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준 전 한은 외자운용원장 저서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이 미래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원·달러 환율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위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언제까지 20년도 훌쩍 지난 일에 발목이 잡혀 있어야 할까. 그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규모 12위에 올라섰고,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 됐다. 순대외채권국이기도 하다. 해외에 갚아야 할 빚보다 꿔준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외화자금 유출에 대한 위험 없이 원화는 얼마나 개방될 수 있을까. 올해부터 역외투자자들이 서울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를 할 수 있게 됐고 7월부터는 새벽 2시까지 외환시장이 개방된다. 원화는 국제화 시험대에 서게 됐다.
양석준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의 미래다’(삶과지식)라는 책에서 외환보유액에 대한 이론부터 원화 국제화에 대한 분석까지 총망라하는 외환 지식을 제공한다.
양 전 원장은 우리나라 최대 외화자산 포트폴리오 운용책임자로서 400조원에 달하는 외화자산 지킴이로서 일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미 통화스와프 실무를 담당하며 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
그는 30년간 현장에서 겪어냈던 경험들을 책 한 권에 녹여냈다. 책은 외환보유액의 적정성부터 외환보유액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외환보유액 위탁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역할은 무엇인지, 통화스와프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풀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원화 국제화가 가능한 것인지, 다른 나라들은 자국 통화를 어떻게 국제화했는지 등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케케묵은 외환위기 트라우기가 웬 말인가.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변화하는 새로운 여건에 걸맞은 큰 그림의 위기 대응체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하고 통화스와프만 주장하면서 체질 개선 없이 방어 태세만 취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금융안전망에서 입지를 확고히하기 위해 원화 국제화 등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위상 제고에 힘써야 한다”며 외환당국이 역외투자자들의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인 방안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 가장 가까이에서 긴 세월 근무했던 저자의 식견이 책 전반에 고루 담겨 있는 만큼 환율과 관련 지식의 수준을 높이고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외환당국자들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관련 업무를 하고, 앞으로 하게 될 외환당국자들에게는 다시 없을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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