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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노년돌' 나훈아, 7월 콘서트 끝으로 마이크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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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7월 전국 투어 후 은퇴 시사

꾸준히 무대에 올라 '노년돌'이라 불리기도

가수 나훈아가 데뷔 58년 만인 27일 갑작스럽게 은퇴를 시사하면서 가요계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나훈아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진리를 따르고자 한다"고 밝히며 마지막 콘서트 일정을 공개했다. 그는 은퇴를 말하진 않았지만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올해 콘서트가 그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간 대외적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나훈아는 이날도 편지 외에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아 마지막 콘서트의 의미에 대한 추측과 함께 아쉽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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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콘서트 포스터 [사진출처=아시아경제DB]


나훈아와 수십 년의 인연이 있는 동료 가수, 작곡가들은 은퇴를 암시한 발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면서 그간 나훈아가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고 추측했다. 나훈아와 친분이 깊은 한 원로 가수는 연합뉴스에 "공연이 매번 매진 되지 않냐"며 "직접 공연을 연출하고 음악도 연구하니 새로운 무대를 만드는 데 대한 떨리고 두려운 마음을 얘기하면서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고 띄엄띄엄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나훈아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그럴 때마다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박수받을 때 평소에 하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 같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실하고 고집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말했다.
'천리길'로 데뷔 후 수많은 히트곡 내며 사랑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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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가수 나훈아 공연 홍보 현수막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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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무시로', '잡초', '갈무리', '울긴 왜 울어', '임 그리워', '강촌에 살고 싶네', '물레방아 도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사랑받았다. 부산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 시 교육위원회 개최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왔다. 가수의 꿈을 안고 상경한 뒤로는 여러 작곡가 사무실을 전전하며 데뷔 기회를 엿보다 취입 예정인 가수를 대신해 노래하며 기회를 잡았다.

그는 목포 출신 남진과 각각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표하며 1970년대 가요사에서 서로 다른 외모와 음악 스타일로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2006년 데뷔 40주년 공연을 끝으로 2007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취소하면서 건강 이상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렸고 기자회견까지 여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여러 차례 복귀설이 제기되다 2017년 11년 만의 컴백을 알렸고,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보여줬다.

같은 해 11월 컴백 공연을 펼친 뒤로는 매해 신보를 발매하거나 콘서트를 열면서 꾸준히 무대 위에 올라 '노년돌'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2020년 추석 연휴 KBS 2TV에서 방송한 공연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테스형!'을 불러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공연을 열었다 하면 매진 행렬을 기록해온 나훈아는 반세기 넘게 독보적인 음악 스타일과 창법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가수로 평가받는다. 압도적인 가창력과 쇼맨십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나훈아는 한국적인 정서를 녹인 곡을 직접 만들고 화려한 공연 무대를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훈아는 전통 가요의 계보를 잇는 트로트라는 장르에 대한 폄하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한 가수로도 알려져 있다. '아리랑 가수', '아리랑 소리꾼'으로 불리고 싶다고 언급해온 나훈아는 "전통 가요를 불러온 대중가수의 한 사람으로서 '뽕짝', '트로트'라는 호칭이 아닌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해 아리랑이라고 칭하자"며 '아리랑이라 호칭하기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나훈아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에 누리꾼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누리꾼은 "은퇴는 아쉽지만, 평소 소신대로 사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 "박수칠 때 떠나기 쉽지 않은데, 그의 결정에 박수를", "이럴 줄 알았으면 콘서트 한 번 가보는 건데, 정말 아쉽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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