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뚫은 광주 축구 열기…린가드, 개막전 벤치서 시작
광주 구단 "린가드 효과만은 아냐…이정효 체제 '서사'가 통해"
린가드 |
(광주=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온 세상이 빨간색이네요. 전부 서울이야…."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29) 씨는 2일 오전 11시 10분께 고속철도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역사를 떠난 그는 점심 식사를 위해 송정역 시장으로 향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 스카프를 목에 두른 김 씨처럼 역사를 나서는 행인들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그 말처럼 FC서울의 상징인 검은색과 빨간색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느닷없는 꽃샘추위에 꽁꽁 싸맨 패딩 등 두꺼운 외투 사이로 스카프, 유니폼 등 서울의 굿즈에 담긴 빨간색을 찾아볼 수 있었다.
광주송정역 근처 한 식당 앞에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팬들 8명은 제시 린가드(등록명 린가드), 김기동 감독 등 비시즌 한국 축구계를 달궜던 화젯거리를 나누며 개막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광주FC와 맞붙는다. 두 팀에게 이 경기는 고대하던 2024시즌의 시작이다.
광주-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경기는 예매 시작 2분 30초 만에 입장권이 매진돼 화제를 모았다. 광주축구전용경기장은 현재 7천700명가량을 수용한다.
린가드 |
광주에 7천명 관중이 모인 건 2023시즌을 통틀어서 딱 2번 있었다. 지난해 3월 5일 서울과 홈 개막전과 9월 24일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7천300명가량이 입장했다.
그러나 이 두 경기 모두 열기가 이날 경기만큼은 아니었다는 게 광주 구단의 평가다.
사실상 예매 시작과 동시에 입장권이 동난 사실을 모른 일부 팬은 꽃샘추위 속 현장 매표소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취소되는 표를 구하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최근 들어 처음이라고 구단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취소 표를 구하려고 많이들 연락을 주신다. 그런데 표가 너무 빨리 나가서 직원들 중에서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광주의 특수는 일단 '린가드 효과'로 설명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공식전 232경기에 출전해 35골을 터뜨린 '역대급 외국인 선수' 린가드가 이 경기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할 가능성이 있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달 2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린가드의 몸 상태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출전 여부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특히 이정효 감독의 지휘 아래 활동량이 많고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른 축구를 보여주는 광주인 만큼, 100% 컨디션이 아닌 린가드의 출전이 서울의 경기력에 보탬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양상에 따라 린가드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도 있다. 팬들은 이를 기대한다.
이정효 광주 감독 |
린가드는 광주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동 감독은 일단 린가드를 선발이 아닌 벤치에 뒀다.
광주 구단은 이날 열기가 단순히 린가드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 팀이 보여준 '서사'가 광주 시민들에게 닿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정효 감독님이 부임하신 이후 꾸준히 관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시즌 광주는 성장하는 팀의 이야기를 보여줬는데, 시민들과 팬들께도 이제 여러 가지 스토리를 아시고 경기장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지난 시즌 구단 사상 1부 최고 순위인 3위에 오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행 티켓도 따냈다.
서울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기동 감독과 이정효 감독은 리그 대표 전술가로 꼽힌다. 두 팀의 맞대결에서는 항상 치열한 '지략 대결' 양상이 펼쳐진다.
사령탑의 지도력을 돋보이는 두 팀은 '양강'으로 꼽히는 울산 HD, 전북을 뺀 나머지 팀들 가운데 상위권에 오를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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