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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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게 하나하나 살피고 때로는 설득하면서 나아갈 힘이 있어야 우리가 마침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 힘은 바로 우리 여성 여러분의 섬세함에서 나온다.”(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지난해 10월6일 여성위원회 발대식)
“21대 국회에서 (여성이) 57명 당선됐지만 19%밖에 안 됐다. 20%도 안 되는 거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고 여성이 많이 당선돼야 한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1월31일 총선 필승 여성전진대회)
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둔 7일 경향신문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22대 총선 지역구 공천 확정자 여성 공천율을 분석한 결과 두 당 모두 4년 전 21대 국회 여성 공천 비율인 19.1%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때마다 여성 후보 전진 배치를 약속하지만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과 각 당의 당헌·당규에 명시된 여성 30% 공천 조항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국민인재 영입환영식에서 진양혜 전 KBS 아나운서에게 점퍼를 전달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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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여성 공천율은 이날까지 11.7%다. 지역구 공천 확정자 213명 중 25명이 여성이다. 이는 4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전체 지역구 후보 237명 중 남성이 211명(89.0%), 여성이 26명(11.0%)이었다. 국민의힘에서 여성 공천율이 낮은 것은 공천 시스템 자체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힘 공천신청자 중 여성 비율은 13.1%였는데 공천확정자 중 비율은 11.7%로 떨어졌다. 공천 심사를 거치며 비율이 더 줄어든 것이다.
공천방식별로 분석하면 후보 선정에 정무적 판단이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전략공천(우선추천)에서 여성 비율은 8%(2명)에 불과하고, 단수추천 비율 역시 11.6%(15명)에 불과했다. 10인으로 된 공천관리위원회에 여성이 2명, 전·현직 여성 의원은 1명도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략공천시 후보군을 탐색하는 데 있어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경선에서는 여성에게 1~10%까지 가산점을 부여해 공천신청자 비율보다 약간 높은 13.5%(8명)가 공천을 받았다.
여성 후보 비중이 작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시스템 공천을 자부하던 국민의힘은 뒤늦게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추천제는 공천신청 범위를 보다 넓히겠다는 취지이지만 5개 지역구에 제한적으로 도입될 뿐 아니라 심사와 결정이 공관위 손에 달렸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비례대표 공천을 통한 보완도 언급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인 이런 부분은 비례대표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에 50% 이상을 여성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의무비율 이상으로 여성을 공천하지 않는다면 비례대표에서 여성 후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는 무색해진다.
7일 기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22대 총선 지역구 여성 후보자 공천 비율 |
민주당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지역구 공천 확정자 200명 중 여성은 33명(16.5%)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절반이 넘는 17명이 전·현직 의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청년 후보에게 중복 없이 25%의 가산점을 부여했지만 큰 이변은 없던 셈이다.
청년·여성을 우선공천한다는 원칙도 무너졌다. 민주당 현역 의원의 불출마로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26곳(경선 제외) 중 여성을 우선추천한 경우는 8곳에 불과했다. 단수 공천에서도 여성은 116명 중 17명(14.6%)에 그쳤다. 이중 절반이 넘는 8명이 현역 의원으로 파악됐다.
여성 청년(민주당 당규상 만 45세 이하) 역시 안귀령 상근부대변인(35·전략공천), 우서영 경남도당 대변인(28·단수), 이소영 의원(39·단수), 이현 전 부산시의원(38·단수), 영입인재인 전은수 변호사(40·전략공천) 등 5명에 그쳤다.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안 상근부대변인과 현역인 이소영 의원이 출마한 서울 도봉갑과 경기 의왕·과천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민주당의 대표적 험지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공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 전 총경(왼쪽), 백승아 전 교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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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제47조 제4항은 정당이 지역구 후보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1대 총선에서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지역구 30% 후보를 내 여성추천보조금 8억4000만원을 받았다. 이전까지 역대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 30% 이상 공천 약속이 지켜진 적은 없었다.
거대 양당은 2022년 국가혁명배당금당 사례를 근거로 여성 공천을 10%만 넘겨도 차등지급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했다. 여성계에선 여성 공천 의무화법안 개정에는 인색했던 두 정당이 추천보조금 챙기기에만 열을 올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총선의 경우 여성 의원 비율이 21대 국회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수현 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민주당 역시 편승해 거대 양당 모두가 성차별 해소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이 보수정당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 여성대표성과 젠더정책 확대였는데 이번 민주당의 공천은 이러한 차별성을 제거했다. 민주당마저 스스로 여성 유권자를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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