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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33SSG)의 2023년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팔꿈치 수술 여파에서 다 벗어났다 싶었고, 선수의 의지도 충만했다. 선발 기회도 얻었다. 벤치의 신뢰는 굳건했다. 그러나 18경기에서 2승6패 평균자책점 6.19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대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철저하게 깨졌다.
물론 부상 탓을 할 수도 있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시즌 중반 햄스트링이 찢어지는 부상이 있었고, 발목을 다친 일도 있었다. 그러나 박종훈은 그 핑계가 너무 궁색하다고 생각한다. 몸이 멀쩡할 때도 성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퓨처스팀(2군)으로 내려간 뒤 재기에 발버둥을 쳐봤지만 결과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시즌이 끝난 뒤, 박종훈은 어디서부터 꼬였는가를 생각해야 했다.
문제를 따지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끝이 없었다. 오히려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결론은 단순했다.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새기며 그때로 돌아가려고 했다. 체중부터 감량했다. 박종훈은 더 강한 공을 던지고 힘을 키우기 위해 한동안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 마른 몸처럼 보이지만 90㎏대 후반까지 나갔다. 비시즌 동안 15㎏을 줄였다. 한창 잘했을 때의 적정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제는 조금씩 증량을 해야 하는 단계다. 말이 쉽지, 15㎏ 감량에서 박종훈의 처절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머리도 비웠다. 팀 선배들이자, 살아있는 레전드들이 아낌없이 조언했다. 추신수는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이 팀에서 생각이 너무 많은 대표적인 선수들”이라고 안쓰러워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해줬다. 야구는 밀당이라고 했다. 박종훈은 “열심히 쫓으면 멀어지고 편한 마음으로 대하면 다가온다는 뜻이다. 많이 공감이 됐고 앞으로 편한 마음을 가지고 야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광현의 조언도 같았다. 김광현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거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생각해보라”고 보듬었다. 박종훈은 “예전에는 ‘나는 아직 젊다,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한국 나이로 서른넷인데, 그냥 나이를 인정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최대한 심플하게 캠프를 보내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시작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예전처럼 자신을 운동이라는 틀에 너무 옭아매지 않으려고 한다. 코칭스태프의 판단도 같다. “배영수 코치님이나 감독님이나 모든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대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박종훈은 “코치님들이 계속 좋았을 때의 모습들을 많이 찾아오신다. 그 부분들을 많이 상기시켜 주신다”면서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조금 더 편하게 던지려고 한다”고 현재 주안점을 설명했다.
역설적으로 그랬더니 공이 더 좋아졌다. 박종훈에게 선발 경쟁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한 이숭용 감독은 “많이 좋아졌다. 올해 괜찮을 것이다”는 말로 든든한 신뢰를 과시했다. 돌이켜보면, 자신이 가장 잘 던졌을 때는 별 생각 없이 던졌을 때였다. 볼넷을 내주든, 도루를 내주든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했다. 박종훈은 “그때가 가장 심플했고, 심플하게 야구를 하려고 한다. 지금 많은 생각은 안 한다. 피치클락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포수 사인 보고 던졌던 선수”라고 말했다. 완벽하려고 했던 게 독이 됐다면, 이제는 비워내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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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은 “원래 좋았을 때 커브의 비율이 한 경기에 60% 이상이었다. 작년에는 그 정도까지는 못 던졌다. 살이 찌고 몸이 커지면서 커브를 던지는 데 부담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반대로 커브를 던지는 게 너무 편하다”고 기대했다.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하나둘씩 되찾고 있는 것이다. 이 성과를 확인한 박종훈은 시즌이 설레기 시작했다. 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잡생각이 머릿속을 침투하려 하겠지만, 그는 “그만 할 때도 됐다. 아무리 생각해봐야 의미가 없더라.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며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공언했다. 바다에서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면 가라앉기 마련이다. 상당 부분 덜어낸 잠수함의 출항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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