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정치권 보수 진영 통합

국민의힘 공천 전략 ‘현역 의원 재배치’,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 의원은 “오늘 저 서병수는 낙동강 벨트라고 불리는 부산 북·강서구 갑으로 출전하라는 당의 요구를 받았다”며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2024.2.7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공천 작업이 반환점을 돌았다. 여당 공천 특징 중 하나로 중진을 포함한 현역 의원 재배치가 꼽힌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 중 열세 지역에 다른 지역구 의원들을 재배치하는 전략이다. 지역 조직력을 갖춘 현역 의원을 무리하게 물갈이하려다 반발을 사기보다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줘 ‘개혁 공천’ 이미지를 확보하고, 접전지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의석을 확보하려는 일거양득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역 의원들이 비운 자리에는 잡음을 줄이면서 당이 원하는 인사를 앉힐 수도 있다.

1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총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이날까지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103곳(단수추천 99곳, 우선추천 4곳)의 후보자를 확정했다. 61곳은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공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미정인 89곳에 대한 공천 방식도 논의했다.

우선추천(전략공천) 지역 중 3곳은 PK 중진이다. 5선 서병수 의원(부산 북강서갑)과 3선 김태호(경남 양산을)·조해진(경남 김해을) 의원은 모두 당 지도부의 지역구 이동 요청을 받아들여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낙동강 전선’에 뛰어들었다. 현 지역구인 경남 창원의창에 도전장을 냈던 5선 김영선 의원도 김해갑 출마 의사를 밝혔다.

수도권에서도 재배치 작업이 한창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4선 박진 의원은 현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다가 ‘양지만 좇는다’는 비판 속에 수도권 열세 지역 중 한 곳 출마가 유력하다.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의원은 일찌감치 서울 중성동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3선을 한 이혜훈 전 의원, 비례대표를 지낸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경선을 치른다. 경선에서 패한 사람을 험지에 재배치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중진이 아닌 의원에 대한 지역구 조정 시도도 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하던 이용호·최승재 의원과 협의해 출마지를 각각 서울 서대문갑과 경기 광명갑으로 옮기도록 했고, 여당 우세 지역인 서울 강남갑 태영호 의원은 험지인 서울 구로을로 옮겼다. 현역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서울 강남병(유경준)·서초을(박성중) 등 추가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동혁 당 사무총장은 “(결정이) 보류된 지역을 전부 재논의할 예정”이라며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특정 지역구에 몰려있어, 후보들과 협의해 수용 의사가 있다면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에서 반드시 민주당 의석을 빼앗아와야 한다고 본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4년 전 총선에서 PK 40석 중 7석을 민주당에 내줬다. 특히 낙동강 벨트에선 9개 지역구 중 5곳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PK 석권을 노린다. 대구·경북(TK) 포함 영남권에 집중된 출마자 중 일부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나 중진 등을 추가로 수도권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 사무총장은 “필요하다면 윤석열 정부 내각이나 대통령실에 있었던 분이 우리 당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지역에서 싸웠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 때 수도권에선 121석 중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최근 당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총선 승리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인지도와 중량감을 갖춘 마땅한 출마자가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아직도 어렵고 우리가 아직도 (민주당을) 쫓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중진을 비롯한 현역 의원을 경기 수원·고양·용인 등 수도권 거점에 배치해 주변 지역구까지 주목도를 높여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현역 의원이 활동한 지역과 같은 권역 내에서 출마지를 조정해 지역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있다. 중진들로서도 다선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우려를 해소하고, 험지 출마라는 명분을 확보해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21대 총선에선 공관위가 윤상현·권성동·김태호 등 중진 의원을 대거 컷오프시키자 반발이 거셌고, 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중진이 자리를 비운 우세 지역엔 대통령실 출신 등을 위한 공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하태경 의원이 자리를 비운 해운대갑에는 검사 출신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서병수 의원 지역구인 부산진갑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영입 인재인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공천을 받았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진보? 보수? 당신의 정치성향을 테스트해 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