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민증 위·변조에 먹튀·음해까지…尹이 들어준 자영업자들의 하소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술 마시고 들어오기,

경쟁 가게에서 섭외해 투입하기,

주민등록증 위·변조해 사용하기 등

아시아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열 번째,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술을 마신 청소년이 자진해 신고하면서 영업정지를 당한 자영업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술 먹고 담배 산 청소년이 자진신고하는 경우는 처벌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기초단체에서 행정처분을 하지 못하게 즉시 조치했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서울 성수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레이어57'에서 '함께 뛰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를 주제로 한 열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자영업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었다. 마포에서 돼지고기 구이집을 운영 중인 정상훈 대표의는 2022년 11월에 미성년자가 고의로 술을 마시고 자진신고해서 영업정지를 당했다. 오이도에서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석남 대표는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쓴 청소년에게 딸이 담배를 팔았다가 신고를 당해 딸은 60만원 벌금을 내고 가게는 영업정지를 당했다"면서 "소상공인들에게만 짐을 지우면 안되고, 나쁜 청소년들에게도 벌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연을 경청한 윤 대통령은 "법령개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당장 지방자치단체에 전부 공문을 보내서 기초단체에서 이런 걸 가지고 행정처분을 하지 못하게 즉시 조치하라"라고 말했고, 윤 대통령의 지시 3시간 만에 식품위생법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경우라도 판매자가 신분증을 확인한 것이 입증되면 불이익 처분을 받지 않도록 행정처분 또는 고발에 신중히 처리해달라는 공문을 지자체로 발송했다.

앞서 미성년자가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는 등 자영업자를 속이고 술이나 담배를 구매한 후 자진신고해 해당 가게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도록 하는 사례가 늘어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차였다.
"누가 봐도 미성년자 아냐…적발 후 다른 가게서 또 음주"
아시아경제

경쟁업소의 이른바 '미성년자 투입' 작전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한 음식점이 내건 현수막.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소년은 무죄, 난 벌금 3000만 원, 이게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족발집을 운영한다는 자영업자 A씨는 "크리스마스 날 미성년 주류 단속에 적발됐다"라고 밝혔다. A씨는 "(크리스마스 당일) 밤 10시 30분쯤 이미 술에 취한 여성 두 명이 가게에 방문했다"며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고, 노출이 있는 옷과 진한 화장을 해 아르바이트생은 그들을 성인으로 생각했다. 크리스마스라 바쁜 나머지 주민등록증 검사를 못 했다고 한다. 더구나 제가 운영하는 식당은 가격대가 있고, 메뉴도 족발이라 10대가 주 고객도 아니었기에 방심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를 더욱 화나게 했던 건 해당 미성년자들이 계속해서 음주한 사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는 사실이었다. A씨는 "우리 가게에서 적발이 되고 3일이 지났는데도 반성은커녕 다른 술집에서 술과 안주를 찍은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게시했다"며 "연말과 신년 초는 물론이거니와, 어제도 술과 안주 사진을 스토리에 올렸으며 술집에서 찍은 친구와의 사진도 올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른들을 속이면서 시한폭탄을 들고 술집을 누비고 다니는 미성년자들은 무죄이며 매일 술집을 들락거리고 있다"며 "그 미성년자들은 법에 의해 나라에서 떠받들어주며 보호해준다"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이후 A씨에게 전화를 건 해당 미성년자들이 "전자담배 챙기러 갈 테니까 잘 챙겨 놓으라"라고 이야기했다며, A씨는 "술을 마시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당당하고 어른이 무섭지 않으면 이런 말을 하는 걸까"라고 씁쓸함을 표했다.

또 지난달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성년자 술집 출입으로 화난 가게 사장님'이라는 제목의 게시물과 함께 술집 앞에 걸린 현수막 사진이 올라왔다. 현수막에 적힌 내용을 보면 업주 B씨는 인근 가게로부터 미성년자를 고용해 술을 마시게 한 뒤 신고하는 이른바 '미성년자 투입 작업'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

B씨는 현수막을 통해 "우리 가게에 미성년자 투입한 놈아. (영업 정지된) 30일 동안 돈 많이 벌어라"라면서 "지난해 11월에 왔던 미성년자는 똑바로 살아라. 네 덕분에 가정을 책임지는 4명이 생계를 잃었다. 지금은 철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겠지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른이 된 후에 너희가 저지른 잘못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식당에서 16만원어치 음식과 술을 시켜 먹은 미성년자들이 '신분증 확인 안 하셨다'는 협박성 쪽지만 남기고 달아난 사연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위·변조 사용, 실물 주민등록증 위조까지
아시아경제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주민등록증 위조 게시물.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개정 주민등록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타인의 주민등록증 이미지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미성년자들이 주류나 담배를 사면서 위·변조된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를 제시했는데, 이에 속은 자영업자들이 억울하게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은 원본이 아닌 이미지 파일을 사용하면 처벌한다는 규정이 없었던 탓에 미성년자들을 부정 사용죄로 처벌할 수 없었지만, 이 개정안을 통해 이미지 파일이나 복사본을 부정 사용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법이 시행된 것이다.

또 실물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2021년 유명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청소년들 위주로 주문 제작해드립니다'라며 위조 신분증 사진을 첨부한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신분증 위조 비용은 5만원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중고거래사이트뿐 아니라 SNS에서도 신분증 위조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위조 신분증으로 인해 판매 업주가 처분을 받는 경우가 늘자, 2021년 6월 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도용해 술집이나 식당 등 식품접객 업주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했을 때 제재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