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예방 조치 입증 쉽지 않아… 1건 징역형, 13건은 집행유예
지난달 12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구조물 일부가 내려앉으면서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울산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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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이후 총 40건이 기소됐다. 지금까지 14건에서 1심 판결이 나왔는데 모두 대표이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 가운데 4건에서 판결이 확정됐고 나머지 10건은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가장 무거운 형으로 처벌된 사례는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가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實刑)을 확정받은 것이다. 지난 2022년 3월 한국제강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이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 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였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같은 형량이 선고됐다. 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는데도 안전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10개월 전 사망 사고에 이어) 또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엄중한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나머지 사건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사건’으로 기소된 두성산업 대표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독성 화학물질이 든 세척제를 사용하던 업체에서 근로자 16명이 급성 독성 간염에 걸린 사건이다. B씨는 사내 안전보건 관리 규정, 위험성 평가 매뉴얼 등을 내면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장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유해물질을 세척제로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에 국소 배기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지난 2022년 5월 하청 노동자가 굴착기와 담장 사이에 끼여 숨진 사고로 건설 회사 대표이사 C씨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C씨는 공사 금액 중 산업 안전보건 관리비로 1억2200여 만원을 편성해 안전 장구 구입비, 안전보건 교육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위험한 장소에 대한 출입 금지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없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다고 볼 수 없다”며 유죄로 봤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등이 발생한 경우에 적용된다. 사업주, 대표이사 등이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하청 업체 직원이 사고를 당하면 원청 업체 사업주나 대표이사도 처벌받게 돼 있다.
중대재해 사건 전문인 진현일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미리 확인하고 예산과 전담 인력을 배정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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