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당대표 경선 때 ‘비명계 학살’ 우려에
李, 박용진 거명하며 “통합” 강조
李, 박용진 거명하며 “통합” 강조
2022년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와 박용진 의원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현역 페널티’를 통보 받았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과거 당 대표 경선에서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발언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의 해당 발언은 2022년 8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강원 원주시 한라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통합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선출시 이 대표를 비판한 의원들의 ‘공천 학살’이 우려된다는 당내 목소리에 대한 답이었다.
이 대표는 이어 “‘다름’은 ‘배제’나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의 자산”이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인 당 운영을 통해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당을 확실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 자리엔 당대표 경쟁 후보였던 박 의원도 함께 자리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표와 대립했던 인물로,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도 박 의원은 이 대표가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점을 언급하며 “이 후보는 동지들과 당원들에게 자신의 ‘셀프공천’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2년 전 공천 관련 약속은 민주당이 이번 총선 공천에서 ‘현역 페널티’ 규정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다시 주목 받았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이하 해당자에게는 경선 득표의 30%를, 하위 10∼20% 해당자에게는 20%를 각각 감산하기로 했다.
20일 민주당에 따르면 공천관리위원회는 전날(19일)부터 현역 평가 하위 20%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를 시작했다. 박 의원도 이날 관련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에 포함되었음을 통보받았다”며 “오늘 당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을에서 20대 총선부터 재선을 한 박 의원은 이번 총선 공천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 등과 경쟁하고 있다.
박 의원은 “오늘의 이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지금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많은 분이 경각심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비록 손발이 다 묶인 경선이지만 당에 남아 승리해 누가 진짜 민주당을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힘을 가진 누구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고 그를 지키겠다는 정치는 정작 국민에게 충성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며 “그런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4선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하위 20% 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19일 탈당을 선언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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