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 (로이터) |
[3] 코인도 ‘기술주’가 대세
AI·클라우드 관련 코인 급등
올 한 해 전 세계 투자 시장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인공지능(AI)’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코인 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AI 산업과 접목시키고자 하는 ‘AI 코인’이 최근 대세로 떠올랐다.
AI 열풍 최대 수혜주는 ‘월드코인(WLD)’이다. 최근 한 달 가격 상승률이 200%에 달한다. 2023년 7월 출범한 신생 코인임에도 불구하고 거듭 가격이 오르며 시총 80위 내 코인으로 안착했다.
월드코인 프로젝트 자체는 AI 기술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월드코인 설립자가 ‘챗GPT 아버지’라고 불리는 샘 알트만 오픈AI 창립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오픈AI 관련 호재가 있을 때마다 월드코인 가격이 꿈틀대는, 전형적인 ‘샘 알트만 테마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텍스트를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AI ‘소라’를 공개하자마자 월드코인 가격이 또 한 번 급등한 이유도 여기 있다.
월드코인은 2019년 샘 알트만이 설립한 블록체인 재단이다. 핵심은 ‘인간 증명’이다. 가까운 미래, 온라인에서는 AI와 실제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월드코인이 택한 방식은 ‘홍채 인식’이다. AI는 홍채 데이터를 인증할 수 없는 데다, 출생 신고 누락에 따른 기존 신분증 제도의 한계도 극복 가능하다. 기계 앞에서 홍채 인증을 하면 디지털 신분증인 ‘월드 ID’를 발급받고 월트코인 토큰도 지급된다. 토큰을 통해 AI 기술 발달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글로벌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는 게 월드코인 취지다. 생체 데이터 유출 등 월드코인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가격 상승세만큼은 진짜다.
월드코인 외에도 AI 섹터로 분류되는 코인이 저마다 고공비행 중이다. 코인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텐서(TAO), 렌더(RNDR) 등 코인으로 구성된 ‘AI 테마’ 코인이 일주일 새 40% 가까이 올랐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클라우드 공간이나 컴퓨팅 파워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한다는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가 많다.
이 밖에도 사물인터넷 기기 같은 하드웨어와 AI를 연결한 집단 학습을 추구하는 페치에이아이(FET), 미사용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아카시네트워크(AKT), AI 개발자들이 저마다 AI 모델을 개방형 마켓에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싱귤래리티넷(AGIX) 등도 대표적인 AI 코인으로 꼽힌다.
[4] 뉴 메타는 ‘아시아’
한국은 ‘네카오 코인’ 통합 기대감
아시아는 한동안 ‘코인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일종의 ‘쇄국’ 정책을 펼친 탓이다. 코인 연구개발이 활발했던 중국은 2022년 규제 강화 이후 생태계가 크게 쪼그라들었고 한국 역시 정부 규제와 김치코인 이미지 악화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일본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일본은 2014년 자국 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규제 일변도를 펼쳤다. 하지만 최근 정부 주도로 웹 3.0과 크립토 시장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크립토 과세 조정과 벤처 투자 허용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쏟아진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일본 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비상 중이다. ‘아스타(ASTR)’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2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아스타 시가총액은 최근 1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토요타·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대기업과 협업으로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소니와 함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나선 상태다.
루나 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 코인 시장도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 관계였던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 사이 유례없는 ‘코인 M&A’로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최근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핀시아’ 재단과 카카오가 만든 ‘클레이튼’ 재단이 합병을 결정했다. 클레이튼에서는 90%, 핀시아에서는 95% 찬성으로 합병 계획은 가결된 상태다. 지금은 두 플랫폼 모두 카카오와 라인이 아니라 자체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두 재단은 이번 통합을 발판 삼아 전 세계 상위 블록체인 플랫폼과 견줄 수 있는 ‘메이저리그’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핀시아와 클레이튼은 이번 통합으로 전 세계 45개 회원사와 420개 서비스(디앱)를 보유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에선 단연 최대 규모다. 통합 플랫폼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은 2억5000만명, 시가총액 합산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영수 핀시아 재단 의장은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블록체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핀시아와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필수 인프라와 프로덕트 자산을 구축해왔다”고 말했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계속 강조한 바와 같이 클레이튼은 핀시아와의 통합을 통해 아시아 최고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 더 큰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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