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경쟁서 영입 인재에 밀려…허태정 불출마 선언·양승조 험지 수용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 |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전 광역단체장 출신 예비후보들이 공식 선거 출발 전부터 제대로 쓴맛을 보고 있다.
당내에선 구심점 역할을 해줄 유력 예비후보들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는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1일 이번 총선 대전 유성을 지역구에 영입 인재인 황정아 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전략공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부터 같은 지역구에서 예비후보로 활동해온 허태정 전 대전시장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성을 공천 경쟁에서 정치 신인에게 밀린 허 전 시장은 서구갑 이동을 제안받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미 서구갑에는 허 전 시장과 개인적으로 얽힌 예비후보들이 활동해온 터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허 전 시장의 서구갑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존 예비후보들 또한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에 자칫 대전 전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허 전 시장은 이날 불출마 입장문을 통해 "많은 고민 끝에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불출마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의 혼란과 분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승조 전 충남지사 역시 중앙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양 전 지사는 그동안 천안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해왔지만, 이곳에 중앙당 영입 인재인 이재관 전 천안시장 후보를 투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전략 공천이 유력한 인사가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는 재영입 인재이기 때문에 중앙당 방침을 수용하지 않는 지지자들이 여전히 많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양 전 지사가 차출되는 곳은 홍성·예산 지역구다. 이곳은 4선의 홍문표(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로 전통적으로 보수 세가 강해 민주당 후보에겐 험지로 꼽힌다.
양 전 지사는 "홍성·예산은 민주당이 지난 40년간 군수 한 명 배출하지 못한 사지 중의 사지로 봐야 한다"며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 중앙당이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를 지낸 유력 예비후보의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충청권 정치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충청권 예비후보를 비롯해 지역 정가에서는 "유력 예비후보의 공천을 뒤흔들고 내린 현재의 판단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충청권 정치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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