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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93살 ‘뜨개질 장인’ 할머니가 한겨울 난민촌에 불어넣은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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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의 집에서 이오아나 마추카가 뜨개질을 하고 있다. 로이터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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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의 그리스 할머니가 손수 뜬 색색깔의 목도리가 난민촌과 전쟁 지역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 사는 93살의 이오아나 마추카는 날마다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한다. 예전처럼 눈이 잘 보이지는 않고 안면 통증도 있지만 그의 뜨개질은 밤늦게까지 계속된다. 마추카가 매일 하나씩 만드는 이 목도리들은 최근 그리스 난민캠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역 어린이들에게 전달됐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보도와 유엔난민기구(UNCHR) 누리집 설명을 보면, 마추카는 1990년대부터 뜨개질을 해왔다. 60대에 접어든 그가 집 근처 옷 가게에서 남는 천을 받아와 양탄자나 가방 등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이후 취미로 목도리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주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하지만 완성된 목도리가 늘어나면서 그는 목도리들을 그리스 곳곳에 있는 어린이 보호소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부 범위는 점점 넓어져 지인을 통해 보스니아, 우크라이나 등 전쟁이 일어난 지역이라면 어디든 목도리를 보냈다. 이번 겨울에도 그는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목도리 70개를 아테네 인근 난민캠프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전달했다. 고령에도 마추카는 자신이 만든 목도리를 하나하나 직접 다림질하고, 재활용 병뚜껑을 붙여 장식한 가방에 차곡차곡 넣는다. 그가 지금껏 만든 목도리는 30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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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카가 자신이 만든 목도리를 기부하기 위해 가방에 담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유엔난민기구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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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카가 목도리를 받은 어린이로부터 받은 엽서. 로이터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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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카 부부가 사는 작은 아파트에는 실타래들과 작업 중인 목도리와 함께 그에게 온기를 전해 받은 어린이들이 보낸 엽서가 가득하다. 마추카는 “주는 것에서 기쁨을 얻는다”며 “아이들이 내가 만든 목도리의 생동감 넘치는 색깔을 보면서 기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받은 엽서에는 목도리를 닮은 형형색색의 그림과 함께 ‘따뜻한 선물 감사합니다’ 같은 말이 적혀 있다.



마추카의 딸들은 그의 나눔이 그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딸 안젤리키는 “기부는 어머니에게 힘을 준다”며 “(안면통증 등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뜨개질은 어머니의 동력이자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마추카는 “죽을 때까지 뜨개질을 계속 하겠다”고 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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