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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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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 실패’ 직격탄 맞은 현대캐피탈 [발리볼 비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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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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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인사가 만사’라는 명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인사를 상징하는 표현은 역시 적시(適時), 적재(適材), 적소(適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는 적시, 적재, 적소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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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결승 블로킹 득점을 올린 삼성화재 손태훈.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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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최태웅 감독(48)을 경질한 현대캐피탈은 필리프 블랑 감독(63)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재미있는 건 블랑 감독이 현재 일본 대표팀 사령탑이라 8월 이후에야 팀을 지휘할 수 있는데도 서둘러 선임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은 이 발표 이후 세 경기에서 승점 3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20일 경기에서 ‘숙적’ 삼성화재에 2-3으로 패하면서 ‘봄 배구’를 향해 진격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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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전광인(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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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은 2020년 11월 13일 신영석(38·미들 블로커)을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하면서 ‘리빌딩’을 선언했다.

이후 두 시즌 연속 하위권을 면하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리빌딩 완성에 한 걸음만 남겨 놓게 됐다.

그것도 공수 겸장인 전광인(33·아웃사이드 히터)이 부상으로 ‘봄 배구’ 무대에서 이탈한 빠진 상태로 이룬 성과였다.

그러나 구단 살림살이를 새로 맡게 된 수뇌부는 이 결과를 실패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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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타임 중인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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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시즌에 최 전 감독을 경질하려 했지만 “준우승 감독을 자르는 건 무리”라는 내부 반대 의견에 막혀 최 전 감독 체제로 시즌을 맞이했다.

구단 수뇌부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제일 먼저 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선수 중 일부가 시즌 초반에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하지 않았다는 건 프로배구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최 전 감독 경질 후 진순기 감독 대행(41) 체제에서 현대캐피탈 성적이 반등하자 “원래 올라올 팀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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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기 현대캐피탈 감독 대행.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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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뇌부가 블랑 감독 선임 사실을 발표하면서 진 대행 역시 ‘차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둘러 공표했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은 최 전 감독 경질 이후 프런트 물갈이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럴 때는 직원들이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예외 케이스라는 걸 인정해 주셔야 한다’며 자기 살길을 찾아 노력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코트 안팎이 어수선한 팀이 잘 나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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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종료 시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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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현재 남자부는 1위 대한항공(승점 58)과 6위 현대캐피탈(승점 41)이 승점 17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2위 우리카드(승점 56)와 22일 경기에서 승점 3을 더해 선두로 올라서도 1위와 6위 사이가 승점 18 차이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20년 동안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선두와 ‘뒤에서 2등’ 사이에 이렇게 승점 차이가 적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렇게 ‘역대급’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즌을 인사 때문에 그르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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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안방 천안 유관순체육관.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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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계약 종료를 앞둔 최 전 감독에게 시즌 개막 때까지는 힘을 실어 줬다면…

어차피 최 전 감독을 경질했으니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진 대행에게 힘을 실어 줬다면…

어차피 사령탑 교체를 결정했으니 프런트는 믿고 맡겨 줬다면…

이렇게 모든 인사가 어긋나면서 한때 혁신적 이미지를 표방하는 모기업의 표상(表象) 그 자체였던 현대캐피탈 배구단도 그저 그런 팀이 되고 말았다.

하다못해 최하위 KB손해보험도 이미 결정 난 지 오래인 프런트 인사 발표를 시즌 종료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아, 여러분이 막 읽은 기사는 ‘스토리 발리볼’이 아니라 ‘발리볼 비키니’ 맞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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