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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까지 방치' 클린스만, 유일한 장점도 낙제…검증 못한 정몽규 회장 무능 만천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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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전략가보다 매니저를 자청하던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진짜 능력마저 이제는 신뢰할 수 없게 됐다.

돌아보니 클린스만호의 아시안컵 우승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영국 매체 '더선'을 통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동안 대표팀 내 선수단 불화가 알려졌다.

더선은 "요르단과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동료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흥민은 요르단전부터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핑을 하고 뛰고 있다. 토트넘으로 복귀해 치른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선에 따르면 대표팀은 식사를 마치고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려고 삼삼오오 자리를 떴다. 손흥민은 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여겨 어린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러자 탁구를 하려던 어린 선수들이 반발하면서 나이별로 그룹이 나뉜 채 몸싸움 단계까지 이어졌다. 손흥민은 엉겨붙은 선수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다.

대한축구협회도 신속하게 더선의 보도를 인정했다. 관계자는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손흥민과 일부 선수 간의 마찰이 있었고 그때 손가락을 다쳤다"며 "그렇다고 물리적인 수준의 충돌까지는 아니었다. 뿌리치는 과정에서 손가락 부상을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대립한 어린 선수들 가운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선수단 불화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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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시안컵을 준비하며 한 달 넘게 합숙을 하는 동안 심상치 않은 팀 분위기가 감지됐던 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번에 알려진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외에도 대표팀은 대회 기간 선참급과 중간급, 막내들로 파벌이 갈려 여러 마찰 사례가 들려왔다. 탁구 사태 이후에는 고참급 선수들이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과 준결승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으로도 이어졌다.

하극상을 벌인 이강인은 논란이 커지자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 정말 죄송하다.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라야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린다.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인정했다.

대표팀을 둘러싼 전대미문의 추문이라 부정확한 소식도 날개 돋힌 듯 퍼져나간다. 무엇보다 축구협회가 대표팀 내분을 즉각 인정하고, 고위층의 이름으로 새로운 사실을 알리면서 단시간에 무수한 소문을 발생시키는 발단이 됐다. 커뮤니티 상에는 대표팀에서 다툼을 했다는 구체적인 이름이 돌더니 한술 더떠 특정된 선수들의 확인되지 않은 대화 내용이 사실처럼 알려지기까지 했다.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이 모였으니 이번 대표팀만이 아니더라도 과거부터 크고 작은 파벌은 언제나 있어왔다. 이를 잘 봉합하는 게 대표팀을 지휘하는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더구나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전술적인 면보다 관리에 능한 매니저형에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대표팀 감독에 적합한지 의문투성이었지만 각각의 개성을 이해하고, 일련의 요소들을 모아 조화를 잘 이루게 만들 풍부한 경험이 있다는 걸 앞세워 지휘봉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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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장 중요한 대회 기간 선수들이 축구 외적인 대목에서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진 만큼 선수단 관리에 있어서도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아시안컵을 통해 전략 부재가 만연하게 드러났고, 준비 과정에 있어서도 해외 체류 및 A매치 보고서 작성 부재 등으로 불성실한 태도도 확인했다. 유일한 장점이라던 관리 책임도 미비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사령탑을 지속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를 인정하고 하루빨리 정상화를 해야 한다. 이 과정을 총괄할 축구협회 역시 쇄신이 필요하다. 선수 관리와 보호를 일차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축구협회의 자세인데 이번 파벌 문제로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선수단 내부의 문제가 오히려 축구협회 관련자들의 입에서 퍼져나갔기에 체계의 부재를 보여줬다.

이례적인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할 정몽규 협회장이 두문불출한다. 늘 부정적인 이슈를 만드는 장본인이면서도 중요할 때 뒤로 숨는 방식을 이번에도 반복하고 있다. 그외 고위층도 '한국인 감독과 전력강화위원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해 못할 접근법을 공공연하게 입에 올려 축구협회 내부가 이번 아시안컵 실패를 가볍게 대하는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여러 논란 속에 축구협회는 15일 오전 11시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이 참석해 아시안컵을 돌아본다. 미국으로 떠난 클린스만 감독은 원격으로 참가한다.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에 대한 동일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전력강화위에 결정권은 없다. 평가 및 조언만 가능한 조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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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클린스만호가 출범하고 1년 동안 A매치 이후 강화위가 열린 적이 없어 통일된 보고 자료와 분석 방식이 전무하다. 위원들 개인별로 목소리를 내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통일된 결과를 낸다 할지라도 정몽규 회장이 지금처럼 눈과 귀를 닫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제 시간이 금이다. 대표팀은 불과 한 달 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재개한다. 태국과 홈, 원정 2연전을 펼쳐야 한다. 당장 홈경기 준비도 문제다. 축구협회는 대표팀 훈련장으로 쓰던 파주 NFC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연말 아시안컵 준비부터 호텔 생활을 했다.

3월이라고 크게 달라질 수 없다. 이같은 방식은 유지된다면 대표팀을 관리하는 감독과 축구협회 수장은 호텔 및 훈련장 점검과 확보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지금은 모든 게 멈춰버렸다. 지금도 귀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시작으로 정몽규 회장의 책임있는 퇴진까지 조속한 진행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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