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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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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남의 가죽으로 혁신” 당내 ‘비명학살’ 공천 비판 격화···이 대표 의총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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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혁신 공천 발표 놓고

‘비명 학살’ 당내 반발 거세져

의총에선 사실상 성토대회장

당 원로들은 ‘사천 논란’ 우려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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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표 혁신 공천’에 대해 ‘비이재명(비명) 학살 불공정 공천’이란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당 원로들은 이 대표의 ‘사천 논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모든 원망은 제게 돌리라”고 말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통합비례정당 관련 보고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천 불공정성을 문제 삼는 의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며 사실상 성토대회장으로 변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15명의 의원이 발언했다. 홍영표·송갑석·윤영찬·전해철·이인영·오영환 의원 등은 현역 의원 평가와 후보자 적합도 조사 등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 평가가 어떤 원칙과 기준에 의해 이뤄졌는지, 또 비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겨냥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의 출처가 어딘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원은 “(여론조사와 관련해) 조정식 사무총장이 ‘나는 모른다’라는 식의 답변을 해서 뭇매를 맞았다”며 “당비·국민세금이 쓰이는 일인데 사무총장이 모른다고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또 평가자조차 알 수 없는 (현역의원) 정성평가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답해서 반발이 거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경기 용인갑 출마를 준비해 온 비례대표 권인숙 의원은 이날 당이 자신을 빼놓은 채 최근 복당한 이언주 전 의원을 포함해 해당 지역구에 여론조사를 했다며 울먹였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경쟁력도 없는 사람을 자꾸 (여론조사에 넣어) 돌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흔드는 것은 해당 행위”라며 “만약 그 지역구에서 지면 다 당신들(지도부)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당은 최근 이 의원의 지역구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홍영표 의원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을 해선 안 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을 통해서 총선 승리하는 공천이 돼야 한다”며 “그래서 지금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라든지 도저히 국민들도 납득할 수 없는 하위 20%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서 책임도 묻고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송갑석 의원은 취재진에게 “근본적으로 민주당이 총선을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있느냐에 대해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의구심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 없다. 어떤 식으로든지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의 요구도 있었냐’는 물음에는 “거기까지는 아니”라며 “최근에 일어난 당내 갈등과 분열로 이끄는 여론조사라 등의 문제에 대해 진상을 조사해서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였다”고 설명했다.

전해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세 가지 정도를 말했다”며 “첫째, 여론조사의 주체를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둘째, (현역 의원) 평가와 관련해 신빙성 문제제기가 있으니 근거를 밝히는 게 좋겠다. 셋째,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으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의 2선 후퇴 얘기는 없었다”며 “(지도부가 판세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지적은) 상당히 나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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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의정활동 평가 하위 랭커로 통보받은 비명계 송갑석(왼쪽), 박영순(오른쪽 푸른색 타이) 의원이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각각 평가에 불만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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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원총회에 정작 이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청래 최고위원과 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 등 일부 지도부와 공천 관련 기구 책임자들이 의원총회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이에 항의하는 의원들의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며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리라. 온전히 책임지고 감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영찬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 “송갑석·박용진·김영주 의원들이 같이 일했던 동료인데, 누가 봐도 그분들이 하위 10%냐”며 “오늘 할 말 많았는데, 왜 (이 대표가)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후 SNS에 “이재명 대표님, 자기 가죽과 살을 베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며 “칼자루 쥔분이 이참에 정치적 비판 세력과 잠재적 라이벌을 마구 베면서 ‘고통’ 운운하시면 안된다. 참으로 민망하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SNS에 “현재 진행되는 이재명 대표의 혁신은 ‘비명의 가죽’을 벗겨서, 찐명의 가죽잠바를 만드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최 소장은 “원래 혁신이란 ‘자신의 가죽’을 벗기는 것”이라며 “그래서 언제나 주류의 희생과 헌신이 중요하다. 남의 가죽을 벗겨, 자신들의 가죽 잠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건 혁신이 아니다. ‘불공정한 독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받은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지난 19일 김영주 의원이 하위 20% 통보에 반발하며 탈당했고, 전날에는 박용진·윤영찬 의원이 하위 10% 통보에 ‘비명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이날도 송갑석, 김한정, 박영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20%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이재명 사당의 치욕스런 정치보복에 맞서 의연히 싸울 것”이라며 이 대표와 당 공천 관련 책임자들이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된다”고 밝혔다.

당 원로들도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이재명 대표의 ‘불공정 공천’ 문제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전 총리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공동성명을 내고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반발이 격화하자 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현역의원 하위 20%) 평가의 경우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면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직접 평가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당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밝히고, 문제 있는 여론조사 기관은 제외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4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명계 공천 학살 이런 것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당 공관위는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하고 있다”며 “비명계 공천 학살이 어떻게 일어났다는 것인지. 당이 정해놓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비명계 학살이라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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