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분절 저성장 앞당겨…중동 리스크 물가 상승 압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한 지 만 2년이 됐다. 전쟁 발발 직후 폭등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시일이 지나며 진정되고 있지만 그로 인한 고물가·고금리 후폭풍은 글로벌 경제에 작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통상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에 소비·투자 감소까지 겹쳐 지난해 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2020년(-0.7%) 이후 최저인 1.4%에 그쳤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로 소폭 반등이 예상되지만 중국 경제 둔화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악재가 여전해 내년 이후 장기 저성장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13일 국내외 주요 기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2.3%에서 0.1%포인트 내린 2.2%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KDI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한 2.2%로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의 올해 성장률이 전년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성적표가 워낙 저조했던 기저 효과로 반등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계심을 늦출 국면은 아니다.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에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동 지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변동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 운송 요충지인 홍해 인근이 혼란스러워지면서 물가를 자극할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병목 현상 심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이후다. OECD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올해보다 더 낮은 2.1%로 관측한다. 다른 국제 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 둔화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인플레이션을 잡아도 고금리·고물가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지난해 간신히 5%대 성장률을 달성한 중국은 올해 4%대 중반, 내년 4%대 초반 등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예상 외로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 기여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이 무너지면 성장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대응책을 내놓기 보다는 어떤 악조건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경제·산업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