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상승률이 3.4%에 그쳤던 신선식품지수는 지난 2월 전년 같은 기관과 비교해 20.0% 올랐다. 신선식품지수의 상승폭은 지난해 7월 2.2%로 저점을 찍은 뒤 8월 6.6%, 9월 7.6%를 기록한 뒤 10월 13.3%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어 11월 13.7%, 12월 14.5%, 올해 1월 14.4%로 조사된 뒤 지난달 20%대로 올라섰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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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지수가 20%대를 기록한 건 2020년 9월(20.2%) 이후 3년5개월 만이었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채소, 신선과실 등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특히 이 중 신선과실은 41.2% 올라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오름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2월 신선과실의 상승폭은 –3.4%로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문제는 물가에 복병으로 떠오르는 요인이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발표한 ‘3월 최근경제동향’을 보면 2월 두바이유는 배럴당 80.9달러로 지난해 11월(83.6달러) 이후 3개월 만에 80달러대로 오르는 등 국제유가는 상승추세다. 국제유가가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데 통상 2주 정도 걸린다. 2월 4주 휘발유 평균가격이 ℓ당 1637원이었는데, 여기서 더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문제다. 2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2.0% 상승하며 1월(2.2%)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과 2월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폭은 각각 0.7%, 0.8%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에는 특히 시내버스료(11.7%), 택시료(13.0%), 도시철도료(10.9%) 등이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7월 지하철요금 150원을 인상하기로 예고하는 등 총선 이후 공공요금이 현실화하는 점도 서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여도 경기가 좋아 국민들의 소득이 더 많이 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금리의 그늘이 길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 상반기 중 빠른 체감 경기 회복세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물가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충분한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가 부담은 고스란히 여론에도 반영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36%는 긍정평가 57%는 부정평가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를 거론하는 이들이 16%로 가장 많았고, ‘독단적·일방적’(9%), ‘소통 미흡’(9%)이 뒤를 이었다. 올해 전체적으로 봐도 ‘경제·민생·물가’는 부정평가 비중 중 16~19%를 기록하며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김포에 살고 있는 박모(41)씨는 “아이가 한창 클 나이이고, 과일을 많이 좋아하는데 요새는 바나나 정도만 사서 먹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미리 예측하지 못한 건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물가 문제 해결을 정책 과제 1순위로 놓고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당정은 전날 농축산물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규모를 기존 20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농축산물 할인지원 규모도 당초 2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과 등의 경우 햇과일이 나기 전까지 공급량이 제한되는 데다 할인지원 대책의 경우 오히려 시장 수요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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