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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너무 화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아동학대 계모·친부 꾸짖은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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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법원 로고.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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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너무 화가 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14일 오전 10시 20분쯤 수원지법에서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계모 A씨와 친부 B씨 재판에서 형사11단독 김수정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초등학생 형제 C·D군을 23차례에 걸쳐 신체·정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친부 B씨는 이 같은 학대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A씨와 함께 자녀들을 때린 혐의가 있다.

A씨는 첫째인 C군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수회 때렸으며, 술에 취해 D군을 침대에 눕혀 얼굴을 때려 코피가 나게 하기도 했다. 2022년 성탄절 전날엔 형제들을 집에서 내쫓았다.

김 판사는 이날 주범 격인 계모 A씨보다 친부 B씨를 향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B씨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김 판사는 “친자식 아니냐. 남의 자식 키우는 것 되게 어렵다. 본인 자식을 따뜻하게 보듬지 않는데 누가 해줄 수 있겠느냐”며 “B씨는 이 재판 있을 때까지 자녀 양육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노모한테 애를 맡기겠다고 한다. 애들이 원하면 그럴 수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제가 이 사건에서 B씨를 선처한다면 아이들 양육비를 친부가 지급하지 않으면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가 곤란해서 그 점을 감안하는 것이지, 피고인의 행위가 구속될 정도가 아니어서 선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때까지 지급한 양육비 내역과 앞으로 어떻게 지급할지 계획을 작성해서 내라”고 했다.

김 판사는 계모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으면 키우지 말았어야지. 애들이 뭘 잘못했느냐”면서 “피고인들 더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해 아동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며,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며 A씨와 B씨에게 각 징역 6년과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두 피고인 모두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잊지 못할 상처를 줬다. 제가 엄마 자격은 없지만 아이들이 용서해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노력하겠다. 더 성숙하고 나무 같은 부모가 되겠다”고 했다. B씨는 “아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후회와 반성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겠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는 내달 18일이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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