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K팝 개천용은 빅뱅-BTS에서 끝난 거 같습니다."
2006년 방송된 MTV코리아 '리얼다큐 빅뱅'은 그룹 빅뱅의 데뷔 전사를 담고 있다. 영상에서 빅뱅은 마포구 합정동 한 켠의 지하 연습실에서 밤낮으로 땀흘리며 데뷔 무대 준비에 열을 올린다. 앳되고 말간 얼굴의 빅뱅은 '데뷔'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내달린다.
빅뱅은 이후 K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글로벌 그룹이 됐다. 열악한 환경 속 음악과 무대에 대한 열정과 노력만으로 스타덤에 오른 빅뱅을 두고 '개천에서 용 났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빅뱅은 2010년대 전반에 걸쳐 K팝을 주도했던 YG엔터테인먼트의 간판이자 단단한 기반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
빅뱅 이후의 개천용이라 하면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꼽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만 해도 중소 신생 기획사로 분류되던 빅히트뮤직의 신인 그룹에 불과했다. 방탄소년단이 한창 라이징하던 2014년만 해도 많은 언론이 이들의 팀명 앞에 '흙수저'란 수식어를 썼다.
방탄소년단은 최초-최고의 기록을 잇달아 써내렸고, 거대 글로벌 팬덤의 지지를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K팝 그룹으로서 전인미답의 자리에 올랐고, 아직까지 어떤 국내 그룹도 그 기록에 이르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메가 히트에 힘 입어 빅히트뮤직은 오늘날의 K팝 제국 하이브를 이룩했다.
이같은 흐름은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의 격차를 가속화시켰다. 하이브-JYP-SM-YG로 분류되는 대형 빅4를 제외한 중소 기획사는 데뷔조 꾸리는 것은 물론이고, 연습생조차 모집이 힘들다며 울상이다. 가요계 시니어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신인 론칭을 위해 연습생을 찾고 있지만, 역량 있는 친구들은 모두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며 "자본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형 기획사의 네임 벨류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중소 기획사는 마음에 맞는 연습생을 찾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K팝 아이돌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이 기획사의 네임 벨류를 따지는 배경 역시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현실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이후 중소 기획사 출신의 K팝 그룹이 글로벌 성공을 이룬 사례는 극히 드물다. 거의 유일하게 어트랙트가 론칭한 그룹 피프티 피프티를 꼽을 수 있지만, 이들은 전속계약분쟁 등 여 이슈 탓에 결국 키나와 그외 3명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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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프티가 이같은 부침을 겪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업계서는 '어트랙트가 대형 기획사였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겠냐'는 말이 나왔다. 어트랙트는 신인 발굴 및 A&R 기획 등의 역량은 있었지만, 내부 체계 및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큐피드'(Cupid)로 빌보드 '핫100' 차트서 최고 기록 17위, 25주 동안 차트인에 성공, 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손잡은 낸 '아이스크림'(IceCream)과도 비견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결국엔 같은 멤버로 활동이 지속되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이 금자탑을 쌓아올린 이후 오히려 K팝은 하향세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가요계 극심해진 빈부격차가 배경으로 꼽히지만, 그럼에도 중소 기획사들의 도전과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빅뱅과 방탄소년단을 잇는 '개천용', '흙수저' 아이돌이 나와 진취적으로 국내와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K팝 역사를 주도했던 그룹들의 시작은 결코 배부르지 않았다. 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이들의 서사가 세계 팬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방탄소년단을 잇는 차세대 글로벌 K팝 스타는 빅4에 없을 수도 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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