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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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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8년간 엉망” vs “그래도 與 못 뽑아”… 초접전 민심 [심층기획-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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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벨트’ 수원병 르포

지지율 김영진 44%·방문규 42% 박빙

방, 합리적 관료 이미지로 보수 탈환 전략

“재정자립도·성장 동력 떨어진 낙후지

지역민들도 ‘이제는 바뀌어야’ 분위기”

김, 보수불패 깨고 승리한 경험 자부심

“주민 친화적 ‘성실한 일꾼’ 적극 홍보

젊은 세대와 스킨십 강화에도 집중”

‘반도체 벨트’의 핵심지, 수원의 원도심을 품은 수원병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수원병은 지난 8년간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현역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에 맞서는 국민의힘 방문규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초접전 지역으로 변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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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바꿔야” vs “그래도 與 못 뽑아”

이 같은 초접전 양상을 보여 주듯 5일 세계일보가 방문한 수원병 지역구 유권자들의 민심도 우열을 가늠하기 어렵게 엇갈렸다. 고령층을 중심으로는 보수를 향한 변화의 열망이 강해진 분위기지만 젊은 층에서는 여전히 여당과 윤석열정부를 지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한 양상을 보였다.

팔달구 우만동에서 의료기기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기형(74)씨는 “수원은 이번에 바꿔야 된다. 바뀔 때가 됐다”며 “수원에서 여태까지 민주당이 계속해 왔는데 엉망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방 후보 개인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당을 보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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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오른쪽)이 지난 2월 16일 수원 팔달구 못골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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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인 김 의원의 성실성은 인정하면서도 민주당 공천 내홍 등 야당 내 상황에는 반감을 갖는 경우도 많았다. 구모(76)씨는 “주변에선 다들 김 의원이 3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 후보보다) 유리하다고들 보는 분위기”라고 했다. 60대 정모씨는 “김 의원이 동네를 다니는 것을 자주 봤다. 노력한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뉴스에 나오는 민주당 보면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김 의원 선거사무소를 찾은 일부 주민도 “이재명 대표가 공천 좀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의원보다는 당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젊은 층의 경우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실망했어도 여당에 표를 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게 감지됐다.

프리랜서 직장인 박연진(32)씨는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잘한 게 없다. 그렇다고 지금 여당이 하는 정책 등이 대통령을 보유한 당으로서 딱히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직장인인 김준희(34)씨도 “민주당이 잘한 게 없고 당내 정리가 잘 안 되는 것도 맞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여당에 표를 줬다간 윤석열정권이 무소불위가 될 것 같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공약 측면에선 김씨는 “팔달구 상권이 심각하게 죽었는데 경제 살리기 공약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입장에서 광역버스 등 교통 문제를 개선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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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병에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방문규 전 산업부 장관(왼쪽)이 5일 팔달구 동수원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고 있다. 수원=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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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 김영진에 맞서는 ‘합리’ 방문규

김 의원이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머쥔 수원병 지역구는 19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만 해도 보수당이 연달아 의석을 차지해 온 수원 내 보수 텃밭이었다. 14∼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남평우 전 의원이 당선됐고, 그의 별세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아들 남경필 전 의원이 당선돼 19대 국회까지 등원했다. 남경필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도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야말로 보수의 불패 신화를 써 내려 갔던 지역구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역사를 가진 수원병을 중심으로 4·10 총선에서 수원 전역에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합리적 관료 이미지의 방 후보를 수원병에 공천한 것도 이곳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수원의 보수 불씨를 되살리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방 후보는 경제 관료 출신으로 한국수출입은행장과 국무조정실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방 후보 캠프 정상환 총괄본부장은 “지역민들 인식 바탕에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공통으로 깔려 있다”며 “과거에는 재정 자립도가 90%를 넘겼지만 지금은 46% 수준에 그치고,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낙후 지역으로 전락해 버린 원도심 분위기 속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속엔 이제 ‘민주당 독재’를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 후보에 맞서 수성전에 나서는 민주당 김 의원은 ‘보수의 성지’였던 수원병 판도를 특유의 성실함으로 뒤집은 저력을 이번 총선에서도 발휘하겠단 각오다. 김영진 캠프는 20대 총선에서 기존의 보수 우세 판을 깨고 ‘승리한 경험’을 했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김 의원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김 의원이 주민 친화적인 ‘성실한 일꾼’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지역을 수시로 도보 순회해 온 김 의원은 팔달구 내 10개 동과 전통시장 14곳 등 머릿속에 입체적으로 입력된 지도를 기반으로 지역 내 모세혈관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인계동과 매교동이 재개발돼 아파트 3개 단지가 들어서며 약 1만세대가 입주했는데, 이곳 젊은 세대와의 스킨십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이 지역 내 매교초 신설로 주민들의 의정 만족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과 방 후보는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였다. 경인방송과 인천방송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수원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 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김 의원 지지율은 44.3%, 방 후보 지지율은 42.1%였다. KIR-㈜코리아정보리서치가 프레시안 경기인천취재본부·뉴데일리 경기취재본부 공동 의뢰로 지난달 19∼20일 진행한 일대일 가상대결(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는 방 후보가 51.8%로 42.8%인 김 의원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수원=박지원·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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