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채소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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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생필품 가격 인상 주기…“기업들, 물가 상승 부추겨”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후 비용 압력 등에 대응해 이전보다 더 자주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기업의 가격조정(인상·인하 빈도, 할인 등 일시조정 제외) 빈도를 조사한 결과, 2018∼2021년 월평균 11.0%에서 2022∼2023년 15.6%로 상승했다.
가격조정 빈도는 해당 기간 가격조정 기회들 가운데 실제로 기업이 인상·인하를 단행한 횟수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빈도를 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같은 기간 약 9.1개월에서 6.4개월도 단축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한해 약 두 번 올렸다는 의미다.
한번 올릴 때 인상률은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로 팬데믹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 전후 인상 빈도의 증가율이 높은 생필품은 주로 조미료·식용유지, 축산·수산물 가공품 등 수입 원재료의 비중이 커 비용 압력을 많이 받은 품목들이었다.
이동재 한은 물가동향팀 과장은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수준(2%)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향후 새 충격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물가 안정기보다더 커질 수 있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고객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을 쳐다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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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물가 3.1%, 한달 만에 3%대 복귀…높은 물가 계속될듯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했다. 새해 첫달 2%대로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였던 물가는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재진입했다. 농산물 물가가 20% 넘게 오른 가운데, 특히 과일지수는 41% 폭등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4.5%)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3.4%)까지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국내 기업들의 월평균 가격 조정 빈도.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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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이 41.2% 오른 영향으로 20.0% 상승했다. 신선과일은 1991년 9월 43.9% 오른 뒤로 32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나 됐다. 장을 보거나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일이 두려워질 만큼 물가 압박이 크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과실 등이 많이 오른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높은 물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 동안 안정됐던 국제유가도 중동 확전 우려에 따라 치솟으며 물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중순 75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브렌트유는 가격 83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두바이유도 81달러를 상회한다. 133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도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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