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경비원 "관리소장 퇴출 요구하다 보복성 해고 당해"
'경비원 극단선택' 강남 아파트서 1주기 추모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관리소장의 갑질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 박모 씨의 사망 1주기를 맞은 14일 동료 경비원들이 관리소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원들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는 이날 오전 아파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반장을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물러나고 경비원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 아파트에서 3년간 근무하다 2023년 말 일자리를 잃은 동료 경비원 조복남(72) 씨는 "지난해 1월 관리소장이 와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던 중 결국 박 반장이 투신했다"며 "그런데도 관리소장은 여전히 이곳에서 버티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동료 경비원들은 "박씨의 죽음 이후 관리소장의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다가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며 복직 조치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말 경비용역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경비원 76명 중 44명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김정현 노동도시연대 운영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관리소장을 내쫓고 죽음의 원흉인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시정하라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단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게 나선 적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견 뒤 고인이 숨진 장소를 찾아 국화를 놓아두고 묵념했다.
앞서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11년간 일한 박씨는 지난해 3월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박씨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지난해 7월 범죄 관련성이 없고 갑질 문제는 경찰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아파트 관리소장 안모 씨를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했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11월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인식 기능 저하 상태에서 자살을 행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박씨의 유족이 청구한 산업재해 유족급여 신청을 받아들였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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