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팀이 승리했지만 김민재는 웃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가 빠진 가운데 완승을 거두며 유럽대항전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뮌헨은 6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푸스발 아레나 뮌헨(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SS라치오와의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해리 케인의 멀티골과 토마스 뮐러의 득점에 힘입어 3-0 승리를 거뒀다.
지난 16강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뮌헨은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3골 차 완승을 거두며 1, 2차전 합산 스코어 3-1로 승리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대로 홈에서 뮌헨을 잡아냈던 라치오는 우위를 지키지 못하며 2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뮌헨을 이끄는 토마스 투헬 감독은 핵심 수비수 김민재를 대신해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리흐트를 선발로 내세웠는데, 두 센터백 듀오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팀을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이끌면서 주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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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헬의 선택은 다이어-더리흐트 듀오…현실로 일어난 김민재 벤치
홈팀 바이에른 뮌헨은 4-2-3-1 전형을 내세웠다. 마누엘 노이어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하파엘 게헤이루,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리흐트, 요슈아 키미히가 백4를 구성했다.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레온 고레츠카가 더블 볼란테로 나섰다. 2선은 리로이 사네와 토마스 뮐러, 자말 무시알라로 짜여졌다. 원톱은 해리 케인이다. 김민재는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정팀 라치오는 4-3-3으로 맞섰다. 이반 프로베델기 골문을 지켰고, 루카 펠레그리니, 알레시오 로마뇰리, 마리오 길라, 아담 마루시치가 백4를 형성했다. 미드필더 3명은 루이스 알베르토, 마티아스 베시노, 마테오 귀엥두지다. 펠리페 안데르손, 시로 임모빌레, 마티아 자카니가 스리톱이다.
뮌헨은 지난달 15일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라치오와의 16강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날 김민재가 중앙 수비진에서 다요 우파메카노와 호흡을 맞추고 해리 케인이 최전방에 출격한 뮌헨은 전반을 득점 없이 맞섰다.
후반에도 좀처럼 골은 만들어내지 못하던 가운데 후반 22분 다요 우파메카노가 수비 상황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페널티킥까지 내준 것이 경기를 크게 좌우한 변수가 됐다. 우파메카노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슈팅하는 상대 공격수 구스타프 이삭센을 발을 밟아 넘어뜨리면서 바로 퇴장 판정이 나왔고, 페널티킥도 선언됐다.
이때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치로 임모빌레가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차 넣으며 라치오의 선제 결승골이 됐다.
수적 열세에 실점까지 떠안은 뮌헨은 총공세에 나섰지만 결국 상황을 바꾸지 못하며 패배를 곱씹었다. 이날 뮌헨은 라치오보다 많은 17개의 슈팅을 퍼부었으나 유효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치렀다. 라치오는 11개의 슈팅 중 4개가 유효슈팅이었다.
1차전에서 패배해 승리가 절실한 2차전을 앞두고 이번 시즌 뮌헨에 합류해 전반기 내내 붙박이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던 김민재는 최근 다이어에게 밀려난 모양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하고 복귀한 김민재는 선발 출전한 3경기에서 특별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김민재는 복귀전이었던 바이엘 레버쿠젠전에서 3실점을 헌납해 0-3 패배를 겪었다. 경기 후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는 김민재에게 평점 4.5점을 줬다. 반면, 파트너로 나섰던 다이어에게는 4점을 줬다. 낮을 수록 좋은 독일식 평점이라 김민재가 다이어보다 박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라치오 원정에서도 김민재는 선발로 출전했다. 하지만 뮌헨은 다요 우파메카노의 퇴장 속에 페널티킥 골을 허용해 0-1로 졌다. 이어진 보훔 원정에서도 선발 출전했지만 또다시 3실점을 내주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김민재가 아시안컵에 참가한 기간 동안 5경기 4승1패를 기록했던 뮌헨은 김민재 복귀 후 공식전 3연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라이프치히전에서 김민재를 벤치로 내렸다. 데뷔전이었던 DFL-슈퍼컵 경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뮌헨은 이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프라이부르크전에서는 다시 선발에 복귀했다. 하지만 뮌헨은 2골을 내주고 2-2로 비겼다. 그러자 독일 현지 매체들은 김민재가 라치오전서 벤치에 앉을 거라고 예상했다.
빌트는 "김민재는 다이어와 더리흐트와의 경쟁에서 패했다. 라치오전에서는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호흡을 맞출 예정"이라며 "더 이상 김민재를 위한 자리는 없다.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김민재는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키커 또한 "라치오전 라인업에는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 김민재는 이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앙 수비에서 해결책은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벤트차이퉁은 "김민재의 폼 저하는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센터백 라인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해준다. 최근 김민재는 무리한 플레이를 하고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르며 템포가 부족하다"라며 경기력 저하가 뚜렷한 김민재가 벤치로 내려갈 거라고 예측했다.
UEFA는 김민재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지만 현지 언론들이 예고한대로 김민재는 벤치에서 시작하게 됐다.
김민재 외에도 16강 1차전에서 퇴장을 당해 1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다요 우파메카노와 누사이르 마즈라위, 킹슬리 코망, 부나 사르, 사샤 보이 등이 부상으로 인해 라치오와으 2차전을 결장했다.
◆ 파상공세 펼진 뮌헨…승부 뒤집으며 8강행 근접
전반 6분 뮌헨이 좋은 공격 장면을 한 차례 만들어 내면서 라치오 골문을 위협했다. 페널티 박스 인근에서 롱패스를 받은 뮐러가 오른쪽에 있던 사네한테 공을 내줬고, 사네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라치오 수문장 프로베델 골키퍼가 안전하게 잡아냈다.
1분 뒤 사네가 좋은 드리블 돌파로 박스 안에서 라치오 수비진의 시선을 모은 뒤 옆에 있던 무시알라한테 내줬지만, 무시알라의 슈팅은 라치오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에 막혀 유효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 14분 뮌헨은 코너킥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보다 박스 밖에 있던 무시알라한테 패스했다. 무시알라는 박스 밖에서 날린 회심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프로베델 골키퍼가 옆으로 쳐내며 선방했다.
전반 17분 뮌헨의 월드 클래스 공격수 케인이 박스 밖에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는데,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 구석으로 향했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나며 뮌헨의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이후 뮌헨의 코너킥 공격은 라치오가 걷어내며 수비에 성공했다.
전반 24분 라치오 수비수들이 육탄 방어로 뮌헨의 공격을 막아냈다. 골대 바로 앞에서 날린 무시알라의 슈팅은 수비벽에 막혔고, 이후 이어진 게헤이루의 슈팅도 라치오 풀백 마루시치가 몸으로 막아냈다.
전반 33분 심판이 뮌헨의 공격 전개를 방해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나왔다. 파블로비치를 향한 뮐러의 컷백 패스를 피하는 과정에서 심판이 미끄러 넘어져 공을 중간에 차단했다. 이후 심판은 양 팔을 들어 올리며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전반 25분 키미히의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이어가 머리에 맞춰 헤더 슈팅을 시도했으나, 슈팅이 골대 위로 날아가면서 라치오의 골킥으로 이어졌다.
뮌헨의 공격을 견뎌내던 라치오는 전반 37분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 왼쪽 측면에서 날아온 나카니의 크로스가 더리흐트 머리에 맞고 굴절되면서 뒤쪽에 있던 임모빌레한테 향했고, 임모빌레가 회심의 헤더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옆으로 향했다.
전반 38분 뮌헨이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1, 2차전 합산 스코어를 1-1로 만들었다. 귀중한 동점골의 주인공은 뮌헨의 주포 케인이었다.
득점의 시발점은 파블로비치의 롱패스였다. 박스 안으로 향한 파블로비치의 패스를 뮐러가 머리에 맞춰 골대 앞으로 떨궜고, 이 공이 게헤이루 발에 잘못 맞으면서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때 케인이 게헤이루가 찬 공을 머리에 맞춰 골대 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반 추가시간 1분 주어진 가운데 뮌헨이 한 골 더 추가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크로스가 수비벽 맞고 공이 뒤로 흘렀는데, 박스 안에서 더리흐트가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이때 더리흐트의 슈팅이 뮐러 머리 맞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뮌헨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골이 터진 후 그대로 전반전이 종료되면서 뮌헨이 16강 2차전 전반전을 2-0으로 마치며 합산 스코어 2-1을 만들어 8강행에 가까워졌다. 전반 45분 동안 뮌헨은 홈경기 이점을 살려 공 점유율 59%를 가져갔고, 슈팅을 3개 허용할 동안 17개나 시도하면서 승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 멀티골 달성한 케인…여유롭게 8강으로 향하는 뮌헨
후반전이 시작된 후에도 경기 주도권은 뮌헨이 쥐었다. 후반 14분 케인의 패스를 받은 게헤이루가 먼 포스트를 노린 왼발 슈팅을 날렸는데, 골대를 살짝 벗어나면서 라치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선 1골이 필요한 라치오는 후반 16분 3명을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베시노, 자카니, 임모빌레를 빼고, 다닐로 카탈디, 구스타프 이삭센, 발렌틴 카스테야노스를 투입하며 공격진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후반 21분 케인이 한 골 더 추가해 멀티골을 달성하면서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사네의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프로베델 골키퍼가 선방해 옆으로 쳐냈으나, 공이 케인 앞으로 떨어지면서 케인이 어렵지 않게 득점을 올렸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케인이 골맛을 보면서 뮌헨은 합산 스코어 3-1으로 만들며 8강행이 유력해졌다. 반대로 라치오는 뮌헨 원정에서 1차전 우위를 지키지 못하며 2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후반 26분 뮌헨 역습 상황에서 뮐러도 박스 안까지 들어와 멀티골에 도전해 봤지만 오른발 슈팅이 프로베델 선방에 막혔다. 이후 사네의 왼발 감아차기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나며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후반 28분 라치오 미드필더 알베르토가 박스 박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 맞고 나가면서 코너킥을 얻어냈다. 이후 라치오는 코너킥 공격에서 슈팅을 만들지 못하며 추격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33분 뮌헨도 교체 카드를 2장 사용했다. 게헤이루와 뮐러를 빼면서 알폰소 데이비스와 마티스 텔을 투입하며 경기에 변화를 줬다. 라치오는 후반 35분 알베르토를 빼고 가마다 다이치를 투입했다.
경기가 점점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이 4분 주어졌지만 뮌헨은 김민재를 넣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16강 2차전에 뮌헨의 3-0 승리로 끝나면서 1, 2차전 합산 스코어에서 3-1로 승리한 뮌헨이 1차전 0-1 패배를 딛고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한편, 이날 김민재를 대신해 선발로 나선 다이어가 더리흐트와 함께 팀의 무실점 승리를 도우면서 뮌헨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김민재 입지를 위협했다. 다이어는 이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 95%(76/80), 롱패스 성공률 75%(6/8), 걷어내기 3회, 가로채기 2회, 리커버리 5회 등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연합뉴스, 뮌헨, 라치오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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