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새로운미래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로 입당한 박영순 의원이 이낙연, 김종민 공동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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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지난 2일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에서 공천 배제된 설훈·홍영표 의원은 가칭 ‘민주연합’을 세력화해 새로운미래와 합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명횡사’ 공천 파장이 커지면서 민주당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지도부가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임 전 실장과 회동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를 확정한 다음날 바로 만난 것이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그제(1일) 두 분이 통화하고 어제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회동 당시 배석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의 새로운미래 합류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는데 임종석의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썼다. 민주당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의 탈당 가능성을 낮게 보지만 친문재인계 핵심 구심점인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미래는 설훈·홍영표 의원과도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두 의원은 가칭 ‘민주연합’을 만들어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한 의원들을 규합하고 있다. 민주연합은 개별 의원들의 새로운미래 입당 형식이 아니라 세력 대 세력으로 새로운미래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임 전 실장을 포함한 추가 탈당파와 새로운미래가 각각 ‘텐트’를 치고 연합하는 형태가 가능하다. 민주당과는 각을 세우되 나머지 야권 세력을 통합하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임 전 실장은 그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설 의원은 통화에서 “다 하나로 뭉친다는 데 주안점이 있다”며 “우리가 진짜 민주당이라는 걸 표명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SNS에 “억울하고, 분노하고, 아쉬워하는 분들과 마음을 모으고 있다”며 “마침내 일어설 시간이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예정돼 있던 총선 출마 기자회견도 잠정 연기했다. 민주당 이탈파를 우선 통합한 뒤 출마 의사를 밝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새로운미래에 민주당 출신 현역 의원은 김종민 공동대표와 지난달 28일 입당한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구)이 있다. 새로운미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연합과의 통합 논의는) 오늘 내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진짜 민주당’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표 사당화 논란에 빠진 민주당이 아니라 새로운미래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진정한 민주당이라는 주장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개혁신당과 갈라선 뒤 줄곧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말해왔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부터 부당하게 핍박받았던 실력 있는 정치인들은 다 모시고 싶다는 것”이라며 “DJ(김대중)로부터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좋은 인사들을 최대한 많이 모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뛰쳐나오는 스크럼의 크기가 커지고 인물의 질이 괜찮으면 진짜 민주당 논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로운미래나 민주연합의 세력 불리기에 대해 관망하고 있다. 공천 배제 등으로 민주당 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부가 이탈하는 것뿐이지 다수의 흐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홍 의원이야 출마하려면 무소속 아니면 그 길(새로운미래)이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친문, 친명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민주당 탈당파들이 주로 수도권과 충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접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 정당 지지율이 높아 비례대표 선거마저도 범야권 표가 나눠진다. 한 수도권 의원은 “내부 균열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이걸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대해 지도부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영표 의원의 공천 배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묵묵부답했다. 이 대표는 김영주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에 대해선 “공직자 윤리 항목이 50점이 만점인데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해서 소명을 하지 못하셨기 때문에 0점 처리됐다고 한다”며 “함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참으로 아쉽게 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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