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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 혁신, 건설산업 패러다임 전환 계기로 삼아야 [기고/이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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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지난해 인천 검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LH는 무량판 지하주차장을 전수 조사해 그 결과를 국민께 소상히 공개했다. 이어 신속한 정밀안전점검과 보강공사를 진행했고 피해 보상 같은 후속 절차 역시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에도 내 집 마련의 꿈으로 부풀었을 입주민의 실망감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LH는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태 수습에 임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 산업 프로세스 전반을 바꾸는 실행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드러난 설계 시공 감리 참여자들의 전문성 부족과 품질 관리 체계 부재를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건설산업 혁신과 성과 확산을 위한 첫 단추로 설계도면과 시공 과정 같은 각종 공사 정보를 입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 집이 안전하게 지어지고 있는지 입주 예정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LH는 설계도면 및 보디캠 등으로 촬영한 시공 과정 영상 기록을 올 하반기부터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해 정보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다음으로 건설 과정 참여자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견제와 협력 시스템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설계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설계하고 시공사는 기본에 충실한 시공으로 부실 공사를 끊어내야 한다. 감리 역시 젊은 인재 중심으로 역량을 높이고 독립적인 지위에서 검증해야 한다. LH는 구조 설계 같은 분야별 전문 조직을 신설해 교차검증을 강화하고 엄선된 전문 인력을 투입해 품질 관리 시스템을 확립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기술을 혁신해 노동집약적 인력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건설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60%를 상회하고 60대 이상 고령자도 25%를 훌쩍 넘기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기술 활성화를 비롯해 생산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만 주택 품질을 높일 수 있다.

LH는 건설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 도면 이해가 쉽고 디지털 활용도가 높은 3차원 설계(BIM), 현장이 아닌 공장에서 기둥, 보, 벽체를 만드는 탈(脫)현장 공법 확대 같은 자동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품질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설계와 실제 철근 배근 현황 등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 기기에 철근 누락 여부가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해 현장에서 신속하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입주민과 국민께 더 이상 심려를 끼치지 않는 유일한 길은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기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LH 건설 현장 혁신을 실행하고자 한다. LH로부터 시작된 이런 변화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우리나라 건설 시스템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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