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바이에른 뮌헨이 라치오 원정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12년 만의 무관 위기에 놓였다.
뮌헨은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SS라치오와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다요 우파메카노의 퇴장 속에 치로 임모빌레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했다.
김민재가 풀타임을 뛰며 분투했지만 우파메카노의 한순간의 실수로 실점을 헌납한 뒤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하면서 8강행 가능성이 낮아졌다.
홈 팀 라치오는 4-3-3으로 나섰다. 이반 프로베델이 골문을 지켰고, 아담 마루시치, 마리오 힐라, 알레시오 로마뇰리, 엘세이드 히사이가 백4를 구성했다. 마테오 귀엥두지, 다닐로 카탈디, 루이스 알베르토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구스타프 이삭센, 치로 임모빌레, 펠리피 안데르송이 3톱으로 출전했다.
원정 팀 뮌헨은 4-2-3-1로 맞섰다. 마누엘 노이어가 변함없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하파엘 게헤이루,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수비를 맡았다. 레온 고레츠카와 요주아 키미히가 중원을 구성했다. 자말 무시알라, 토마스 뮐러, 르로이 사네가 2선에 위치했고,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서 득점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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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뮌헨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DFB-포칼컵에서 3부리그 자르브뤼켄에 충격패를 당해 탈락한 뮌헨은 리그에서도 선두 바이엘 레버쿠젠에 5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레버쿠젠과의 맞대결 완패가 뼈아팠다. 지난 11일 뮌헨은 선두 레버쿠젠 원정을 떠나 0-3으로 완패했다. 경기 전까지 레버쿠젠에 승점 2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었던 뮌헨은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으나 무기력하게 패하며 오히려 격차가 5점까지 벌어졌다.
투헬 감독은 센터백 3명을 배치하는 백3 전술을 들고 나왔다. 레버쿠젠이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데다 원정 경기였던 만큼 수비를 두텁게 세운 뒤 공격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른 시간 실점을 내주며 계획이 틀어졌다. 지난 여름 레버쿠젠으로 임대된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뮌헨 골망을 흔들며 비수를 꽂았다.
후반전에도 5분 만에 알렉스 그리말도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레버쿠젠에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무승부라도 거두기 위해 토마스 뮐러, 요주아 키미히, 마티스 텔 등 교체 자원들을 투입하며 변화를 가져갔으나 오히려 후반 42분 프림퐁에게 세 번째 실점을 허용하며 3골 차 완패를 당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우리 실수 때문에 추진력과 에너지를 잃었다. 두 번째 실점은 너무 쉽게 내줬다. 파이널 서드에서 침투력이 부족해 승리할 수 없었다. 공을 되찾은 후에도 매우 잘못된 결정들이 나왔다. 소유권을 획득하자마자 다시 잃어버리는 일이 너무 잦았다"라면서 "수건을 던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리 접근 방식은 변하지 않을 거다. 야망을 이루려면 계속 나아가고 더 나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바바리안풋볼은 "레버쿠젠 원정에서의 패배는 적어도 이번 여름까지 투헬과 함께하겠다는 뮌헨 보드진의 계획을 바꾸진 않았다. 빠른 경질은 논쟁의 여지 없이 계획에 없다"라면서 뮌헨이 투헬을 경질하지는 않을 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투헬은 팀의 성과, 특히 훈련에서 잘 작동했던 전술적 지침을 정작 경기장에서는 잘 구현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방식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라며 투헬이 선수단 탓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직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여름에는 선수단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보드진들은 주로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으며, 구단 내부적으로도 지금의 팀이 감독하기 어렵고, 일부 선수들이 팀에 좋지 않다는 시각이 압도적이다"라며 시즌 종료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투헬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뮌헨 팬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 의심스러운 라인업을 보게될 수도 있다. 투헬은 선수 명단에 저주를 퍼붓고 있다. 이적시장이 가까워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베테랑 공격수 뮐러도 "우리는 훈련에서는 자유롭게 축구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나은 접근법을 보여주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며 훈련에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마누엘 노이어 역시 "가장 중요한 경기에 최악의 경기력을 펼쳤다. 공격적으로 나서서 높은 곳에서 수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레버쿠젠이 그런 라인업으로 플레이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은 "우린 거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실수가 너무 많았다. 레버쿠젠이 쉽게 우위를 점하도록 허용했다. 실점 장면도 너무 쉽게 허용했다"라며 "평소 뮌헨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린 계속 앞으로 갈 수밖에 없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야 하지만 더 이상 (우승이) 우리 손에 있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라고 사실상 우승이 불가능해졌다고 분노했다.
결국 경질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독일 스폭스는 "만약 토마스 투헬이 해임될 경우 바이에른 뮌헨은 플리크 다시 데려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만약 오는 라치오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패해 8강 진출 가능서이 어려워진다면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에 해고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이번 라치오전은 뮌헨에게 분위기 반전을 위해, 투헬에게는 입지 상승을 위해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라치오는 홈에서 좋은 모습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홈에서 열린 지난 12번의 UEFA 클럽대항전 경기에서 단 한 번 패했다. 또한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2번의 홈 경기를 치러 10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만만치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경기는 뮌헨의 바람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포문은 먼저 뮌헨이 열었다. 전반 시작과 함께 사네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침투하던 키미히에게 패스를 내줬다. 키미히가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 옆을 벗어났다.
라치오가 반격에 나섰다. 이삭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중원을 헤집었다. 박스 밖까지 접근한 이삭센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어진 프리킥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뮌헨이 다시 기회를 잡았다. 전반 6분 박스 안 뮐러의 패스를 받아 케인이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발에 제대로 맞지 않으면서 골문 위로 크게 넘어갔다. 전반 9분에는 무시알라가 박스 밖에서부터 안까지 몰고 들어왔다. 왼발 슈팅까지 시도했으나 라치오 수비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마즈라위가 흘러나온 공을 잡아 슈팅을 시도했으나 역시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라치오가 기회를 놓쳤다. 전반 17분 코너킥 공격 상황에서 힐라의 헤더 슈팅이 나왔다. 그러나 노이어 정면으로 향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21분에는 알베르토가 수비를 벗겨낸 후 오른발 슈팅을 때렸으나 골문 위를 넘어갔다.
뮌헨이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28분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우파메카노가 과감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골대 위로 벗어났다. 전반 29분에는 무시알라가 부드러운 드리블로 반칙을 당해 프리킥을 얻어냈다. 사네가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 옆을 살짝 벗어났다.
라치오도 반격했다. 전반 38분 이삭센이 중원을 돌파한 뒤 중거리 슈팅을 때렸으나 높게 떴다. 곧바로 뮌헨이 공격에 나섰고, 무시알라가 박스 안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것도 골문 위를 넘겼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 채 0-0으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다만 뮌헨은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며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후반전은 라치오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후반 2분 이삭센이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노이어가 달려나오자 슈팅을 때렸으나 각도를 잘 좁힌 노이어에게 막혔다. 뮌헨은 마즈라위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중앙으로 내준 컷백을 뮐러가 슈팅까지 이어갔으나 라치오 수비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뮌헨이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후반 12분 박스 안에서 뮐러가 올린 크로스를 케인이 머리로 마무리했다. 노마크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이었지만 골대 위를 넘기며 땅을 쳤다.
라치오 역시 반격했다. 후반 21분 임모빌레가 공을 잡아 이삭센에게 연결했고, 이삭센이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우파메카노 공에 맞고 옆그물을 때렸다. 코너킥이 선언되는 듯 했다. 우파메카노의 대형 사고가 터졌다. 박스 안 수비 과정에서 김민재가 한 차례 막아낸 공이 이삭센에게 흐르자 슈팅을 막기 위해 발을 뻗었다. 그러나 공은 이미 떠난 뒤였고, 우파메카노의 발은 이삭센 발목을 그대로 밟고 말았다.
주심은 망설임 없이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고, 동시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임모빌레가 노이어를 완벽히 속이고 반대편 구석으로 찔러넣었다. 라치오가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일격을 맞은 뮌헨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공세에 나섰다. 후반 27분 뮐러의 패스를 받아 무시알라가 박스 안에서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수비 맞고 골라인 아웃됐고,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의 헤더가 나왔으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라치오가 후반 34분 알베르토 대신 일본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가마다 다이치를 투입하며 미니 한일전이 성사됐다. 뮌헨도 에릭 막심 추포모팅과 마티스 텔을 투입하며 공격수 숫자를 늘렸다. 후반 40분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고, 케인이 슈팅을 시도했으나 수비벽을 때렸다.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진 가운데 라치오가 역습을 통해 추가 득점을 노렸다. 김민재가 한 차례 끊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흐른 공이 페드로에게 연결됐고, 페드로가 김민재를 제친 뒤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으나 노이어가 잘 막아냈다.
결국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라치오가 홈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갔다. 뮌헨은 90분 내내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라치오의 승리를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경기 계획은 정확했다. 우리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우리가 기회를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충격적인 패배 속 김민재만 빛났다. 축구 통계 전문업체 풋몹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날 라치오를 상대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패스 성공률 98%, 볼 경합 성공 4회, 인터셉트 2회, 공 소유권 회복 8회 등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다. 하지만 파트너 우파메카노의 대형사고에 이은 페널티킥 실점으로 팀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풋몹 기준 김민재는 평점 7.3점으로 뮌헨에서 팀내 3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았다. 양 팀 통틀어 수비진 최고 평점으로 수비력에 있어서 호평을 받았다.
한편, 라치오전 패배로 투헬 감독은 더욱 거센 경질 압박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뮌헨은 시즌 초 DFL-슈퍼컵에서 라이프치히에 0-3으로 완패해 우승컵을 놓쳤다. 포칼컵에서는 3부리그 자르브뤼켄에게 충격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탈락했다.
남은 건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두 대회 뿐이었지만 리그는 레버쿠젠에 밀려 2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라치오 원정에서 패하며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뮌헨은 내달 6일 홈에서 라치오와 16강 2차전을 치른다.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탈락할 경우 2011-12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연합뉴스, 바이에른뮌헨, 라치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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