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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결혼 공포”, “연애 안 해” 이웃 나라들도 출산율 ‘최저 기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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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해 신생아 수 최저

중국 출산율 1.09명으로 주저앉아

결혼을 두려워하는 중·일 청년들



헤럴드경제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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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한국의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사상 첫 0.6명대로 떨어진 가운데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도 우리 못지 않는 저출산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출산 지원 장려금 대책마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중국에서는 ‘산아제한 정책’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젊은층의 결혼·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정부가 해결 못하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추세를 돌이키지 못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8년 연속 감소해 역대 최저치인 75만 8631명으로 나타났다.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899년 이후 처음으로 80만명 아래로 떨어졌던 2022년(79만9728명)보다 4만1097명 줄었다.

지난해 일본의 혼인 건수는 48만9281명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사망자는 159만503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일본 인구는 지난해 83만1872명 감소하며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0.7명’ 한국처럼 주저앉는 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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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저출산과 싸움중이다. 2019년 처음 1.5명대로 떨어진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1.09명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구 14억967만명으로 2022년 말보다 208만명 줄어 2년 연속 인구가 감소했다.

최근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유지해온 ‘산아제한 정책’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27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내달 초 진행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슝수이룽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은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가족이 가질 수 있는 자녀의 수를 계속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제안했다.

“결혼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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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보다 1만9천200명(7.7%) 줄어들며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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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현상을 가속화하는 건 혼인율 감소다. 중국은 9년 연속 혼인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매년 5% 넘게 감소해 지난해 683만5000건이었다. 결혼 연령도 높아져 30세~34세 비율이 2010년 11.3%에서 2022년 20.72%로 올랐다.

결혼 기피를 넘어 공포를 느끼는 청년들도 있다. 중국에서는 아이에 대한 부담, 결혼 비용 등을 이유로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크거나 공포를 느끼는 ‘공혼족(恐婚族)’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여성들은 결혼 후 경력 단절, 육아 부담에 대한 이유로 공혼족이 됐다면, 남자는 중국의 오랜 관습인 결혼지참금 ‘차이리(彩禮)’가 부담이다. 신랑이 신부집에 주는 차이리는 사회 문제로 번지며 정부가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할 정도다.

일본도 결혼 비용 부담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한다. 지난해 발표한 일본 총무성의 ‘고용구조기본조사’ 보고서는 취업자 중 30대 남성의 소득과 미혼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득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득이 낮은 100만엔(900만원)대의 미혼율은 76.3%였지만, 800만엔(7200만원) 이상을 버는 30대 일본인 남성 중에서는 17.3%만 미혼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애 자체를 안 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일본 설문조사업체 리크루트 브라이덜이 지난해 20대 미혼 남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6%가 살면서 한번도 이성과 교제한 적이 없는 ‘모태 솔로’였다. 30대 남성 중에서도 ‘모태 솔로’ 비율은 41.2%에 달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관습도 문제다. 결혼을 하면 아내가 남편 성으로 바꿔야 하는 일본의 ‘부부 동성(同性) 제도’는 젊은 층의 거부감이 심해 매년 폐지 논의가 진행되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아동수당 지급 확대 등이 담긴 관련 법안을 정기 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지만 현금 지급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산 지원금 제도를 철회하고 비정규직 청년층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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