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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달만에 3%대로 올라섰다. 과일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둔화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꿈틀댄 영향이다.
추세가 나쁘지 않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여전히 2%대다.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심상찮다. 농산물, 기름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이 가격 관리가 쉽지 않다. 정부는 '2%대 물가 안착'을 목표로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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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32년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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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2020년 9월(20.2%)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 어개(생선 및 해산물)·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지난해 7월 2.2%까지 내려갔다가 △8월 6.6% △9월 7.6% △10월 13.3% △11월 13.7% △12월 14.5% 등 상승폭이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신선식품지수 구성 품목 가운데 신선과실 지수의 오름폭이 두드러진다. 신선과실은 전년동월대비 41.2% 올랐다. 1991년 9월(43.9%) 이후 3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세부적으로 사과(71%), 귤(78.1%), 배(61.1%), 딸기(23.3%) 등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상 기후 등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과일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도 다시 오름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자발적인 감산 조치를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수급 우려가 커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배럴당 77.08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는 지난 5일 81.79달러까지 올랐다. 같은기간 브렌트유는 77.08달러에서 82.04달러로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분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고 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5% 내렸지만 전월(-5%)에 비해 하락폭이 축소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하락했지만 1월 물가 기여도가 -0.21%p(포인트)였던 데 반해 2월에는 -0.06%p로 차이가 난다"며 "1월에 비해 2월 물가를 올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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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상수급안정대책반 가동…매일 가격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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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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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흐름은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대 물가 조기 안착'을 목표로 정책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물가안정을 위한 범정부 총력 대응 방침을 다시 강조했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낮출 계획이다. 또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존 '수급상황실'을 '비상수급안정대책반'으로 개편해 그동안 수시 점검해 온 농축산물 수급동향과 가공식품 물가상황을 매일 점검한다.
특히 석유류, 서비스 등 불안품목에 대해선 현장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석유류 불법·편승 인상이 없도록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이 매주 전국 주유소를 방문해 가격을 점검하고 학원비의 경우 지자체별 교습비 조정기준 위반시 과태료 부과 등 엄정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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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카드도 없다…울퉁불퉁 물가 언제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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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물가가 빠르게 2%대에 안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가를 확실히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한은의 금리인상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1년2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3.5%로 묶은 한은은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이어 2월 금통위에선 '향후 3개월 내 금리인하' 관련 소수의견이 등장하기도 했다.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 회복세 약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리 카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정부는 상반기 재정을 집중 투입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좀처럼 안 잡히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한 식품업계 동참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며 "특히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주요 식품 원료 관세 인하 조치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올해에도 추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일각에선 상반기 재정 집중 투입으로 하반기엔 상대적으로 물가대응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상반기 동결된 전기·가스요금의 경우 하반기 '인상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가 하반기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을 검토하는 등 지방공공요금도 불안한 상태다. 국제유가는 콘트롤이 불가능하고 지난해 하반기 물가 상승폭이 낮았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물가 상방 압력이 크다.
한편 고물가가 하반기까지 계속되면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져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단 우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금통위 직후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이 아직까지는 금리인하를 논의하기 시기상조 (라는 입장)"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마지막 마일에서 물가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평탄하게 움직이지 않고 굉장히 울퉁불통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내려가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해 보고 금리 움직임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 대부분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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