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27 (토)

[인터뷰] '내남결'로 전성기 맞은 송하윤…"정수민으로 살며 미치게 외로웠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JTBC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수민으로 살던 지난 1년 간을 배우 송하윤(37)은 "미치게 외로웠다"고 이야기했다.

20일 종영한 tvN 월화극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역대급 빌런 정수민을 연기한 송하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자신을 내던지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1년 간 친구도 만나지 않고, 연락도 끊었다. 예능프로그램을 봐도 웃지 않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아 모두 정수민이란 캐릭터에 쏟아부었다.

노력은 빛을 발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시청률은 5.2%(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11.8%까지 치솟았다. 인기를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단연 송하윤의 이름이 언급됐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송하윤은 데뷔 20년 만에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JTBC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다행이란 느낌이 든다. 이야기가 많았던 대본이어서, 스태프분들도배우분들도 무사히 건강하게 잘 끝난 것 같다. 결과도 다행이다."

-흥행을 예상했나.

"예상이라기보다는 사랑받을 수 있게 잘 숨어야겠다고 감독님에게 말했다. 절대 버림받지 않게 사랑받을 수 있게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정수민 욕은 하는데, 송하윤 욕은 안 하시더라. 많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기를 실감했나.

"연기자들은 현실적으로는 실감 못 하는 것 같다. 지금 느껴지는 건, 정수민으로 1년간 준비하면서 미치게 외로웠다. 그랬는데, 외로웠던 걸 다 품어주시는 것 같은 댓글이 많았다. 외로움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왜 외로웠나.

"제가 저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정수민으로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제가 저를 설득했다. 처음엔 잘 안 받아들여졌다. 전체 리딩 때까지도 저는 대본을 잘 못 읽은 상태였다. 너무 거부감이 들었다. 수민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거부감이 들었는데, 왜 작품을 선택했나.

"제 연기에 대한 권태가 있었다. 솔직한 마음이다. 연기자 생활에 대한, 같은 패턴에 대한 권태가 있었다. 대본을 읽었는데, 수민이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 나쁜 애라는 걸 알지만, 읽다가 '얘는 누가 지켜주지'란 생각을 했다. 정수민은 송하윤이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권태에 대한 답을 찾았나.

"권태가 아니더라. 수민이로 살아보니까. 수민이라는 캐릭터 덕분에 제 마음과 시야에 대한 넓이가 넓어졌다. 그런 부분들이 좋아졌다."

-정수민이라는 캐릭터가 이해된 건가.

"아직도 이 캐릭터의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것, 제가 품어야 하는 건 쉽지 않다."

JTBC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송하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해가 안 된다고 하기엔, 살 떨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저도 기억이 안 난다. 촬영할 때 '액션' 소리가 나면 다른 세상으로 갔다. 그런 경험을 엄청나게 많이 하진 않는데, 수민이 역할을 할 때는 기억 안 나는 것들이 많았다. 다 찍고 나서 주저앉았던 적도 있다. 탈진했다. 다 끝나고 '저 대사 했나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다. 드라마를 보며 저도 정수민을 구경했다. 저도 정수민에게 홀렸던 것 같다. SNS도 이거 시작하면서 다 삭제했다. 제 얼굴을 보면 정수민으로 못 살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방해되고 싶지 않았다."

-힘들었겠다.

"1년간 수민이로 살면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어려운 감정을 입 밖으로 한 번도 내뱉지 않았다. '힘들다'고 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버티면서 찍었는데, 끝나고 '힘들긴 힘들었다'고 하니 눈물이 나더라. 작년 한 해는 눈물을 안 흘렸다. 저도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 찍을 때 뭉클했겠다.

"수민이 캐릭터를 교도소에 두고 온 게 너무 마음에 걸린다. 그런 캐릭터이지만, 연기한 저로서는, 제가 수민이의 목격자이니까, 그냥 열심히 산 것 같다. 얘는 바빴다."

-주변 지인들이 정수민 같아서 무서워했겠다.

"지인들과의 만남도 다 차단했다. 설명을 하고, 일 년간은 그랬다. 저도 악역이 처음이라 방법을 몰랐다.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송하윤에겐 잔인하지만. 송하윤의 불행을 끌어다가 정수민의 행복으로 썼다."

-원작보다 복잡한 감정선의 악역이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웹툰에 나오는 단순한 건 성격이나 말투로 입혔다. 어느 인간이나 삶에서 자기가 주인공이니까, 입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다 좋았다. 좋은 점들도 너무 많으니까, 그런 걸 보고 배우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수민은 잘 섞이지 않는 느낌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많이 장난치거나 하진 못했다. 대신에 한 번씩 사랑 고백을 했다. 연기이지만, 공격적인 대사를 들으면 손도 떨리고 그렇다. '그렇지만 송하윤은 (박)민영이를 많이 좋아해. 그렇지만 내 마음은 이거야'라며 문자를 주고받았다. 민영이랑은 서로 눈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래서 마주치지 않았다. 일이니까, 철저히 차단했다."

JTBC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이경과는 어땠나.

"배우들과 다 잘 맞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캐릭터의 인생을 꼼꼼히 살려고 했다. 그게 현장에서 너무 많이 느껴졌다.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었다. 워낙 센스가 있는 배우라,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잘 받아주고 잘 주기도 한다."

-액션신도 많았다.

"현장은 제작진이 어마어마하게 보호를 해주는 상태로 찍었다.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빠졌다. 너무 안전하게 잘 준비해줬다. 마음은 본인들의 몫이다. 본인들이 감당해야 한다. 스트레스조차도 수민이 거라고 생각했다. 스트레스가 풀릴까 봐 오히려 더 걱정했다. 즐거운 예능을 본다든가 하면, 잠깐의 해방감이 생기지 않나. 이런 것조차도 안 하고, 스트레스를 축적하면서 수민이의 감정으로 표현했다."

-건강은 괜찮나.

"건강하다. 수민이를 연기하며 너무 즐겁고 좋았다. 제 몸을 빌렸으니까, 이것에 대한 후유증인 거다. 배우로서 얻은 게 너무 많다.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 성격도 바뀌어가고 있다. 전에는 도전하지 않는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 수민이로 살고 보니까 후회해도 도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이제 악역 제안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다시 악역을 할 생각도 있다. 저는 모든 역할에 다 열려있다. 수민이는 작년에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악이었고, 또 다른 악들은 제 미래에 제가 가진 다른 거로 표현할 수 있다. 캐릭터는 무섭지 않다."

JTBC

배우 송하윤. 사진=킹콩by스타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한국드라마 최초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그냥 너무 감사하다. 뭐라 할 말이. 진짜 감사한 마음뿐이다."

-수민에게 지원은 어떤 존재였을까.

"저도 너무 알고 싶다. 알 것 같기도 한데, 딱 정의내려지지 않은 감정들이다. 작가님이 만든 글 안에서 그냥 계속 놀았다. 수민은 지원을 사랑한 것은 확실하다. 그치만, 미웠던 것도 확실하다.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수민을 연기했다. 그걸 정의하려고 하면 어지럽다."

-이 드라마 최고의 빌런은 누구일까.

"수민이를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그냥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욕을 먹는지.(웃음) 저에게 빌런은 미안하지만 지원이었다. 수민이에겐 그렇다."

-지인들은 뭐라고 하던가.

"저에게 지원이 같은 아기 때 친구가 있는데, 보니까 너무 좋아서 '행복해'라고 했다. 그랬더니 '진심이야?'라고 하는 거다. '진짜 진심으로 행복해'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 그렇게 표현 안 하고 천천히 다가가려고 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눈이 무서웠다고 하더라."

-전문가들은 수민이의 병명을 뭐라고 하던가.

"소시오패스 과라고 하더라. 인간이 인간을 정의할 수 없지만, 우리끼리의 이야기로 하자면 그렇다고 하더라. 수민아 미안해.(웃음)"

-말도 안 되는 웨딩드레스 입은 건 어땠나.

"정말 황당했다. 저도 당황스러웠다. 그치만 어쩌겠나. 어머니가 입으라는데. 저 예뻐해 주신 거니까. 그래도 어머니가 해주신 거니까.(웃음)"

-수민을 떠나보내면서 해줄 말이 있나.

"캐릭터와 상관없이, 그냥 송하윤이 정수민에게 하는 말이다. '수고했다'고 하고 싶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