단의 조치'까지 언급하는 등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한은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최우선 과제다.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한은으로선 지금의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해 물가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기자설명회에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밝혔듯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한단 정책에 대한 방향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2월 경제전망에 기반해 보면 상반기 중 금리인하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선 "오는 5월 발표될 경제전망에 기반해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향후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더 크게 내려도 한은의 고민은 커질 수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국내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 기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전환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을 저해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고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급등을 경험했던 경제주체들이 물가 및 자산가격 상승 기대를 재형성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부채의 디레버리징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소지도 있다"고 경계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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