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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배우 정준호 “제일 친한 ‘깐부’요? ㄱㄴㄷㄹ 순서로 말하면 안 될까요?” [유재영의 전국깐부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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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당발 인맥’ 스타 배우 정준호와 ‘인간’ 정준호

깐부.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은어, 속어죠.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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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부탁하면 어디든 달려오는 의리의 사나이.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하루도 사람을 만나지 않는 날이 없다. 아침마다 신문을 보며 인맥들의 동정을 체크한다는 그가 인터뷰 중에도 동아일보를 보며 이슈, 광고 등과 연관된 다양한 지인들을 떠올린다. 평생의 루틴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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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얘기 중에 요즘 생각해도 무릎을 칠만한 명언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 말은 으뜸인 것 같다. 살면서 사람들과 단순하게 스칠 일은 많다. 기억도 안 나는 유년기 시절, 모두의 기억에는 자신을 귀엽다고 깨물고 어루만졌을 사람이 꽤 있을 테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어디 번잡할 곳을 가더라도 이 사람 저 사람 부대낄 때는 다반사다.
사람들은 ‘옷깃’을 인연의 작은 연결 고리로 여겼을 듯하다. 천이 스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관계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빗대었을 것 같다.‘옷깃’보다 더 가까운 연결 고리가 있어도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살면서 숱하게 접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연기면 연기, 방송이면 방송, 사업이면 사업, 도대체 안 걸치는 곳이 없는 만능 스타 정준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말 옷깃만 스쳐도 내 사람으로 만드는데 귀재인 사람이다. 도대체 안 걸치는 인맥이 없고, 허투루 눈 마주치고 악수하고 연락 주고받는 사람이 없다. 인구 5000만 명이 전부 그의 인맥이라는 농담을 해도 꽤 그럴싸하게 어울린다. 연예계는 물론이고 정·관계, 학계, 문화·스포츠계 등을 넘나들며 관통하는 ‘핵인싸’를 찾다보면 이상하리 정점은 정준호로 수렴한다.

최근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그와 5시간가량 인맥, 사람 관리 얘기를 했다. 시간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평생 먹을 양식이라고 할까요.”
정 위원장에게 사람, 인연은 이런 의미다. 그래서 그는 “양식을 쌓고 관리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양식은 내가 좋다고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니죠.” 그의 사람 관리 철학이다. 자신이 아는 사람으로 뭉쳐놓은 건 인맥으로 부를 수 없다. 나만 안다고 자랑하는 인맥은 화려할지 몰라도 실체는 없다. 이런 전제를 놓고 그는 “인연을 쌓는다”고 한다.

기자가 <전국깐부자랑>을 연재하고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평생 함께 할 ‘깐부’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코너에 도저히 ‘깐부’를 못 데리고 나오겠다며 혼자 나타났다. 주변에 친한 여럿과 동행을 타진해봤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 사정을 했다. 정 위원장은 “누구 한 사람을 ‘깐부’라고 정해 인터뷰 기사에 나오면 다른 분들이 엄청 서운하다고 난리가 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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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좋은 친구, 보고 싶어도 또 보고 싶은 형이 가수 김흥국이다. 정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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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혼란을 주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신현준, 김민종, 탁재훈, 김영철, 김흥국, 박상원, 엄홍길, 박중훈, 이문세, 이재룡, 정보석, 윤다훈…”이라고 이어가는데 끊을 수가 없다. 직업과 나이 등을 망라한 지인들이 그의 입에서 수없이 열거된다. 제일 친한 ‘깐부’에 대해서는 선택 장애가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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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위 사진),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의 인연도 깊다. 정준호 제공·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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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최진실 선배 전화번호도 안 지운 ‘나’

먼저 원초적으로 궁금한 것.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몇 개일까.

-시간 차이를 두고 예전 인터뷰를 보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만 5000개, 1만 개 등으로 점점 늘어났어요.
“지금은 1만 1400개 정도예요. 휴대폰 바꿀 때 옮기기 너무 힘들어요. 몇 시간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연락을 1년에 몇 번씩 하는 분들은 4~5000명 정도 돼요. 그리고 전체에서 절반 정도는 아주 예전에 뵀던 분들, 해외에서 만났던 사람들인데 자주는 연락을 하지 않죠.”

-그럼 절반은 인맥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번호를 입력할 때 같이 만난 지인 이름이나 장소, 날짜를 같이 저장해요. 연락은 자주하지 않지만 인맥입니다. 제 연락처에 있는 분들은 드라마나 방송, 광고 등을 통해 저를 늘 보고 있으니 함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처음 만난지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서 연락을 드리면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해요. 문자를 오랜만에 해도 좋아하셔요. 가까운 가족들도 1년에 몇 번 못 보고 자주 연락 못 하잖아요. 살다 보면 자기 일이 있고, 바쁘지 않습니까. 마음으로 담고 있으면 계속 유지되는 게 연락처고 인맥이라고 생각해요.”

정 위원장이 휴대폰 연락처에서 그리운 이름들을 하나둘씩 꺼낸다. 고 최진실 씨의 이름이 있다. 정 위원장은 2008년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최 씨는 이 드라마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정 위원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 드라마를 같이 하자고 제안해준 최진실 선배에 대한 고마움과, 힘들 때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최 선배와의 작별이 주변 사람들을 더 관찰하고 평소에 잘 챙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기도 했다.

“언젠가 휴대폰 연락처를 정리하는데 진실 선배를 포함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몇 백 명이 되더라고요. 지워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됐죠. 그러다 ‘아니야. 간직하자’라고 놔뒀죠. 마음으로 이어진 사람들인데 굳이 제가 끊을 필요가 없어요.”

-최진실 씨가 세상을 떠나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고쳤다고 하던데.
“진심을 담자라는 거죠. 축적되는 시간과 마음이 쌓이는 과정의 중요성이라고 할까요. 얼마 전 법무연수원에서 인맥 관리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을 5년 또는 10년에 한 번 보더라도 마음의 진중함과 진정성을 담자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 상대방은 마음으로 나를 기억해 1년에 한 번을 만나든, 2년에 한 번을 만나든 내 사람이 돼요. 그렇게 쌓인 인맥은 내 자산이 됩니다. 보통 친한 사람을 소개할 때는‘이 사람하고 10년 됐어, 저 사람하고는 20년 됐어’라고 말을 하죠. 그 세월에 알찬 마음을 쌓는 과정이 담겨야 한다고 봐요. 외국의 유명한 가문 사람들을 보면 친구 소개를 할 때 꼭 몇 년 된 친구인지를 물어봐요. 시간,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제가 만약 어떤 동생하고 ‘15년 됐다’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그 시간 동안 둘이 아무런 문제없이 지낸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해요. 그러면 이 두 사람이 다음에 뭘 해도 믿겠다고 합니다. 인연을 어떻게 발전시켜 가느냐, 그 과정에서 표현도 잘 해야 한다고 봐요. 충청도 말로는 ‘경우’라고 하는데, 친해지고 싶어 냄비처럼 무작정 물질적인 것을 갖고 달려드는 건 ‘경우’에서 벗어나죠.”

그는 충청남도 예산 출신으로 이 고장이 배출한 인물 중 하나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함께 예산의 자랑이다.

-편견은 아닙니다만 충청도 출신 분들은 속을 알 수 없다고 하잖아요. 사람 사귀는 재주는 타고나신 겁니까.
“제가 장손인데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늘 어른들을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스며든 거죠. 술도 그렇고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큰 상에서 밥을 먹으면서 밥상머리 예절도 일찍 배웠죠. 그러면서 각기 다른 사람의 위치, 경력, 수준에 맞게 대화를 하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누구와 만났는데,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니 이렇게 그의 얘기에 집중해서 반응을 해야겠다’면서 상황별 공식이 딱 잡힌 거죠. 학교에서도 반장도 하고, 배구부 주장도 해서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어릴 때부터 연예인처럼 주목을 받았어요. 그 때 껌이나 씹고, 다리 흔들고, 욕 했으면 정준호를 전부 떠나갔겠죠.”

-‘오지랖 넓다’는 말을 자주 들었을 텐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내 자산 쌓는 거라 생각하니까요. 저는 신이 아니잖아요. 주식을 하고 싶으면 증권사에 있는 지인 한 명 정도 알아둬야 하는 거고, 아플 때 찾아갈 의사도 있으면 좋고. 분야별로 제가 지인 형성이 돼 있으면 주변 사람들은 또 ‘정준호를 통하면 안 될 것도 된다’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죠. 자산을 나누는 건데요. 그게 이뤄지는 순간 저는 또 도움을 준 사람을 관리해야 합니다. 한두 번 감사 전화하고 끝나면 상대방은 속으로 ‘경우가 없네’라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신세 진 만큼 관리를 해야 인맥으로 천 년 만 년 가는 거죠. 상대방이 ‘저렇게 바쁜 사람이 나한테 신경을 쓰긴 쓰는 구나’라고 느낄 때 저는 또 감동을 느껴요. 그래서 계속 오지랖이 넓을 수밖에 없어요.”

● 연예인 ‘가오’ 안 잡고 사람 계산기 안 두드리는 ‘나’

사람은,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실속을 따진다. 인간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되도록 ‘윈윈’ 할 수 있는 관계가 좋다. 반대로 친하기는 한데 매번 손해 보는 느낌이 들면 가차 없이 관계 정리가 되기도 한다. 정 위원장도 정을 주고 친해졌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을까.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그 충격에 사람을 대하는 것도 굉장히 제한적이고 까다로웠을 싶다. 정 위원장은 “특별하게 뒤통수를 맞은 적은 없다. 오히려 관리가 힘들 정도로 인복이 많다”며 “돈과 명예를 잃는 건 견딜 수 있지만 사람한테 상처를 받으면 치유가 쉽지 않다고 흔히 말하는데, 희한하게 이런 경우도 없다”고 웃었다.

-손해 보더라도, 자기가 이용을 당하는 듯 하더라도 상황을 즐기고 이해하고 되도록 관계를 깨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상대방도 정 위원장과의 관계에서는 실속을 끌어들이지 않는 듯 한데요.
“필요한 사람만 만나고 실속을 따지는 관계가 가장 ‘쥐약’이라고 봐요. 내가 필요한 사람만 만나다 보면 상대방도 나를 볼 때마다 ‘내가 필요해서 만났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제가 양복 브랜드 모델을 10년 넘게 했어요. 저는 그 회사를 ‘나의 회사’라고 여겼어요. 회사가 정준호를 모델로 써서 성장했다는 얘기를 너무 듣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면 모델 계약서에 사인회를 만약 두 번 간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어도 저는 10번이고 20번이고 해줬어요. 그러니까 회장님이 ‘내가 정준호 씨한테 신세를 많이 졌다’며 사업도 가르쳐주시고, 여러 귀인들도 소개해주시고, 또 다른 회사 모델로도 연결에 연결을 시켜주셨죠. 제가 회사에 사명감을 갖고 내 회사처럼 정성을 다하니까 회장님 본인이 저를 홍보하고 다니더라고요. 출연했던 광고 대부분이 이런 과정으로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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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내기가 유명한 인기 배우가 됐다고 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고향을 등지는 일은 없다. 예산은 정준호를 낳은 곳. 고향 일이라면 만사 제친다. 정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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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라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면 ‘내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며 인간관계에서도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바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도시남 같은데 실상은 시골 사람이잖아요. 까다로운 것도 없고, 하하. 시골에서 올라와서 이 바닥에 들어와 보니 출중한 사람들도 너무 많고, 그래서 내가 열정을 다 받쳐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동기 부여는 되는데 소통이 안 되더라고요. 나를 완전히 보여주고, 상대방도 나한테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면서 우정이 쌓이고 친구가 되는 건데 여기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연예인들은 인기가 없으면 하루도 살기가 힘들어요.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인기는 대중과 호흡하고, 주변 인간관계를 좋게 쌓아가는 과정에서 얻어지고 유지가 되죠. 그런데 어떤 위치에 올라갔을 때, 성공했다 싶을 때 연예인들은 손을 놓더라고요. 평생 먹을 양식, 사람 관리를 해야 하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요. 인생이라는 게 항상 정점에서 하산하면서 내려오잖아요. 잘 나갈 때 자기에게 고마움을 줬던 사람들에게 감사함과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았던, 소통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연예인들은 인기라는 게 평생 가지 않을 거라고 인식할 때 정작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후원자가 주변에 없어요. 그러면 외로워지고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판단을 하게 되거든요. 일반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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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원하다면 어디든 간다. 팬은 곧 내 고객이다. 고객 서비스를 잘해야 한다.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행사, 축제, 단체 등의 홍보대사는 가리지 않는다(위 사진). 아들 학교 바자회에도 참석해 사인해주고 있는 정 위원장. 정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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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 위원장은 바쁜 스케줄에도 아들, 딸 학교까지 찾아간다.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 학부모들이 모일 때 거리낌 없이 얼굴을 내민다. 인사도 사인도 부지런히, 연예인 감투 잊고 뭐라도 학교를 위해 할 일을 찾는다. 결국 자신과 자식들을 위한 또 한 번의 소통이다.

“아들, 딸한테 제가 이렇게 말을 해요. 항상 학교에서도 소통이 안 되고, 외로운 친구가 있어도 손가락질하지 말고, ‘왕따’시키지 말고 잘해주면서 그 친구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라고 해요. 당장 그 친구가 좋게 변하지 않더라도 네가 보여준 애정에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을 거고, 오래 기억하면서 너의 편이 될 것이라고요.”

-아이들에게도 인맥이라는 재산을 만들어주는 뜻있는 아빠의 대물림이네요.
“한 번은 아이 학교에서 한 학생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혀서 민원이 발생한 일이 있었어요. 저희 아들이 ‘아빠, 나 학교 가기 싫다’고 해서 제가 그랬죠. ‘세상에서 나쁜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은 맞는데, 만약 그 친구를 나중에 커서 만날 수도 있지 않느냐. 친구를 품어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요. 그러니 저희 얘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아빠는 내 마음도 몰라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몰라주는 게 아니라 그게 친구다. 어떻게 좋은 친구만 있냐, 말썽 피우고 괴롭히는 친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네가 남자답게 잘 토닥이고 좋은 길로 같이 가자고 하면 그 친구가 나중에 좋게 변할 수도 있다’고 해줬죠.

-그리고는요?
“학교에 알아 보니 그 친구는 이미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을 해서 제가 교장을 선생님을 만났어요. 교장 선생님께 그랬죠. ‘지금 그 친구를 무조건 떠나보내면 학교 친구들하고 서로 기억에 남을 추억이 너무 안 좋아진다, 헤어지는 시간을 주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도록 해주자’라고 건의를 드렸죠. 그 친구가 편지를 쓰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예를 들면 ‘나 누구인데. 누구야 미안해. 나중에 봤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한 줄이든 두 줄이든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고요. 그 편지를 쓰면서 본인은 더 미안함을 느낄 테고, ‘자기가 조금 참을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겠어요.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커서 귀인이 돼 친구들을 찾을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 얘기를 교장 선생님이 듣고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시더라고. 아름다운 이별이 건강한 친구들로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린 기억이 나네요.”

-연예계에서 하산을 하는데 주변에 기댈 사람이 없어서 극심한 외로움에 빠진 동료들도 많이 봤겠죠.
“2001년 영화 <두사부일체>에 함께 나왔던 배우 (정)운택이도 그 영화가 개봉을 하고 나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잖아요. 지금은 목사가 돼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본인도 당시에는 인기가 천 년 만 년 갈 줄 알았죠. 불미스러운 일을 한두 번 겪고 나서 완전히 내리막길을 걸을 때 얘기도 많이 하고 그냥 지켜봐주고 관찰을 많이 했죠. 별 건 아니지만 밥 한 끼 같이 하고, 용돈도 주고,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줬어요. 운택이 본인은 자기가 연예계에서 잊혀지고 주변에 사람도 떠나가니 나한테도 ‘형이 연락을 하면 받을까’라는 걱정을 했더라고요. 연예인은 자신감 떨어지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비슷한 처지의 연예인들한테 그래요. ‘항상 갇혀있지 말고 일이 없으면 나가서 봉사라도 해라. 그러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니 자랑하고 다녀라’고요. 구석에 있으면 가족들도 피해를 봐요. 인기와 사랑을 국민들이 준 것이니 잘못을 해서 매를 맞더라도 밖으로 나와야죠. 그러면서 발품 팔고 돌아다니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어요. 연기자인데 작품 제의가 안 들어와서 연기를 못한다면 다른 일이라도 하라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귀인을 만나요. 그런 분들이 사람을 떳떳하고 자신 있게 만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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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자신의 부하로 나와 인연을 맺었던 정운택(오른쪽)은 정말 친동생 이상으로 챙겼다. 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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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는 고객 서비스

정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는 악수다. 그는 누구든 만나면 악수부터 청한다. 웬만한 정치인보다 능숙하다. 별명이 괜히 ‘정 의원’일까. 진심이 묻어 있고, 반갑다는 마음을 손에서 크게 느껴지게 한다. 그는 지자체, 기업, 각종 축제 등의 얼굴인 홍보대사를 100여개 넘게 맡고 있다. 불러만 주면 받는다. 더 많은 분들의 손을 잡아 주기 위해서다. 이 분들은 곧 ‘정준호’라는 상품을 사주는 고객이기도 하다. 악수는 중단 없는 고객 서비스다.

-악수는 ‘마당발’의 디테일이 아닐까요.
“적어도 악수를 한 사람이 몇 백만 명은 될 거예요, 하하. 잠깐이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인사하는 겁니다. 저는 예산 집에 가도 아버지와 악수를 먼저 해요. 짧지만 ‘아이고, 정준호입니다’라는 말과 손으로 정성을 전합니다. 어디를 지나가다가도 악수할 분들을 찾아요. 저와 악수를 한 번 하신 분들은 내 팬이 되면서, 제가 관리해야 하는 고객이 되는 겁니다. 홍보대사 활동하면서 오늘 10분하고 악수하면 내 고객을 10명 뚫은 것으로 받아들여요. 고객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영화하고, 드라마도 하는 것 아닙니까. 악수로 고객 관리를 해야 되는데 이왕이면 전국 축제나 좋은 일 있는 곳 돌아다니면서 오래 손을 잡아드리면 얼마나 좋아요.”

악수가 나왔으니 정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워낙 다방면에 인맥이 많고 달변에 친화력까지 있으니 늘 정치 참여설이 나돈다. 충남 예산에 출마한다는 설은 하루 이틀 얘기는 아니다.

● “국회의원 배지 달면 고객 절반이 날아갈 것 같아”

“배지 다는 순간, 고객 절반이 떨어져 나갈걸요.”
아주 현실적인 판단이다. 인기 연기자 배우로 어디서나 환영을 받는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두려운 일이다. 정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환영을 받는 것에 취해 있어서 배지 달 생각이 안 생긴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40%대 득표율로 당선이 돼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데, 정 위원장은 참 만족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높아 정치 참여 의사를 확실히 접었다.

“아버지가 딱 그런 얘기를 하세요. 예산 시골 시장 장날에 가면 ‘정준호 아버지 오셨다’고 국밥집, 떡집 아주머니들이 난리가 나고, 대접 받으시는 모양이에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늘 ‘판검사 안 부럽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그러세요. 한 번은 아버지가 ‘그런데 아들이 정치를 한다고 여야 어느 당이든 배지를 다는 순간 절반한테 손가락질 받을 게 아니냐. 우리 아들이 재능이 있고, 고향에 봉사하고 싶어서 정치를 한다면 응원하겠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팬들 절반이 날아가는 게 가슴 아프고 못 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아버지 얘기 듣고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국회의원이 안 돼도 배우 정준호의 영향력은 웬만한 정치인 이상이지 않을까요.
“정치를 안 하지만 홍보대사 활동 등을 하다보니 마음으로는 한 3선 의원 정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하. 아는 국회의원도 많고, 그 분들이 불러 축사를 한 적도 많고, 반은 정치인이지 않을까 봐요. 영향력? 만약 운동 선수 출신이 연기판에 와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봐요. 연기자들은 겁내하지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정치판에 들어간다고 하면 어떨까요. 전국으로 다니다 보면 팬들께서 국회의원으로 나와 달라고 말씀 많이 하세요. 연예인들 얼굴 알려졌다고 정치판 나오면 힘듭니다. 트레이닝을 먼저 해야 할 겁니다. 정치판에서 악수는 다릅니다. 악수할 때 상대방이 웃어준다고 다 내 팬, 내 표는 안 되는 거죠. 정치인들을 알고 친하게 지내면서 정치라는 게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정치판이 어려워요. ‘기브 앤 테이크’가 안 되면 절대 사람을 잡을 수가 없어요. ‘나한테 이거주면 너한테도 뭘 줄게’가 돼야 한 표가 따라와요. 나름대로의 ‘정치’를 주고받기 위해 협상하고 조율하는 게 사람 좋아하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문제죠.”

● 전혀 ‘깐부’ 될 것 같지 않았던 ‘깐부’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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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 터울 형인 배우 신현준(왼쪽)과는 사는 스타일이 너무 달라 지금처럼 친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는 정 위원장. 정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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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가늠하기 힘든 정 위원장의 인맥에서 가장 중심과 가까이 있는 친구로 알려진 사람은 배우 신현준 씨다. 한 살 터울 형이다. 둘이 연예계 최강의 단짝임을 모르면 정말 간첩이다. 요즘도 유튜브 ‘정신-업쇼(Up Show)’ 활동을 함께 하면서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웃음을 주고 있다. 너무나 정준호의 ‘깐부’임이 분명해 신 씨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무심코 던진 질문에 그의 이름이 나왔다.

-친한 인맥 중에 나하고 정말 맞지 않은데 ‘깐부’가 된 사람이 있나요?
“그게 현준이 형이에요. 지금도 헷갈리는데, 정말 저하고 성격과 사는 스타일이 반대에요. 나는 사람들 좋아하고, 저녁을 먹다가 누가 전화 오면 불러서 합석시키는 스타일이잖아요. 털털하게 살고, 삶의 어떤 규정이 없잖아요. 그런데 형은 자기만의 루틴이 있어요. 예전에서는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결혼하고부터는 술도 끊고, 무조건 가족만 챙기죠. 해외 촬영을 같이 가면 일이 끝나기 무섭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요. 부부 모임을 해도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 같이 마시는 게 안 되니까 우리는 불만이 많아요. 자기 생활이 정해져 있으니 나랑은 정말 가까운 것 같지만 실제는 전혀 안 맞아요. 하하.”

-그럼 정말 가까워진 계기가?
“현준이 형이 결혼을 하면서 접점을 찾은 거예요. 나는 ‘컨츄리’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형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참 저 형하고는 되게 안 맞는다’고 생각을 계속 했는데, 결혼한 형의 자상한 아빠 모습 그리고 옛날에 까다롭고 멋을 화려하게 내던 형이 어느 날 수더분한 아빠로 애들 챙기는 모습을 보는데 동질감이 생기더라고요. 둘이 결혼하기 전에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그냥 형 동생 관계였다면 결혼 후에는 진짜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됐죠. 남들은 태초부터 친한 줄 아는데 이제야 서로 완전한 오픈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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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자녀를 얻고 동질감을 느끼면서 간격을 더 좁힌 두 사람. 정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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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신현준 씨께서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인간은 저 없으면 못 살죠. 예전에는 그냥 같이 놀다가 ‘정준호를 통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를 안 거죠. 하하. 형은 생활 반경이 좁으니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둘이 어디 해외를 간다라고 하면, 저는 전화 한 통화로 스케줄이 잡히고 문제 해결이 되니까 놀라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면 ‘내가 공짜로 해주겠어? 그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내가 더 잘해주지’라고 알려줘요.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줘요.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니까 집구석에만 있지 말고, 남들한테 식사 대접도 하고, 나오라고요. 인기 있는 대중 연예인들은 잘 몰라요. 불편한 것도 참고 하는 게. 내가 왜 모르는 사람들하고 밥을 먹어야하는지, 그럴 시간 있으면 집에서 영화나 보고 한다고 하죠.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건 정답이 없는데 제가 뭐라고 하는 이유는 자식을 키우고 가족을 지키려면 불편함을 참고 인맥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거죠. 사람 관리로 행복할 때 불행을 대비해라고 말해주죠.”

-스타일이 변했겠습니다.
“변했죠. 저는 장남인데, 형은 누나 셋에 막내 아들이잖아요. 변했죠. 자존심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지 않아요.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높아야겠죠. 저는 그래요. 어떤 자리이든 내가 굽히고 굽힐수록, 겸손하게 하고 또 겸손하게 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내가 어디서 잘난 체하고 고집 세우고, 그럴 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나에게 기분 나쁜 얘기를 해도 나는 팬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돼요. 형이 이런 부분을 잘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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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은 정준호로 인해 세상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정준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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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맥 손절 없는 ‘나’… “사람은 적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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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의 옆 자리는 늘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그에게 사람은 평생 차곡차곡 인생을 채워주는 적금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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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사람 좋아하는 ‘정준호’에게서는 인맥 손절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쨌든 만나서 기분 좋지 않은 사람이 분명 있지 않을까.

“손절을 하려는데 어느 날 연락해요. 그러니 손절이 아니지. 성격상 ‘다시는 연락하지 맙시다’라고 못해요. 안 맞으면 자연스럽게 연락을 안 하다가 나중에 사는 게 뭐 있어, 연락하죠. 그런 마음을 갖고 사니 상대방도 ‘죄송합니다’하면서 먼저 연락해오고 편해져요. 누군가를 손절한다면 그 순간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미워해야 되잖아요. 미묘한 증오심과 불신까지 생기는데 그 때부터 나한테 병이 생기고 피로감이 극대화되는 느낌을 받아요. 나를 위해서라도 손절하지 말아야 하는 거죠. 불편한 일이 있기 전에 좋은 추억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지켜보려고 해요. 남 욕만 안 해도 성공한다고 봐요.”

-손절 없는 인맥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사업도 자신 있게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저에게 사업은 고객 관리, 팬 서비스의 연장이에요. 그러다 보면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도 시간 투자를 하면서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 점점을 찾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진국이 진국을 알아보는 네트워크가 생겨요.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내 앞에 좋은 사람이 안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러면 서로가 인생의 콘티를 잘 그려줍니다. 정말 경쟁력 있는 인맥이 또 하나 생기는 거죠.”

살면서 시간이 갈수록 인맥을 넓힌다는 게 쉽지는 않다. 흔히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하고 은퇴를 할 무렵을 보면 인맥의 범위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의도적이든 아니든 만나는 사람들을 줄인다. 보던 사람들을 계속 보는 경우가 많다. 총량이 있어 보이는데 정 위원장은 다르다.

“만 명을 알든, 10만 명을 알든 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알고 지내면서 저는 마음의 부자가 됐다고 생각을 해요. 이런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인맥의 총량을 규정할 수는 없다고 보죠. 총량제라는 정의를 적용하면, 나는 이제 인맥이 1000명 됐으니까 다음부터는 사람 줄이고 손절하고, 이런 거잖아요. 그것보다는 내 마음의 금은보화가 하나씩 들어와 쌓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러니 굳이 조절을 할 필요는 없죠. 저한테는 ‘더 들어와라, 차고 넘치게 들어오라’고 하는 게 인맥이에요. 만난 세월에 따라 3년짜리, 5년짜리, 10년짜리 적금이 있는 것과 같죠. 연장도 가능하고, 하하. 1년에 결혼, 장례 화환으로 2억 원을 쓰는데, 지금까지 모아둔 적금을 생각하면 아까운 돈이 아닙니다. 적금은 한 번 깨려면 힘들잖아요. 손절을 할 수 없는 거죠.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계속 저장한다고 ‘버퍼링’이 나지는 않습니다.”

인맥왕의 사람 관리 루틴 따라해보기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신문보고, 오늘 만날 인맥을 살펴봅시다… “그러면 빌게이츠와도 친구 될 수 있어.”

-정 위원장은 오전 6시에 기상해서 운동을 하고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신문 기사를 스크린 한다. 9시까지 3시간 동안 36년째 하고 있다고. 기사를 보다 보면 인맥, 지인들의 동정이 파악된다. 기사를 이유 삼아 연락도 하고, 약속도 잡고, 정보도 얻고, 밀린 문자 등에 답도 하면서 아침에, 사람에 집중하게 된다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해외 출장 중에도 이런 루틴을 지킨 덕분에 호텔 피트니스 클럽 등에서 외국 유력 인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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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맥 콘서트를 열어보자
-정 위원장은 조만간 자신의 인맥들을 한 자리에 모아 콘서트를 열어볼 계획이라고 한다. 가까운 인맥과 그 가족들까지 초청하는 기획이다. 밖에서 우리 인맥들끼리는 잘 어울리는데, 집에 있는 자식의 베스트프렌드는 누구인지 모른다. 부모는 자식이 어디를 가는지 모르니까 잘 알게 해주자는 것. 가족들끼리 모이면 더 큰 인맥도 형성한다. 더 넓은 ‘울타리 가족’의 탄생이 아닐까.

▷부탁을 할 거면 바라는 그대로 얘기해라
-말 그대로. 그러면 최소한 솔직한 사람이라고 인정은 받는다. 감사함과 고마움이 덧붙여지면 나중에 다시 부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단물 다 뽑아먹고, 이용하고 잠수 타는 인간보다 낫다.

▷건배사로 ‘삼무삼유’ 외쳐보자
-정 위원장이 술자리에서 늘 하는 건배사다. ‘삼무삼유(三無三有)’, 세상에 3가지가 없고, 3가지가 있다는 거다. ‘삼유’는 하늘에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고, 내 앞에는 가족이 있다는 것. ‘삼무’는 비밀 없고, 공짜 없고, 내 앞 길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이 말을 늘 새기고 사람을 대해보자고 권유한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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