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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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오는 4월 총선 출마 여부와 방식에 대해선 창당 후 당원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명분으로 언급했지만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야권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상기시킬 수 있고, 사법 불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에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초저출생과 고령화, 저성장과 양극화, 한반도 평화 위협 등을 나열한 뒤 “윤석열 정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답답하다 못해 숨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일인) 4월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복합 위기인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킬 계기가 돼야 한다”며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 만들기 위해 시민들과 행동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제 개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당을 만들고 나서 함께 하는 동지나 벗들과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통합형 비례정당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당에서 저 또는 제가 만드는 정당에 대해서 여러 가지 입장이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입장 차이를 다 존중한다”며 “민주당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를 신경 쓰면서 저의 행보를 결정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하든 간에 우리에게는 우리의 일정, 계획과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을 비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본인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공개하고 고발사주 의혹 고발장이 접수되기 하루 전 손준성 검사 등과의 단체 카톡방에 올린 사진 60장이 어떤 내용인지 밝혀주면 좋겠다”며 “손준성 검사를 왜 검사의 꽃이라는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는지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령 사건에 대해서 왜 입장을 제대로 입장을 표시하지 않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총선 참여는 일차적으로 사법 불복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조 전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대법원에서 2심과 같은 형을 확정받으면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형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조 전 장관의 등판은 4월 총선에서 정권심판의 방해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야권의 선거 패배에 영향을 줬던 인물이 다시 귀환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의 내로남불을 다시 상기시킬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 여러분이 조국”(권성동 의원)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조국 전 교수가 주장하는 국가위기 극복은 이런 저급한 정치를 심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조 전 장관이 검찰공화국,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얘기했지만 조기 종식에 도움이 안 되고 잘못하면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찰 안 하고, 반성 안 하는 모습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더불어민주당과 연결되고 문재인 정권 교체 이유를 상기시킬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으로 가는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 심판으로 전선이 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일 것”이라며 “조국 사태가 불거진 게 2019년 하반기였고, 이것이 내내 영향을 미쳐서 20·30(세대) 이탈의 한 원인도 됐고, 또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중도, 부동층 확장 면에서 (민주당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지역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그야말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는데 지금 본인이 재판받고 있지 않느냐. 민주당을 그렇게 어렵게 만들었는데 억울하다고 다 나서면 끝이 없다”며 “본인의 이익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에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둘 다 윈윈이어야 (우리가) 받을 텐데 한쪽이 마이너스면 왜 받겠느냐”며 “도움이 안 되는 일을 민주당이 뒤집어쓰고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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