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이 사태가 벌어질 동안 방관만 한 모양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이 화젯거리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은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탈락하기 하루 전 팀 동료와 다퉜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어린 선수들 중 일부는 탁구를 즐기기 위해 밥을 빨리 먹었는데, 식사 자리가 팀 결속의 기회라고 생각한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이에 불만이 있었다"라며 한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을 제기했다.
대한축구협회(KFA)에서도 대표팀 내에서 불화가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과 일부 선수들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며 외신에서 제기한 불화설이 사실이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의문을 인정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핵심이자 간판 스타인 두 선수가 충돌했다는 보도가 나와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과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요르단전을 앞두고 대립했다는 내용이다.
더선 보도와 연합뉴스 주장에 따르면 사건은 요르단전 바로 전날인 현지시간 5일 저녁 식사시간에 일어났다. 대표팀에서 경기 전날 모두가 함께하는 만찬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결전을 앞두고 화합하며 '원팀'임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설영우(울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에서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별도로 일찍 마쳤다. 그러고는 탁구를 치러 갔다. 살짝 늦게 저녁을 먹기 시작한 선수들이 밥을 먹는데 이강인 등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제지하려 했지만, 이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격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다. 이강인은 주먹질로 맞대응했는데 이는 손흥민이 피했다.
다른 선수들이 둘을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고 말았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제외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부임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클린스만호가 지난해 하반기 5연승 반전을 이루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황태자'였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강인과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던 터였다. 이런 가운데 '탁구 사건'이 두 선수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전은 이런 심각한 갈등 속에 킥오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앞선 조별리그 3경기, 토너먼트 2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요르단전에서도 90분 내내 각자 따로 놀았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탁구 사건'과 이강인을 계속 신임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을 놓고 보면, 손흥민이 어떤 맥락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대표팀 내 갈등이 이강인과 손흥민 사이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대회 내내 선수들은 나이 별로 따로 노는 모습이었고 이는 아시안컵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훈련장에서 그룹을 지어 훈련할 때 선수들은 같은 무리끼리 어울렸다.
외신에서도 이번 일을 주목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탁구를 치기 위해 저녁을 일찍 먹은 한국 대표팀 동료들과 격한 싸움을 벌이던 도중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라며 한국 축구대표팀 내에서 제기된 불화설을 보도했다.
매체는 "젊은 선수들은 탁구를 치기 위해 식사를 서두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행동에 짜증을 내며 PSG(파리 생제르맹)의 이강인을 문제 삼았다. 말싸움은 토트넘 홋스퍼의 에이스인 손흥민이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할 정도의 다툼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데일리 메일' 외에도 여러 매체들이 같은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가십을 정리하며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충돌해 손가락 골절을 당했다"라고 손흥민의 부상을 주목했고, '메트로', '토크 스포츠' 등도 이 소식을 다뤘다.
일본 매체 '닛칸 스포츠'는 "영국 매체들이 아시안컵 도중 한국 축구대표팀에 내분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다음날 요르단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손흥민은 오른쪽 손가락에 테이핑을 붙인 채 출전했다. 부상을 치료하지 않고 잉글랜드로 돌아온 뒤에도 오른손에 테이핑을 한 채 뛰었다.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크게 보도됐다"라며 한국 축구대표팀 내 불화설을 전했다.
확실한 건 대표팀의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을 보호하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신경 써야 하는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일이 터지기 전까지 팀 분위기에 손을 쓰지 못한 모양이다.
감독 능력에 대한 불신 속에서 선임됐을 때 클린스만 감독의 장점으로 꼽힌 건 선수단 매니지먼트 능력이었다. 선수 시절 스타 선수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뛰어난 선수들과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팀 분위기를 좋게 유지하는 능력이 단기 토너먼트에서도 빛날 거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불화설이 터지며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유일한 장점조차 허상이 되고 말았다. 선수를 관리하는 능력조차 없다는 게 밝혀진 셈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유임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축구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축구협회 내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높은 액수의 위약금 등의 이유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후 결정은 그 결정권을 가진 정몽규 회장이 해야 할 일이다. 이미 아시안컵을 통해 전술적 능력이 없다는 걸 확인한 데다 장점이라던 선수단을 관리하는 능력조차 부족하다는 게 드러난 지금 클린스만 감독과 동행을 이어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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