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애 낳기 힘들지만, 일단 낳았다면 가장 투자 많아
‘나는 자녀에게 저만큼 해줄 수 있을까’ 고민에 포기
학원 간판으로 빽빽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건물 [이상섭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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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일자리가 있는 서울로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서울로 모여든 청년들은 자녀를 낳을 계획이 없다. 청년 인구 유출이 극심한 지방 어느 곳보다도 서울이 가장 출산율이 낮다. 서울의 ‘초저출산율’과 관계가 깊은 요소 중 하나는 사교육비다. 서울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돈이 가장 많다. 서울에 살면서 아이를 낳으려면 ‘나도 저만큼 아이에게 투자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책임이 막중하니 어떤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지레 포기한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별로 사교육비 참여 및 지출규모를 봤을 때 서울이 여타 도시 및 지역 대비 월등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참여학생 비율 모두 서울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023년 서울 학생 1인당 지출된 사교육비 월평균은 62만8000원으로, 광역시(42만7000원), 중소도시(42만5000원), 읍면지역(28만9000원)과 20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시도별 참여학생 사교육비는 서울, 경기, 대구, 세종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고등학교는 서울(98만 8000원), 경기(79만6000원), 인천(75만1000원)이 평균보다 높은 값을 보였다. 중학교는 서울(76만원), 대구(64만2000원), 경기(62만5000원), 부산(60만9000원)이 평균보다 높았으며, 초등학교는 서울(62만1000원), 세종(49만3000원), 대구(48만5000원), 경기(46만6000원), 부산(46만4000원)이 평균보다 높았다.
특히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고등학생 자녀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서울이 지방의 두 배를 가뿐하게 넘겼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고3 학생에 한정해 본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이 103만3000원일때 전남에선 그 절반도 안 되는 42만6000원이었기 때문이다.
비싼 사교육비와 맞벌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또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어느 한사람이 집에서 아이를 봐 줄 수가 없는 만큼 더 많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게 되는 면도 있다. 실제로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일수록 자녀의 사교육 참여율 역시 높았다. 맞벌이 가구의 자녀는 80.6%가 사교육을 받았다. 아버지 외벌이 가구는 78.8%, 어머니 외벌이 가구는 65.4%가 사교육 참여율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맞벌이 가구는 아버지 혼자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돈을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맞벌이 가구가 학생 1인당 쓰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9000원, 아버지 외벌이 가구는 42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외벌이 하는 가구는 28만8000원으로 두 경우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아울러 자녀수가 1명인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6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자녀수 2명은 45만6000원, 자녀수 3명 이상은 33만4000원 순으로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자녀수 1명인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이 82.0%로 가장 높았으며, 자녀수 2명은 80.6%, 자녀수 3명 이상은 70.2% 순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특성을 종합하면, 서울에 사는 맞벌이 부모가 외동 아이에게 들이는 사교육비가 가장 많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서울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저치다. 밑에서 두 번째인 부산시(0.66명)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의 출생아 수는 39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2000명(7.6%) 줄었다. 관악구(0.38명), 종로구(0.40명), 광진구(0.45명), 강북구·마포구(0.48명) 등 5개 자치구는 출산율이 0.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합계출산율 ‘1’은 부부 두 명이 만나 1명의 자녀를 둔다는 의미로 사실 이 자체만으로 미래 인구 감소가 이어진다. 그런데 0.55명은 서울 부부 두 쌍 중 한 쌍만이 1명의 자녀를 둔다는 의미다. 인구 감소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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